평소에는 호탕하게 술자리 분위기도 잘 리드하고 누굴 만나도 시원시원하게 대화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 중에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람들 앞에만 서면 다리가 떨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식은땀이 흐르고 속이 울렁거리거나 목소리가 갈라진다. 심하면 말도 잘 나오지 않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사실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데이비드 왈레친스키(David Wallechinsky)의 저서 ‘북 오브 리스트’에는 인간이 느끼는 최고의 공포 중 최고로 뽑은 것이 바로 많은 사람 앞에서의 ‘발표 공포’라고 한다. 타고난 무대 체질이 아닌 이상 발표 불안증은 누구라도 겪는 일이다.

하지만 앞에 나가 말해야 할 일이 많은 최고경영자(CEO)라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발표 불안증에 시달리는 CEO를 위해 몇 가지 극복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연설 전에 심호흡을 하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준다. 언뜻 식상한 방법같이 들릴 수 있지만 이는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다. 호르몬의 일종인 세로토닌이 분비되면 기분이 편안해지고 긴장도 풀어지지만 반대로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불안·우울·초조를 느끼거나 소화불량에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숨을 크게 내쉬거나 스트레칭을 하면 세로토닌이 많이 나오도록 뇌를 자극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연설 전에 심호흡을 크게 반복하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 두면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

만약 연설 중간에 갑자기 긴장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긴장하면 본능적으로 말이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말이 빨라지면 호흡이 짧아지고 세로토닌도 적게 나와 결국 더욱 긴장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말 속도를 늦춰 호흡을 가다듬도록 한다.

둘째, 연설이나 발표를 시작하기 전에 약간의 시간을 끈다. 스티브 잡스는 항상 단상에 올라서고 20초 정도 후에 연설을 시작했다. 그 20초 동안 그는 미소를 짓고 청중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기도 하고 이 자리에 와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바로 이 행동들이 긴장을 푸는 시간을 버는 것이다. 긴장된 상태에서 연설을 시작하면 끝까지 경직될 때가 많다. 그러니 연설을 시작하기 전 긴장이 어느 정도 풀릴 때까지 가능한 한 시간을 끌어 마음의 여유를 찾도록 한다.

셋째, 연설의 첫 1분 분량의 원고는 완벽하게 외운다. 연설 시작 후 1분이 보통 긴장을 가장 많이 하는 시간이다. 따라서 처음 1분 동안의 내용은 자다가 벌떡 일어나도 줄줄 나올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외워 두는 게 좋다. 200자 원고지로 2장 정도 분량이면 적당하다. 마치 자전거가 출발할 때 처음 비틀거리는 부분을 잘 넘기면 그다음부터 잘 달릴 수 있는 것처럼 연설의 시작이 완벽하면 끝날 때까지 부드럽고 편안하게 연설을 이끌어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설 시작 후 1분이 긴장 가장 많이 해

안철수 의원이 작년 대선 출마 기자회견 장면을 다시 보면, 그렇게 많은 연설과 강연·스피치를 한 그도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매스컴과 많은 국민이 주목한 자리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굳은 얼굴로 천천히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그런데 그는
[김자영의 소통경영] 발표 울렁증을 극복하라! 긴장이 풀릴 때까지 시간을 끌어라
그 스피치를 위해 연설문의 대부분을 완벽하게 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롬프터를 보긴 했지만 또박또박 하는 연설을 보면 그 내용을 머릿속에 완벽히 담아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평온을 찾아갔다.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할 때 긴장되는 것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러니 연설을 두려워하기보다 떨리고 긴장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자.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게 발표 울렁증을 극복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