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물건 잇따라…감정가‘억소리 나네’

최근 들어 경매시장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연예인이나 정·재계 인사들의 물건이 경매에 많이 나와 눈길을 끈다.

우선 개그맨 서세원 씨의 딸인 서동주 씨 소유의 청담동 고급 오피스텔이 경매시장에 나왔다. 지난 8월 22일 여러 부동산 경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서동주 씨 소유의 오피스텔이 9월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에 처음 나온다. 해당 물건은 강남 청담사거리와 학동사거리 중간인 도산대로에 접해 있어 입지가 우수한 편으로, 전용면적 138㎡(42평), 감정가는 19억 원이다.
[부동산 포커스] 경매시장에 쏟아지는 유명 인사 부동산
권오진 원빌딩부동산중개 팀장은 “피엔폴루스는 국세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당 기준 시가가 490만 원으로, 2년 연속 전국에서 가장 비싼 오피스텔로 선정된 곳이다. 현재 262㎡(82평형)는 19억5000만~20억 원 선, 384㎡(116평)는 35억 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고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입주 초기부터 연예인·기업인, 고액 자산가들의 입주 문의가 많았고 최근에는 삼성생명에서 그 일대를 매입해 수익형 빌딩을 신축할 계획이어서 투자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서동주 씨의 오피스텔은 전세로 계약해 거주했던 임차인(세입자)이 자신의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경매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 씨는 2011년 4월 전세(전세 보증금 7억5000만 원)를 끼고 이 오피스텔을 매입했다. 세입자인 김모 씨는 서 씨가 오피스텔을 구입하기 두 달 전에 전 주인과 전세 계약을 했고 등기부 등본에 전세권도 설정했다. 하지만 2년의 전세 기간이 끝난 후 전세금을 전액 받지 못하자 지난 5월 경매(청구 금액 4억1000만 원)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등기부 등본에는 서 씨의 부모인 서세원·서정희 씨를 채무자로 하는 근저당권도 기재돼 있다. 근저당권자인 강남세무서 측은 이 오피스텔을 납세 담보로 설정했다. 이 납세 담보채권의 총액은 4억3000만 원이다.

최근 경매에 나와 화제를 모았던 가수 송대관 씨의 이태원 소재 단독주택과 화성시 땅(901㎡ 규모)의 경매는 잠정 연기됐다. 송 씨가 법원에 개인 회생을 신청해 재산 조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매 전문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본래 6월 26일 서울서부지법과 수원지법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 이태원 단독주택(감정가 33억6122만 원)과 경기 화성시 소재 토지(감정가 6억1087만 원)에 대한 경매 절차가 중단됐다.

송 씨가 신청한 개인 회생 제도는 과도한 빚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채무자가 자신의 소득 가운데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투입해 갚아 나가겠다는 변제 계획안을 채권자들에게 제출해 3년부터 최장 5년까지 상환하는 것으로 추후 정상적인 신용 회복도 가능하다. 송 씨는 연예 활동을 계속하면서 빚을 갚겠다고 밝힌 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유정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개인이 회생 신청을 냈기 때문에 법원은 경매를 잠시 중단하고 송 씨의 재산 상태와 채권을 조사할 예정이다. 해당 조사가 끝나면 경매는 재개될 것이다. 경매가 끝나는 취하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입찰자 관심 높지만 수요 제한적
송 씨는 이태원 주택과 화성 토지를 공동 담보로 신한저축은행(구 토마토저축은행)에서 135억 원을 대출 받았으나 이를 갚지 못해 해당 물건이 경매로 넘어갔다. 그는 부동산 토지 개발 분양 사업에 뛰어든 아내의 대출금 채무를 연대보증했다가 아내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이처럼 수백억 원대의 빚을 지게 됐다.

이번에 경매에 부쳐진 송 씨 소유의 이태원 단독주택은 송 씨가 TV 프로그램에서도 소개할 정도로 애착이 강한 집으로, 지하 1층~지상 3층, 건물 면적은 325.3㎡(98평) 규모다. 남산 조망권이 탁월하고 주변에 대사관저와 고급 단독주택이 즐비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미래 가치가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재계 인사들의 주택도 경매시장에 속속 등장했다. 지난 8월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두산그룹 창업주의 맏딸인 박모 씨 소유의 서울 성북구 성북동 단독주택이 감정가(38억2720만 원)의 84% 수준에 팔렸다.

해당 주택은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로 건물 면적은 333㎡(100평)다. 고 박두병 두산그룹 창업주의 장녀와 그의 남편 김모 씨가 1994년부터 공동 소유했으며 남편 김 씨의 가족이 운영 중인 업체 스퀘어원이 해당 주택을 담보로 오릭스 저축은행에 수십억 원의 대출을 받았지만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자 오릭스저축은행이 경매에 부쳤다. 해당 물건은 지난 7월 첫 경매가 열렸지만 단 1명도 신청하지 않아 자동 유찰됐고 두 번째 경매에서 32억 원을 써낸 단독 입찰자에게 넘어갔다.

최근 부실 대출로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윤현수 전 한국저축은행 회장의 집도 경매에 나와 새 주인을 찾았다.

법원 경매 사상 역대 최고가인 60억 원의 감정가에다 윤 전 회장의 소유로 화제를 모았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 카일룸 2차’는 작년 11월 서울 서울중앙지법에 나온 이후 2차례 유찰됐다가 올해 1월 말 감정가의 75% 수준인 45억 원에 낙찰됐다.

