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에서 첫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은 여러 번 이야기했다. 마치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하듯이 첫 시작이 얼마나 인상적이냐에 따라 청중은 그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기도 하고 반면 끝나는 시간만 기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청중의 마음을 여는 오프닝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김자영의 소통 경영] 청중의 마음을 여는 연설, 진솔한 이야기·가벼운 유머로 시작하라
첫 번째, 자신만의 진솔한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 ‘해리포터’의 작가인 J. K. 롤링이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다음과 같이 축사를 시작했다. “제게 영광스러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한 주간 저는 축사를 준비하면서 너무 많이 긴장한 탓에 속이 울렁거리고 심리적으로 두려움도 느꼈습니다. 그 덕분에 살이 다 빠졌답니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하버드대의 빨간색 배너 앞에 서서 깊은 호흡을 하고 여기가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학교라고 자기최면을 거는 겁니다.” 처음부터 교훈적인 말을 던지는 대신 연설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냄으로써 세계적인 작가도 긴장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호감을 심어줬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경기가 점점 더 나빠질 전망이라고 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최근에 보고 들은 이야기, 개인적인 고민 등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게 더 효과적이다. 직원들은 CEO를 더욱 인간적으로 느끼고 심리적인 거리가 줄어든 만큼 자연히 다음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것이다.

두 번째는 ‘왜’라는 의문이 들 수 있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방법이다. 궁금증이 생긴 청중은 이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한다. 2010년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강연을 펼치는 ‘TED’에서 영국의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다음 같은 첫마디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슬프게도, 제가 이야기하는 18분 동안 4명의 미국인이 사망할 겁니다.” 그가 연설에서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건강한 식습관을 가져야 오래 살 수 있다’는, 어찌 보면 다소 빤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는 ‘잘못된 식습관에 따른 비만·당뇨 등으로 18분에 4명이 사망하는 꼴’이라는 내용의 오프닝을 통해 청중에게 ‘무슨 말이지?’라는 호기심으로 집중도를 높였다.



간단한 퍼포먼스 ‘효과 만점’

직원들 앞에서 ‘창조’를 주제로 강연할 때 첫마디부터 “창조는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한다면 청중의 흥미는 떨어진다. 그 대신 “우리는 (이런 식으로 가다간) 3년 안에 망합니다”라고 말한다면 직원들은 ‘우리가 왜 망하지?’라는 의문으로 더 집중할 것이다.

세 번째, 가벼운 유머로 오프닝을 하면 경직되고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고 청중을 귀 기울이게 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국내 한 대학에서 연설했을 때,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이 대학은 세계적 수준의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여러분의 영어 실력은 제 한국어 실력보다 훨씬 뛰어나죠.” 이어서 그는 “감.사.합.니.다”라고 떠듬떠듬 말했다. 그의 어색한 한국어가 더해진 유머러스한 오프닝은 청중에게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와 친근감, 연설에 대한 집중도를 함께 올려 줬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퍼포먼스로 인상적인 오프닝을 만든다. 애플의 노트북인 ‘맥북에어’ 설명회 장에서 스티브 잡스는 노란색 종이봉투를 하나 꺼내고 그 안에는 들어 있는 맥북에어를 보여 줬다. 그만큼 작고 얇다는 것을 보여 주는 퍼포먼스였다. 가로 세로가 몇 cm, 이게 얼마나 대단한 제품인지 말로 설명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오프닝이다. 이처럼 연설 주제와 관련된 사진이나 도구를 가지고 청중의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면 청중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강력한 인상도 남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