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새 명소…이태원 개발 ‘호재’

“우리 경리단길에서 만날래? 거기 맛있는 레스토랑이 많던데.”

요즘 젊은층들 사이에서 경리단길이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태국·일본·이탈리아·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작은 규모의 음식점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특색 있는 카페와 술집 등도 많아 젊은층의 유입이 부쩍 늘었다. 몇 해 사이에 유명 셰프들도 홍대·청담동을 떠나 경리단길에 새 둥지를 틀면서 ‘숨은 맛집’을 찾는 이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부동산 포커스] 핫 플레이스 ‘경리단’이 뜬다
경리단길은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에서 200m 정도 내려가 지하도를 통해 반대편 길로 건너면 나오는 육군중앙경리단에서부터 하얏트호텔 입구까지 뻗어 있는 약 950m 정도의 오르막길을 가리킨다. 행정구역상 정식 명칭은 용산구 이태원2동 회나무길이지만 부근에 육군중앙경리단이 있어 ‘경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근처인 효창공원 부근이 집이라 경리단길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안보라 씨는 “이태원과 가까워 외국인들이 많다 보니 이국적인 느낌이 있고 교통이 불편해 도심보다 접근성이 떨어져 지나치게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 소박한 분위기 또한 이곳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경리단길은 ‘윗동네’, ‘아랫동네’의 분위기가 다른 게 큰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이 길의 마니아들은 말했다.

일단 하얏트호텔 인근의 ‘윗동네’는 차가 없이는 접근이 힘들기 때문에 20대 초반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30, 40대가 많이 몰린다. 인근에는 고급 주택들이 밀집해 있어 ‘동네 사모님들’이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인근 레스토랑을 찾는 일이 많고 가게를 자주 들락거리다 아예 건물 전체를 매입하는 사례들도 많다고 근처 부동산 관계자는 말했다. 또한 하얏트호텔을 방문했던 대기업 회장과 정치인·연예인 등의 방문도 잦아 유명인을 단골손님으로 두는 레스토랑도 많다.

10년 전부터 경리단길에서 이탈리아 가정식 레스토랑 ‘예환’을 운영하고 있는 배예환 셰프도 경리단길로 미식가들을 불러 모으는 데 일조한 동네의 터줏대감으로 유명하다.

배 셰프는 “이 동네에는 유동인구가 그리 많지 않다. 동네의 명소 같은 느낌인데 이런 한적함이 마음에 들어 가게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며 경리단길의 매력에 대해 말했다. 그녀는 “위쪽 가게들은 단골손님들이 많다. 예전에는 방송인이나 기업인 등 나이가 있는 분들이 많이 왔는데 요즘엔 젊은 층도 맛집을 찾아오고 있다. 10년 전에 비해 레스토랑도 정말 많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 밖에 고급 주택 인근에는 와인 전문점, 폴란드산 그릇 가게, 해외 서적 가게 등이 있어 이국적이며 하얏트호텔을 찾은 외국인 손님과 대사관 직원들을 위한 한국 전통 음식점, 카페 등도 들어서 있다.
[부동산 포커스] 핫 플레이스 ‘경리단’이 뜬다
경리단길의 ‘아랫동네’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윗동네가 세련되고 깍쟁이 같은 큰언니라면 아래쪽은 자유분방한 막내 동생 같은 곳이다. 육군중앙경리단을 중심으로 가로·세로로 깔끔하게 펼쳐진 길을 따라 글로벌한 태국·이탈리아·파키스탄·멕시코 등 이국적인 분위기의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젊은층 사이에서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점심시간에는 음식점마다 손님들이 꽉 찼다. 또한 오랫동안 경리단길을 지켜 온 작은 슈퍼마켓, 외국 식료품점과 미용실·교회·철물점 등도 복합적으로 자리하고 있어 따사로운 서민의 체온도 품고 있다.

해방촌길도 ‘리틀 이태원’…점포 임대료 ‘쑥쑥’
경리단길과 함께 또 한 군데 눈여겨봐야 할 곳이 있다. 육군중앙경리단과 대각선으로 맞은편에 있는 ‘해방촌길’이 요즘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주소지로는 서울 용산구 용산2가동 일대인 이곳에는 10년 이상 터를 잡고 사는 동네 주민 외국인들, 특히 외국인 영어 강사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산다. 최근에는 이태원의 비싼 집값과 물가를 피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방촌길과 경리단길 쪽으로 옮겨온 외국인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리틀 이태원’의 모습을 형성하고 있다.

이 근처에는 16~33㎡(5~10평) 내외의 작은 술집, 햄버거 가게 등이 모여 있는데 특히 해가 저물면 이곳의 진가가 발휘된다. 영국식 펍에서 맥주를 마시는 외국인, 화려한 복장의 패션 피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여서 홍대나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서 장사하던 이들이 이곳을 주시하고 있다.

이처럼 ‘경리단길’과 근처 ‘해방촌길’까지 연쇄적으로 뜨자 이 지역에 부동산 투자를 하려는 이들의 방문도 잦아졌다고 부동산 관계자는 말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구역으로 손꼽히는 경리단길 쪽 상가 임대료는 상승 추세다. 신동성 원빌딩 부동산중개 팀장은 “경리단길 인근 점포의 임대료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3.3㎡당 월 12만~13만 원 정도였지만 최근 시세는 15만 원 수준까지 올랐다. 앞으로도 임차 수요가 많아 빌딩 소유주들에게 보다 큰 임대 수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점포 권리금도 뛰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권리금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지만 요즘에는 낮밤으로 가게마다 손님들이 오다 보니 최근에는 2000만~5000만 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 얼마 전에는 배우 조인성이 지난해 1월께에 경리단길의 ‘윗동네’ 부근에 있는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중소형 빌딩을 30억 원 정도에 계약한 것이 알려지면서 ‘경리단길’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아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 팀장은 “최근 연예인, 재벌 3세, 유명 셰프들이 경리단길에 빌딩 투자를 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태원으로 몰려드는 유동인구가 경리단길로 확대되면서 강남 가로수길처럼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한남뉴타운 이태원 관광특구 지정 등 개발 호재가 많아 앞으로도 투자 가치가 더욱 높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이태원의 메인 도로와 비교했을 때 3.3㎡당 가격이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지금이 투자하기에 좋은 때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경리단길 빌딩… 1년 만에 7억 올라
[부동산 포커스] 핫 플레이스 ‘경리단’이 뜬다
배우 조인성은 지난해 1월 경리단길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10-68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중소형 빌딩을 계약했다. 그가 매입한 빌딩은 총면적 398.79㎡, 건축 면적 142.74㎡ 규모이며 빌딩 매입 가격은 3.3㎡당 3700만 원으로 총 30억5000만 원이다.

현재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 빌딩은 조 씨가 매입한 뒤 3.3㎡당 4500만 원으로 가격이 올라 현재 시가는 37억 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계자는 “경리단길 부근에 현재 매물이 드물고 3.3㎡당 3700만 원으로는 거래가 되지 않을 만큼 지가가 오른 만큼 투자 지역을 잘 선택한 것 같다. 향후 개발 호재가 많고 강남이나 강북의 그 어느 지역과도 가까워 위치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