윤 전 회장의 집은 방 4개, 드레스 룸 3개, 욕실 3개 등으로 구성돼 있는 초호화 주택으로, 최초 감정가는 대지 99㎡(30평)가 25억8000만 원, 건물 244㎡(74평)가 34억2000만 원으로 평가됐다.

윤 전 회장은 이 집을 2009년 7월 상지건설로부터 50억5000만 원에 매입했지만 올해 6월 1000억 원대의 부실 대출을 한 혐의로 구속되자 이 집을 담보로 24억 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1순위 채권자 신한은행이 해당 물건을 경매로 넘기면서 시장에 나오게 됐다. 신한은행·전북은행 등 금융사 7곳이 이 집에 설정한 근저당과 가압류 등 채권 총액은 277억968만 원에 달한다.


감정가 60억 원…너무 비싸 유찰되기도
권 팀장은 “상지리츠빌 카일룸 2차는 조영남 씨가 거주해 유명한 곳으로 인근의 상지리츠빌카일룸 3차에는 탤런트 최지우 씨와 한채영 씨, 대상그룹 상무 임세령 씨 등이 살고 있다. 대표 주택형인 244㎡를 기준으로 3.3㎡당 분양가는 6440만~8414만 원이다. 카일룸 2차는 한 층에 한 가구만 거주해 유명인들의 사생활 보호 및 보안 시설이 잘돼 있고 명품 편집숍·고급카페 등이 가깝고 한강 조망도 가능해 연예인·금융·재계 인사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수요층이 있다”며 “또한 2015년까지 이 인근이 ‘한류’ 스타 거리로도 조성될 예정이어서 투자 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이혼, 막걸리 사업 실패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배우 전노민 씨의 주조 공장도 올해 1월 21일 청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감정가의 45% 수준인 18억2000만 원에 팔렸다. 2011년 경매시장에 나온 충북 괴산군 문광면 소재의 공장은 전 씨가 운영한 세진주조 소유로 대지 면적은 1만3667㎡(4134평), 건물 면적은 5563㎡(1682평)이며 감정가는 38억9806만 원이었다.

하 연구원은 “물건의 위치가 산속에 있고 공장·폐수처리장·기숙사 등 차후 활용이 어려운 건물이 다수 포함돼 있어 팔리는 게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2010년 룸살롱 폭행 사건에 연루되며 방송 활동을 접었다가 최근 재개한 개그맨 이혁재 씨의 아파트2채도 지난해 경매시장에 나왔다. 한 채는 감정가 9억원으로 1회 유찰 후 올해 6억4770만 원에 낙찰됐다. 다른 한 채는 기각됐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전용면적 240㎡(72평) 아파트의 감정가는 14억 원이다. 올해 3월 25일 1차례 경매가 진행됐다가 유찰됐으며 향후 알려지지 않은 사유에 의해 기각 처리됐다.

영화 흥행 실패 등으로 법원에 개인 파산을 신청했던 심형래 씨 소유의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주택,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강서구 오곡동의 영구아트무비 사무실 등도 2011~2012년에 걸쳐 경매에 나와 모두 팔렸다.

한 경매 담당자는 “연예인과 정·재계 인사 소유의 물건은 다른 건에 비해 경매 입찰자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청담동·압구정동·한남동·성북동 등 주로 부촌에 몰려 있기 때문에 매입 이후 미래 가치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프리미엄’이 붙지는 않는다. 이들의 물건은 대개 감정가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이를 살만한 여력이 있는 입찰자의 수요가 제한적”이라며 “경매로 집이나 상가 등을 구매하려는 이들은 매우 꼼꼼하게 권리 분석, 시세 차익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참여하거나 높은 가격을 써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돋보기
경매로 집 장만한 스타들도 있다는데…
사업 실패, 보증 등 막대한 채무 때문에 집이나 공장 등이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와 반대로 경매를 통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나만의 부동산’을 소유하게 된 유명인들도 여럿 된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노홍철·손담비·정지훈(비)·서장훈·김명민·이병헌 등이 손꼽힌다.

방송인 노홍철 씨는 2010년 감정가 26억 원이던 서울 압구정동의 160.3㎡(48평형) 규모의 아파트를 22억1700만 원에 낙찰 받았다. 노 씨의 아파트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로열동으로 알려져 있고 매매가가 지속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는 등 향후 ‘쏠쏠한’ 시세 차익도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손담비 씨는 자신이 전세로 살던 집을 경매를 통해 ‘내 집’으로 만들었다. 손 씨는 전세로 살고 있던 광진구 소재의 집이 경매에 부쳐지자 2012년 직접 경매에 참여, 감정가 13억 원에 나왔던 건물을 단독 응찰로 12억 원에 낙찰 받았다.

가수 정지훈 씨는 서세원·서정희 씨 부부가 살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고급주택을 경매로 낙찰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 씨는 2006년 감정가 30억 원보다 더 비싼 가격인 31억7004만 원에 낙찰 받아 아버지에게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주택의 현 시세는 약 60억 원대로 정씨는 경매를 통해 탁월한 재테크 수완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한류’ 스타 이병헌 씨는 상가 경매에 적극 참여했다. 이 씨는 2009~2010년 사이 충남 공주(27억 원), 경기도 성남시 분당(34억 원), 경기 용인시 기흥구(48억 원) 등 낡은 상가 3채를 경매를 통해 매입했다.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한 공통점을 지닌 해당 물건들은 현재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