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나 여러 사람들 앞에서 연설할 때 부담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원고를 미리 달달 외우거나 혹은 원고를 놓고 쭉 읽어 내려간다. 반대로 ‘언변에 자신 있다’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연설을 진행한다. 그런데 이 방법들은 각자 단점을 가지고 있다. 원고를 외우려면 준비할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 연설 중에도 그다음 어떤 말이 오는지 기억해 내느라 머릿속이 바쁘다. 그러다 보니 청중과의 교감도 쉽지 않다. 반면 ‘즉석연설’은 옆길로 새거나 했던 말을 또 하거나 혹은 해야 할 말을 빠뜨리기 쉽다. 시간 관리도 어려워진다.

그러면 도대체 연설을 어떻게 진행하는 게 효과적일까. 바로 ‘큐 카드(cue card)’다. ‘큐 카드’가 무엇인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방송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들고 있는 엽서 크기의 메모지를 생각하면 된다. 책의 ‘목차’처럼 간결하게 주요 내용만 추려 담은 개요서 역할을 하는 게 큐 카드다. 자연스러운 연설을 위해서는 큐 카드만 한 방식이 없다. 청중의 반응과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큐 카드를 골조로 살 붙이기에 익숙해지려면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런 연습은 그 어떤 방식보다 연설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김자영의 소통 경영] 실패하는 연설 들여다 보기, 원고 그대로 읽기와 즉석 연설은‘안돼~’
핵심 내용 정리한 큐 카드로 자연스럽게

구체적으로 큐 카드를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자. 보통 큐카드는 A4 용지의 반 정도 되는 크기에 보통 용지보다 약간 두꺼운 것을 쓰는 게 손에 들었을 때 안정감이 있다. 양면을 다 쓰면 청중에게 그 내용이 보일 수도 있고 다음 내용으로 넘어갈 때 카드를 뒤집어 가면서 찾아야 하기 때문에 한 면만 사용한다. 카드마다 번호를 넣어 혹시 카드가 섞이더라도 금방 순서를 찾을 수 있도록 한다.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가독성이다. 번호 매기기는 물론이고 다양한 색깔의 필기도구를 이용해 필요에 따라 색색으로 표시하기, 들여쓰기, 폰트 크기 다르게 하기 다양한 방법을 쓸 수 있다. 몇 번 만들어 활용하다 보면 자신의 눈에 가장 잘 들어오게 만드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찾아갈 수 있다.

신입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공적인 삶’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가정해 보자. 먼저, 연설 제목인 ‘성공적인 삶’과 연설의 목적, ‘신입 사원이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한다’를 큐 카드 맨 위에 적는다. 그다음 서론·본론·결론으로 나눠 핵심 내용을 추려 적는다. 서론에는 어떤 말로 연설을 시작할 것인지, 오늘 연설의 주제 소개 및 흐름에 대한 예고를 키워드로 적는다. 입사를 축하하는 말로 시작한다면 ‘입사 축하’라고 적어 놓는 식이다. 주제를 ‘가치관이 바로 서 있어야 성공한다’로 적었으면, ‘(1)가치관이란 (2)가치관의 구성 요소 (3)가치관으로 성공한 인생 스토리 (4)개인의 가치관 수립 독려’ 식으로 개요만 눈에 보이도록 한다. 본론에는 주요 아이디어를 핵심만 적어 놓으면 된다. 결론에는 마무리하면서 다시 강조해야 하는 키워드를 쓴다. 단, 키워드로 압축해 내용을 담더라도 연설의 취지, 여는 말과 닫는 말은 되도록 완전한 문장으로 적는 게 좋다. 또한 주요 통계나 인용문, 복잡한 고유명사도 미리 메모해 두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청중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
[김자영의 소통 경영] 실패하는 연설 들여다 보기, 원고 그대로 읽기와 즉석 연설은‘안돼~’
큐 카드는 시간 관리와 연사 자신의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가령 연설을 위해 주어진 전체 시간을 서론·본론·결론에 각각 배분, 큐 카드에 반영한다. 이로써 시간 배분이 잘 안 돼 할 말을 다 하지 못하고 급하게 연설을 끝내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갑자기 연설 시간을 늘리거나 줄여야 하는 돌발 상황에도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또한 잠깐 고개 들어 미소 짓기, 말 빨라지지 않도록 주의하기, 강렬한 인상을 위해 잠깐 침묵하기 등 팁을 함께 적어 놓으면 연설 중 나쁜 습관을 피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