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골라 주는 여자’ 김후정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미국 펀드를 사라.’ 김후정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선진국의 투자 전망이 밝고 이 중에서도 ‘혁신’을 이끌고 있는 미국에 투자하는 게 가장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현재 국내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펀드 애널리스트’ 중 한 사람이다. 2007년 ‘펀드 열풍’ 당시 펀드 애널리스트가 상한가를 치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대 145조 원에 달하던 주식형 펀드가 85조 원 규모로 동강 난 지금, 펀드 애널리스트들은 증권사 내 여러 부서로 뿔뿔이 흩어진 상황이다. 2008년부터 동양증권에서 펀드 애널리스트의 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투자자들의 자산 관리를 돕고 있는 김 애널리스트를 만났다.
[투자 고수] “글로벌 혁신 이끄는 미국이 가장 좋은 투자처”
최근 수익률이 가장 좋은 펀드는 어떤 펀드입니까.
3개월 미만으로 짧게 보면 인덱스형 국내 주식 편드의 성과가 좋습니다.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연속 매수로 지수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죠. 연초 이후, 좀 더 길게 보면 미국·일본 등 선진국 펀드의 성과가 가장 좋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 한두 주 사이 미국 펀드와 일본 펀드의 자리가 교체된 겁니다. 그간 일본 펀드가 확실히 앞서가고 있었는데요, 금세 상황이 뒤집혔습니다. 좀 더 장기적으로 봐도 일본 펀드보다 미국 펀드의 전망이 더 밝아 보입니다.


의외로 한국 투자자들은 규모도 크고 안정적인 선진국 펀드에 투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국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중국 및 브릭스 펀드의 규모는 10조 원에 달합니다. 반면 선진국 펀드는 규모는 수천억 원대에 불과합니다. 즉 최근 선진국 증시 상승의 과실을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누리지 못한 게 사실이죠.

이는 단지 투자자들의 탓만 할 수 없을 겁니다. 2007년과 2008년 해외 펀드 열풍 때 들어온 돈은 대부분이 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였어요. 그때 들어온 자금이 아직까지도 ‘비자발적 장기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렇듯 펀드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선진국 증시’라는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받아들이긴 힘들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당분간 선진국 주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봅니다. ‘너무 올랐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선진국 증시에 투자할 때라고 봐요.


당분간은 선진국 펀드를 좋게 본다는 뜻이네요.
그렇죠. 저는 크게 보면 최근 한국 증시의 상승도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신흥국’이 아닌 ‘준선진국’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뤄진 신흥국 중심의 경제성장이 선진국 중심의 경제성장으로 바뀌어 가는 단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세계 정보기술(IT) 업종을 선도하면서 선진국의 ‘끝자락’에 있는 한국이 재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죠.

이 때문에 2050 선이라는 지금의 주가지수에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은 향후 세계경제를 선진국이 이끌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동시에 한국을 선진국 중 하나로 보는 큰 그림에서 이뤄지는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 펀드는 일본·유럽·미국 등에 투자하는 펀드가 있습니다. 어느 펀드가 좋을까요.
일본은 이제 좀 좋다고 하기 어렵고…. 유럽도 괜찮지만 정확히 말하면 미국 펀드입니다. 미국은 최근 들어 세계경제의 헤게모니를 다시 장악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최근 경제나 산업 부문에서 주요한 이슈는 모두 미국이 만들어 내고 있어요. 경제 측면에서 보면 ‘양적 완화’, 산업 부문에서 보면 ‘기술 혁신’ 등이 그것이죠.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세계 증시가 들썩들썩 합니다. 또 실리콘밸리는 다시금 세계 기술 산업의 총아가 돼가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전기차, 구글의 구글 글라스 등 혁신 정보기술(IT) 제품을 실용화·산업화해 내는 것은 물론 이를 ‘붐업’까지 하고 있죠.

이와 함께 미국의 내수 경기도 살아나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증시 상승은 미국의 중소형주가 이끌었습니다. 중소형주는 대부분이 내수 업종이고요. 이제 미국의 수출주가 상승할 타이밍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이 ‘고점’이 아니란 뜻이죠.


국내 및 글로벌 연·기금의 자금 트렌드도 분석하고 있는데요, 최근 이들의 자금 집행은 어떤 식인가요.
글로벌 연·기금들은 이미 2012년부터 선진국 주식을 크게 늘렸어요. 올해 들어서도 선진국 주식을 꾸준히 샀고요. 채권 비중은 올 상반기부터 확실히 줄였습니다. 특히 선진국 주식은 더 늘리기 힘들 정도까지 늘려 놓은 상태입니다. 그 결과 대부분이 5~7% 정도 되는 글로벌 연·기금들의 수익률이 올해는 10% 선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은 주로 장기 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당분간 이 주식을 매도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신흥국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신흥국 증시도 상승세입니다. 제 생각엔 이때가 환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신흥국은 리스크가 너무 커요. 만약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가 시작된다면 지난여름처럼 다시 한 번 신흥국 증시가 출렁일 수 있다고 봅니다. 요 몇 개월 새 최대한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한 뒤 좀 더 적극적으로 비중을 줄이는 게 좋다고 봅니다.

