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역 인근에 자리 잡은 카카오 본사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카카오톡을 상징하는 노란색 바탕에 말풍선 브랜드이미지(BI)가 한눈에 들어온다. 킥보드(손잡이가 달린 스케이트 보드)가 사내 곳곳에 놓여 있는 게 독특하다. 카카오 직원 이기연 씨는 “빠른 소통을 위해 구역마다 킥보드가 있다”며 “하이힐을 신지 않을 때는 가끔씩 타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내놓는 서비스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이통사·게임사 등을 긴장시키는 국내 1위 SNS 기업 카카오의 생기발랄함이 물씬 느껴진다.

단 4명으로 시작해 현재 직원 420여 명으로 불어난 이곳은 매주 신규 입사자가 들어오고 있다. 카카오톡 가입자는 6월 20일 기준 9800만 명을 넘기며 1억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6월 중순에는 전 직원 ‘하와이’ 워크숍으로 세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성장판이 열려 있는’ 카카오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세계 SNS 시장에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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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연동 서비스로 흑자 전환

카카오톡의 세계화를 논하기에 앞서 카카오를 이해하기 위해선 국내 성공 모델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 중심에는 유통 채널인 ‘플랫폼’이 자리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로 출발한 카카오톡이 플랫폼 가능성을 본 게 ‘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다. ‘좀 더 많은 프로필 사진을 올리고 싶다’는 고객 요청에 따라 앨범 서비스로 출발한 카카오스토리가 오픈 8일 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개발자들에게 영감을 줬다. ‘중요한 건 완성도가 아니가 사용자 그 자체’라는 자신감이었다. 그렇게 카톡의 유저와 네트워크 파워를 기반으로 게임 연동 서비스 ‘게임하기’를 도입할 수 있었다.

플랫폼은 수익 구조 개선에 효자였다. 지난해 매출 458억 원, 당기순이익 70억 원 중 게임센터를 통한 중개 매출이 68%를 차지한다. 올해도 상승세는 이어져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카카오의 매출액은 250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는 신규 서비스와 향후 전략을 플랫폼으로의 진화에 초점을 맞춰 현재 게임·패션·비즈니스 마케팅·디지털 콘텐츠 등으로 판매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제휴 개발사와 힘을 합친 ‘게임하기’에 이어 ‘플러스친구’로 모바일 마케팅 채널을 열었고 지난 1월엔 ‘채팅플러스’를 선보이면서 채팅방을 플랫폼 영역으로 확장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신규 시장을 열어 콘텐츠 판매자와 수익을 나눠 갖는 형태다.

올해 가장 주안점을 두는 서비스는 지난 4월 오픈한 ‘카카오페이지’다. 다양한 모바일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 마케팅할 수 있는 모바일 콘텐츠 유통 채널로, 이곳 저작 툴을 활용해 누구나 웹상에서 글·이미지·오디오·영상 등 콘텐츠를 제작해 판매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숙원 사업인 ‘모바일 콘텐츠 상생 모델’을 여는 실험으로 더욱 의미를 갖는다.

가장 최근(6월 26일)엔 카카오톡 ‘PC 버전’을 오픈했다. 모바일 카카오톡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으며 채팅에 필요한 핵심 기능만 담고 있다. 카카오 측은 “모바일을 쓸 수 없는 여건의 사용자들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채널을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국내에서의 성공 요인을 ‘핵심 기능만 담아 빠르게 시장에 내놓고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는 전략’으로 꼽고 있다. 또한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의 트래픽을 활용한 신규 플랫폼 확장에 주력하면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 윈-윈하는 모바일 생태계 조성에 강점이 있다. 관심사는 이러한 성공 모델이 세계에서도 통할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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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은 현재 13개국 언어로 23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시장 공략의 큰 줄기는 ‘플러스친구(사용자가 직접 관심 브랜드, 기업 및 스타 콘텐츠를 선별해 받아보는 서비스)’를 통해 각광 받는 ‘한류’ 콘텐츠를 늘리고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직 성과를 내기보다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단계다. 카카오톡은 해외 가입자 수를 밝힐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설명했다. 처음 해외에 진출한 것은 2010년 일본이지만 국내에 총 역량을 모으는 사이 NHN의 라인이 시장을 선점했다. 미국과 유럽은 왓츠앱이, 중국에서는 텐센트의 웨이신(WeChat)이 자리를 틀어쥐고 있는 상황에서 카톡은 지역별 현지화 전략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세계화 도전은 영향력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가 플랫폼 역할을 하며 수익을 내기 시작한 ‘세계 최초 모델’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대규모 수익을 내면서 세계 SNS 강자들이 카카오톡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씨넷은 카톡을 최고의 무료 SMS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선정했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의 영향에 대한 강연 도중 카카오톡을 언급하기도 했다. 예일대 MBA, 싱가포르국립대 등 세계 명문 대학에서 카카오의 성공 전략을 듣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사례도 생겼다. 무엇보다 메신저를 활용해 게임·쇼핑몰·콘텐츠 운영 등에서 날개를 붙이는 카카오톡의 비즈니스 모델이 수익으로 고민하는 모바일 메신저 업계에 신선한 자극이자 아이디어가 됐다는 분석이다. 안재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세계 모바일 메신저 강자인 중국의 웨이신은 한두 달 안에 게임 콘텐츠를 공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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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매출 174억 예상…투자 여력 커져

중요한 과제는 시장 선점으로 꼽힌다. 박재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SNS의 큰 특징은 어느 한 곳에서 70~80% 시장을 점유하면 경쟁사가 아무리 투자를 많이 해도 역전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때 카카오톡의 강점은 ‘기술력’과 ‘노하우’에 있다. 박재석 애널리스트는 “하루 3000만~4000만 명씩 방문하는 메신저의 큰 트래픽 관리 경험, 데이터 고객 정보 활용법(CRM)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게 카카오톡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성공 가능성이 엿보이는 지역은 ‘동남아시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유럽·일본·중국 등과 달리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절대 강자가 아직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최근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진출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한류’스타 ‘빅뱅’을 모델로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1일 신규 가입자가 12만 명을 넘어서며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또한 제휴를 통한 현지화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동남아 최대 소셜 게임 및 SNS 업체 프렌스터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며 말레이시아 시장 초읽기에 들어갔다. 프렌스터는 ‘카카오 말레이시아’를 100% 자회사로 설립해 카카오 말레이시아에서 현지 마케팅과 사업 개발에 나서는 한편 카카오는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와 같은 서비스 운영을 맡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세계화 성공의 열쇠는 투자에 달려 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톡의 5월 매출이 174억 원으로 예상되고 월별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국내 매출 증가세에 힘입어 해외 투자를 늘릴 여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유럽 지역에서는 텍스트 메시지보다 음성 메시지를 많이 활용하는 한편 아시아에서는 텍스트 메시지와 함께 이모티콘 등 꾸미기 아이템을 사용하는 데 친근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며 국내에서 성공한 플랫폼의 세계화 가능성도 점쳤다. 안재민 애널리스트는 “해외 진출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라인이 일본에 쏟았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