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영의 소통 경영] 멋진 주례사,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적인 메시지를 ‘재미있고 짧게’
스피치에 대한 강의를 하다 보면 쉬는 시간에 슬며시 다가와 묻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이들이 자주 물어보는 것 중 하나가 “어떻게 해야 결혼식 주례를 잘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무래도 CEO의 위치에 있다 보면 주례를 설 일이 많다. 그런데 이 주례사라는 게 은근히 부담스럽다. 어떻게 해야 신랑 신부는 물론 하객들도 좋아하는 주례사를 할 수 있을까.
[김자영의 소통 경영] 멋진 주례사,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적인 메시지를 ‘재미있고 짧게’
첫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이라는 말이 나오면 하객들은 주례사를 듣는 대신 옆 사람들과 떠들기 시작한다. 주례사는 뜬구름 잡는 식의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보다 현실적인 팁을 주는 게 중요하다.



뻔한 주례사를 펀(Fun)하게
평소 입담이 좋아 후배 야구 선수들의 주례를 자주 서는 것으로 알려진 허구연 야구 해설위원은 최희섭 선수와 미스코리아 출신 김유미 씨의 결혼식에서 다음 같이 말했다. “은퇴 후 재테크에 유념하고, 사업은 자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20년 후 자신의 위치를 생각해 부부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개그맨 전유성 씨는 후배 한현민 씨의 결혼식에서 “빚보증은 서지 마라”고 말했다. ‘서로 양보하고 아끼며 살아라’는 너무 당연하고도 빤한 얘기 대신 이처럼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강조하면 듣는 사람의 공감도 얻을 수 있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둘째, 재미있게 해야 한다. 보통 주례사라고 하면 엄숙하고 경건한 결혼식을 떠올리는 이가 많다. 하지만 결혼식의 당사자인 신랑 신부인 젊은 세대들에게 결혼식은 축제에 가깝다. 재미있고 왁자지껄한 특별한 이벤트다.

방송인 강호동 씨의 주례를 맡았던 개그맨 이경규 씨는 “신혼여행을 다녀와 하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꼭 전해야 하지만, 나한테는 안 해도 됩니다. 다만, 이 양복이 좀 오래됐어요”라는 말로 폭소를 자아냈다. 후배 개그맨인 이윤석 씨의 결혼식에서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면세점에 들르면 나를 꼭 생각해 주길 바란다”며 주례사를 마무리했다. 원로 연기자 이순재 씨는 후배 배우의 결혼식에서 “웬만해서는 부부 싸움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만약 싸우더라도 하루를 넘기지 마라. 부부 싸움 후 화해를 위해 필요하다면 야한 동영상을 봐도 괜찮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당시 한 시트콤을 통해 사랑받던 ‘야동 순재’라는 캐릭터를 살린 것이다. 이처럼 주례사에 유머를 섞으면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주례에 집중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 신랑 신부의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셋째, 짧게 한다. 긴 주례사는 신랑 신부와 하객들에게 괴로움만 안긴다. 집중하는 사람은 없고 모두가 언제 끝나나 기다리고만 있다. 따라서 주례사는 짧을수록 좋다. 가급적이면 3분을 넘지 않는 게 좋다.

심지어 단 한 줄의 주례사로도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은 한 독립운동가 아들의 결혼식에서 “널 보니 네 아비 생각이 난다. 부디 잘 살아라”는 5초가 채 걸릴까 싶은 짧은 말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평소 주례를 잘 서기로 유명한 KSS의 김세우 대표는 “자신의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행복으로 입증하며 살아라”란 한 줄로 주례사를 마쳤다. 심지어 코미디언 고 배삼룡 씨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지? 알면 됐어”라는 유머러스한 말로 짧은 주례사를 마친 적도 있다고 한다. 이렇듯 의미 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과 주례사의 길이는 상관관계가 없다. 오히려 핵심이 담긴 짧은 주례사가 하객들에게 더 큰 호응을 받는다.



김자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전 KBS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