제가 강하게 말하고 싶은 펀드 투자의 팁이라면 ‘우리나라에서 뉴스가 잘 나오지 않는 지역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정보 자체가 없으니 대응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이는 사실 펀드매니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이 잘 모르는 지역에는 해외의 운용사에 대행을 맡깁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 펀드 투자 자금 규모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해외의 운용사도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립니다.

단 신흥국 중에서 중국이나 베트남은 조금 다릅니다. 한국은 지금 ‘중국 경제권’이라고 봅니다. 이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중국 경제의 흐름을 잘 읽을 수 있습니다. 또 베트남은 무역 흑자도 많고 한국의 자산 운용사들도 비교적 이 시장에 해박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중국 펀드는 현재로선 정책 리스크가 좀 큰 게 사실입니다.


펀드 애널리스트로서 좋은 펀드는 어떤 펀드라고 생각하십니까.
마음 편하게 오래 투자할 수 있는 펀드입니다. 솔직히 인덱스 펀드에 가입하면 ‘중간’은 갑니다. 상당수의 펀드가 ‘중간’도 못하니 인덱스 펀드도 좋은 펀드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액티브 펀드들 중에서도 분명 시장을 확실히 이기는 펀드들이 있습니다. 그런 펀드들의 특징은 펀드매니저의 투자 철학이 확실하다는 것, 펀드매니저가 근무하는 회사가 이를 보장해 준다는 것입니다. 올해 좋은 성적을 낸 신영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KB자산운용·트러스톤자산운용의 펀드들이 여기에 부합할 겁니다.

다만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점은 시장은 돌고 돈다는 점입니다. 올해 중소형주가 좋았으면 내년에는 대형주가 좋을 수 있고 올해 가치주가 좋았으면 내년에는 성장주가 좋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일례로 중소형주 가치 투자를 장기로 하는 신영자산운용의 펀드들은 2011년 꽤 ‘고생’했습니다. 그러나 올 들어 중소형주 장세가 펼쳐지며 수익률이 급상승했죠. 결국 투자자들도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좋은 회사의 좋은 펀드에 가입한 뒤 좀 기다릴 줄 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끝으로 김 애널리스트는 어떤 펀드에 가입하고 있나요.
펀드 이름을 말하기는 어렵고 국내 주식형 인덱스 펀드와 액티브 펀드 하나씩 있습니다. 해외 펀드는 올 초에 들어갔던 일본 펀드가 있고 6~7월께 들어간 미국과 유럽 펀드가 있습니다. 가지고 있던 중국 펀드는 조금씩 비중을 줄여가는 단계입니다. 저는 직업이 ‘펀드 애널리스트’라 좀 많은 편이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3~4개 정도가 좋습니다. 너무 복잡해지면 관리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김후정 애널리스트의 펀드 투자 가이드
1. 선진국 펀드 특히 미국 주식 펀드에 주목하라. 최강의 ‘스마트머니’인 글로벌 연·기금들이 미국 주식에 투자 비중을 크게 늘렸다. 현재 세계경제의 헤게모니는 미국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2. 뉴스에 자주 나오는 국가 즉 정보를 잘 얻을 수 있는 국가에 투자하라. 반대로 정보가 잘 없는 곳에는 투자하지 마라.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이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도 잘 모른다.

3. 펀드의 수는 많아도 다섯 개 이하로 제한하라. 너무 많은 펀드에 가입하면 관리하가 힘들다. 국내 인덱스 펀드와 액티브 펀드 하나씩 들고 해외 펀드는 글로벌 자산 배분형, 선진국형에 든 뒤 나머지는 본인의 성향에 따라 투자하라.

4. 확신이 없다면 특정 섹터에 치우친 펀드는 피하라. 특정 섹터 펀드는 상당수가 경제 상황과 전혀 무관하게 움직이곤 한다. 다른 펀드가 다 오를 때 엉뚱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한다. 이런 펀드는 일반 투자자에게 ‘어려운 펀드’다.

5.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펀드 수익률을 체크하라. 주식이나 펀드는 사는 것보다 파는 게 더 힘들다. 목표 수익률 달성 시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의외로 투자자들은 ‘수익률 관리’를 하지 않는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