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HAP PHOTO-0502> 수출 감소세…부산항 빨간불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지난달 수출이 작년 동월과 비교해 1.8% 감소한 미화 456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31억5천만 달러로 8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지만 수출은 작년 같은 시점과 비교할 때 3개월 연속 줄었다. 2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가운데 대형 크레인이 화물선을 기다리고 있다.    
    2012.10.2.
    ccho@yna.co.kr/2012-10-02 10:42:5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수출 감소세…부산항 빨간불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지난달 수출이 작년 동월과 비교해 1.8% 감소한 미화 456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31억5천만 달러로 8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지만 수출은 작년 같은 시점과 비교할 때 3개월 연속 줄었다. 2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가운데 대형 크레인이 화물선을 기다리고 있다. 2012.10.2. ccho@yna.co.kr/2012-10-02 10:42:5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 5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는 86억 달러로,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5월까지 흑자 금액도 22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9억 달러)보다 3배 가깝게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600억 달러에 이르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왜 이처럼 경상수지가 대폭의 흑자를 내고 있고 이것이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경상수지는 상품 수지, 서비스 수지, 본원 및 이전소득 수지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도 상품 수지가 경상수지 흑자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다. 상품 수지가 흑자를 내고 있는 것은 우선 국내 수요가 해외 수요보다 위축돼 수출이 수입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세계경제가 3.8% 성장했는데, 우리나라는 그보다 약간 낮은 3.6% 성장에 그쳤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된 것도 상품 수지 흑자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1997년과 2008년 두 번에 걸쳐 국내외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환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상품 수지 흑자 확대 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던 서비스 수지가 지난해부터 흑자로 돌아서 경상수지 흑자 폭을 더 키우고 있다. 서비스 수지가 흑자로 전환된 것은 여행 수지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송 및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 흑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8년 이후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경제에서 저축률이 투자율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균형재정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저축률이 투자율을 넘어설 때 국제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 1997년 이른바 IMF 관리체제를 겪기 전까지는 우리 경제에서 투자가 저축보다 많았다. 그래서 경상수지가 적자였고 이것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다 보니 달러가 부족해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은 것이다.


적자재정으로 경상수지 흑자 폭 더 늘 전망
그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 정부는 대체로 흑자 재정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구조적으로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사회복지 지출이 지속적으로 늘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이 3% 안팎으로 떨어지는 등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국민소득 증가 속도도 둔화하고 조세 수입이 정부 지출을 넘어설 정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면 국민경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이 수입보다 더 많아지고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는 더 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은행에서 작성하는 자금순환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자금순환표는 국민경제 내에서 발생한 금융거래(자금 흐름)가 정부·기업·가계 등 경제 주체 상호간에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통계로, 경제 주체들의 자금 조달 및 운용 패턴 등 금융 행태 분석에 유용하다. 이에 따르면 정부 부문에서 자금 잉여는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상태다. 또한 기업 부문에서 자금 부족 규모도 줄고 있다. 일본이 1990년대 들어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업 부문이 자금 잉여 주체로 등장했는데, 우리도 머지않아 그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자금 잉여에서 부족 부문으로 변하고 기업이 자금 잉여 주체로 변한다면 개인의 자금 잉여가 늘거나 국외 부문의 부족 규모가 확대(경상수지 흑자 확대)돼야 한다.

앞서 살펴본 이유로 앞으로도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우리나라로 달러가 많이 들어온다는 의미다. 문제는 들어온 달러가 다시 나간다는 데 있다. <그림 1>은 우리나라 경상수지와 자본 및 금융수지가 경상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인데,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달러가 자본 및 금융 계정을 통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해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3.8%(431억 달러)였는데, 자본 및 금융수지 적자는 3.9%(436억 달러)로 나가는 돈이 약간 더 많았다.


“그만큼 우리나라로 달러가 많이 들어온다는 의미다. 문제는 들어온 달러가 다시 나간다는 데 있다.”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돈의 출구를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경상수지 흑자 금액의 일부는 한국은행의 외화보유액 증가로 잡히고 있다. 2008년 11월 2005억 달러였던 외화보유액이 올해 6월에는 3264억 달러로 60%나 증가했다. 나머지는 해외 직접 투자나 증권 투자로 유출되고 부채를 상환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직접 투자 수지가 186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270억 달러 정도를 해외 부채 상환에 사용했다.
[김영익의 눈] 경상수지 ‘대폭 흑자’ 왜? 원자재 가격 하락…주가 ‘파란불’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외 채무보다 채권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현재 대외 채권이 5445억 달러로 대외 채무 4103억 달러보다 1342억 달러가 더 많다. 순채권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그해 말에는 246억 달러로 감소했지만 올해 3월까지는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2008년 말보다 6배 정도 증가했다.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달러가 해외 직접 투자나 부채 상환으로 나가고 있다. 또한 해외 증권 투자로 달러가 밖으로 나가고 있다. 2000년부터 올해 5월까지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해외 증권을 1534억 달러어치 사들였다(해외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07년에 564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증권 투자에서는 아직까지 외국인들이 우리 증권을 더 많이 사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들은 우리 증권을 2조4784억 달러어치 사들였다. 이에 따라 외국인 증권 투자 순유입액이 9448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금융자산(올해 3월 말 현재 1경1955조 원)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갈수록 우리나라의 해외 증권 투자가 늘 가능성이 높다. 증권 투자에서도 우리나라가 적자국이 될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글로벌 및 국내 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외국인 증권 투자의 유출입 규모가 크게 변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이 1차 양적 완화를 단행한 2009년 3월에서 2010년 10월 사이에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이 437억 달러 순유입됐고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증권 투자 자금 순유입액은 이 기간 동안 881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 이후 순유입 규모가 줄어들다가 최근에는 미국 경제의 회복과 함께 출구 전략이 언급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유출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이 89억 달러(주식 55억 달러) 순유출됐다.


해외 증권 투자 속도 더 빨라질 듯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우리 경제에서 저축률이 투자율을 넘어서면서 구조적으로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됐다. 경상수지 흑자로 우리 외환시장에 달러가 유입됐다. 최근에 엔화 약세 등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졌지만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에 있다. 원화 가치 상승은 수입 물가를 낮춰 물가 안정과 나아가서는 금리 하락을 초래했다. 금리 안정은 주가 상승 요인 중 하나다.

최근으로 올수록 경상수지와 주가의 상관관계가 약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달러가 금융 계정을 통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경상수지는 몇 개월 후의 주가 방향을 설명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2006년에서 최근까지 경상수지(3개월 이동평균)와 주가(코스피)의 교차 상관계수를 구해 보면 경상수지가 주가에 약 5개월 선행(상관계수 0.47)해 움직이고 있다. 이런 관계로 미뤄보면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주가가 상승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