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하위 기록한 배당수익률

2008년 이후 우리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하지 못하고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배당금이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우리 주식시장에서 배당수익률이 낮고 배당금이 늘면 주가가 오를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필자의 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가가 올라야 배당금도 늘지만 배당금이 늘면 주가도 오를 수 있다. 둘째, 우리나라 배당수익률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절대적으로 낮다. 그것은 기업의 이익이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덜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배당성향이 낮았다는 것이다.
<YONHAP PHOTO-0705> 대기업사옥 중 전력소비 1위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전국이 전력난으로 허덕였던 작년 서울시내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한 대기업 사옥은 서초동 삼성전자 건물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6일 대학·병원·호텔·백화점·대기업 등 5개 분야의 에너지 다소비 건물 100곳의 에너지소비 성적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건물(오른쪽)의 모습. 2013.5.26

    pdj6635@yna.co.kr/2013-05-26 14:19:29/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대기업사옥 중 전력소비 1위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전국이 전력난으로 허덕였던 작년 서울시내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한 대기업 사옥은 서초동 삼성전자 건물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6일 대학·병원·호텔·백화점·대기업 등 5개 분야의 에너지 다소비 건물 100곳의 에너지소비 성적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건물(오른쪽)의 모습. 2013.5.26 pdj6635@yna.co.kr/2013-05-26 14:19:29/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주가와 배당은 정(正)의 상관관계 보여
그러면 증권시장 주변 환경은 어떨까.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저금리 국면에 접어든 만큼 배당 투자에 대한 욕구가 커질 것이다. 문제는 기업이 배당을 주주에게 더 줄 것인가에 달려 있다. 배당성향이 더 높아져야 한다. 우선 거시적으로 1997년과 2008년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국민소득 중 기업 몫은 증가했고 가계 몫은 감소했다. 소득 재분배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일부 대기업이 대규모로 이익을 내고 있지만 예전처럼 투자할 데가 많지 않다. 투자를 위한 돈이라면 몰라도 단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현금을 쌓아 두고 있다면 국민경제 전체적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앞으로 상장된 우량 회사 주식의 10% 이상을 보유할 국민연금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우선 과거 통계를 분석해 보면 주가가 오를 때 배당금도 늘었다. <그림 1>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주당 배당금과 주가지수 추이를 보여준다. 주당 배당금은 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회사의 배당금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것이다. 2012년 코스피 시장의 전체 배당금은 15조4000억 원이었고 주당 평균 배당금은 429원이었다(단순 평균인만큼 회사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주가지수와 주당 배당금은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주당 배당금 추이를 보면 1987년과 2004년에 한 단계씩 도약했고 주가도 이 무렵에 한 계단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상황을 보면 주당 배당금은 2008년 512원을 정점으로 거의 정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주가도 2009년 이후 추세적 상승보다 일정 범위 내에서 변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가가 올라 배당금이 늘었는지 아니면 배당금이 증가해 주가가 상승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주가지수와 배당금 간의 시차 상관계수를 구해 봤다. 같은 기간의 주가지수와 배당금의 상관계수는 0.80으로 매우 높았다. 즉, 주가가 오른 해에 배당금도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시차 관계를 구해 보면 1년 전의 주가지수와 당해 연도의 배당금 사이의 상관계수는 0.89로 가장 높다. 지난해 주가가 올랐으면 올해 더 많은 배당금을 주었던 것이다. 이는 상식과 일치한다. 기업들이 일정한 배당수익률을 가정하고 배당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면 지난해 주가가 오른 비율로 배당금을 더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를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그랜저 인과관계 테스트를 해 봤다. 이에 따르면 양방향으로 인과관계가 성립했다. 즉, 주가가 올라 배당금이 늘었고 또 배당금이 증가해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주가가 올라 배당금이 더 늘어나는 방향이 통계적으로 더 유의했다.
[김영익의 눈] ‘인색한 기업들’…배당 늘려야 주가도 ‘쑥’
시차 관계나 인과관계를 통해 알아보면 주가가 오른 다음 해에 배당금이 늘었다. 그러나 두 변수 간에 당해 연도의 상관계수도 0.80으로 매우 높다. 배당금이 늘어난 해에 주가도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0~2012년의 통계를 대상으로 회귀분석해 보면 배당금이 1% 늘었을 때 주가지수는 1.07% 상승했다. 주당 배당금이 지난해 429원에서 500원으로 오르면 주가지수는 2300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 적극적 배당 확대 요구해야
문제는 기업들이 배당금을 더 줄 수 있는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우리 기업들이 주주에게 너무 인색했다. 지난해 우리 주식시장에서 배당수익률은 1.1%(코스피, MSCI 기준)였다. 유럽 3.7%, 대만 3.1%에 비해 턱없이 낮을 뿐만 아니라 세계 평균인 2.7%의 절반에 이르지도 못했다. 우리 배당수익률이 낮은 것은 지난 한 해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10년간 세계 주식시장의 연평균 배당수익률은 2.7%였는데 우리나라는 1.7%로 낮았다.

왜 우리나라의 배당수익률은 이처럼 낮을까. 배당수익률은 배당금을 주식의 당시 가격으로 나눈 것이다. 따라서 배당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배당금이 적거나 주가 수준이 높다는 것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주가수익률(PER)이 9배 안팎에서 변동한 것을 보면 결코 주가 수준이 높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배당금을 덜 줬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성향은 매우 낮았다. 배당성향은 배당이 가능한 이익 중에서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얼마나 주었느냐 하는 비율이다. 2012년 거래소에 있는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20.8%로 낮아졌다. 2004년(18.5%)에서 2008년(27.1%)까지는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그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0년부터는 코스피200에 속하는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더 낮아져 우량 기업들이 배당을 덜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대표적 기업이 삼성전자인데, 이 회사의 배당성향은 2007년 15.8%에서 지난해에는 5.2%로 크게 낮아졌다. 2012년 한 해만 보더라도 시가총액 상위 5위 안에 드는 기업 중 포스코만 제외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매우 낮은 배당금을 주고 있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 안팎으로 떨어지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는 만큼 저금리 시대는 장기적으로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배당 투자에 대한 욕구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는 개별 종목을 다루지 못했지만 미국 시장에서 배당을 지속적으로 많이 하는 기업에 투자했을 때 투자자들이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사례 분석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도 배당 투자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소득 재분배 차원에서도 돈을 많이 버는 기업들이 배당금을 늘릴 필요가 있다. 우리가 1997년과 2008년 경제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국민총소득(GNI) 중 기업 몫은 증가했지만 개인 몫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예를 들면 1990~1997년에 국민총소득 중 72%(연평균)를 개인이 가져갔지만 2008년부터 2012년에는 63%로 줄었다. 반면 기업 몫은 같은 기간 15%에서 23%로 늘었다. 이 기간 동안 기업이 상대적으로 부자가 되고 가계는 가난해진 것이다(이 시기에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와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개인 몫이 제일 빨리 줄었다. 2011년 기준으로 OECD의 개인 몫의 평균은 69%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기업이 투자하기 위해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단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현금 유보를 많이 하고 있다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비효율적이다. 물론 이는 기업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외부적 영향이 필요하다면 국민연금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이미 상장 주식을 6.4%(시가총액 기준)나 가지고 있다. 이 비중은 계속 늘어 2018년에는 주식 투자 비중에 따라 9%에서 13%까지 증가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부분의 우량 기업 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1987년과 2004년처럼 배당금과 주가지수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까. 기업이 먼저 나서서 배당금을 올려줄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국민연금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