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분양 허용 앞두고 인기 치솟아…연 7% 임대 수익 가능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전문직 종사자 윤모(45) 씨는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 공장) 사무실 임대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주말마다 서울 가산동·구로동을 찾는다. 윤 씨는 “시중은행의 금리는 너무 낮고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공급과잉으로 수익률이 6% 아래로 떨어졌다”며 “지식산업센터는 공실만 없다면 최소 7%에서 두 자릿수까지도 수익률이 보장된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윤 씨가 관심을 두고 있는 서울 가산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전용 99㎡의 경우 2억9000만 원에 분양받아 보증금 2300만 원, 월세 230만 원에 임대하면 연 9.5%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공실로 골머리 앓는 임대 수익업자 ‘솔깃’수익형 부동산의 틈새 상품으로 지식산업센터가 뜨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체와 정보통신 업체 등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조성된 복합 시설로, 오피스텔이나 원룸과 같은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실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임대 수익업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월 5일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소재 지식산업센터의 지난해 3분기 임대 수익률은 7.22%로, 같은 기간 오피스텔(5.24%)·상가(3.57%)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도 2012년 말 기준으로 3.3㎡당 지식산업센터는 평균 738만 원으로, 오피스텔(1255만 원)의 59%, 상가(3512만 원)의 21% 수준에 불과했다.
한아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부장은 “지식산업센터는 일반 오피스 빌딩이나 상업용 부동산에 비해 분양 가격이 15~25% 정도 저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게다가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 혜택과 함께 저금리 정책 자금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수익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최근 주거용 부동산이나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 수익 하락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투자 관심도 상승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는 허용되지 않는 개인 임대업자도 올 상반기부터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될 예정이어서 분양 사무소에는 발 빠른 개인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투기 조장이나 임대료 상승을 우려해 임대 목적으로 사무실을 분양받는 것을 막아 왔다. 이 때문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임의로 법인 이름을 등록해 일단 사무실을 분양 받고 실제 사무 공간이 필요한 업체에 세를 놓는 식의 편법 임대를 해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식산업센터에 투자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우선 입지적 여건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김일수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교통 접근성을 가장 유심히 봐야 하며 주변 인프라나 편의 시설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의 출퇴근이 편리해야 하고 방문객들도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에 있어야 기업들이 사무실로 임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임차 수요가 많다 보니 역세권일수록 유리하며 지하철 2호선 라인의 지식산업센터가 주목받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밀집 지역에서 벗어난 ‘나 홀로’ 지식산업센터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임차인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투자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구로·가산·영등포·강서·성수 등 기존 업무 밀집 지역을 택해야 임대나 매매 시 훨씬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타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김 팀장은 “임대 수익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5년 이상 중·장기적인 투자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식산업센터는 오피스텔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상가처럼 매매가 활발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대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장기 임대차 계약이 가능한 입주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 신생 업체보다 3~5년간 꾸준히 매출을 기록 중인 기존 업체에 임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영 상태가 안정적인 기업과 장기 계약해 공실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기반의 벤처 기업보다 제조업 기업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은 서울 외곽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제조 특화형 지식산업센터 ‘삼송 테크노밸리’를 분양하고 있는 대우건설 관계자는 “입주 기업들이 고가의 장비나 물류 등을 이전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사옥 근처에 기숙사까지 계약하는 곳도 많아 쉽게 회사를 옮기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임대 수익업자들이 이 점에 메리트를 느끼고 분양을 문의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식산업센터 자체의 경쟁력을 판단해야 한다. 최근 분양 중인 지식산업센터들은 화려한 외관과 첨단 시설 때문에 주상복합 아파트인지 공장 건물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입주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것인데, 내부 시설과 마감재뿐만 아니라 조경, 공원, 옥상, 주차장 규모, 관리비용 등을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빌딩 관리 회사가 사무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문정동
끝으로 분양 가격이 주변 시세와 비교해 적당한지 따져야 한다. 지식산업센터의 분양가가 오피스텔에 비해 저렴한 것은 지가·공사비 등이 낮기 때문인데, 가격이 지나치게 낮거나 높다면 그 이유를 알아봐야 한다. 지식산업센터는 대개 특정 지구에 몰려 있기 때문에 근처 건물의 공실률, 임대료 수준을 비교 지표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어떤 지역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투자를 원하면 성숙한 시장에 접어든 구로·가산 등을 택하라고 조언했다. 부동산114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구로의 임대 수익률은 7.3%, 가산은 7.2%로, 서울 전체 평균인 7.6%와 비슷하며 지난 3년간 수익률이 7% 이상 꾸준하게 유지되는 양상을 보였다. 광교·판교 등도 떠오르는 투자처다. IT 관련 대기업들도 최근 이곳으로 사옥을 옮기면서 산업 지구를 형성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대규모 주거단지가 형성돼 있어 출퇴근이 가능한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이 부근에 사무실을 얻으려는 중소기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가장 핫한 지역은 강남권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문정동 ‘현대지식산업센터’로 임대 사업에 관심이 높은 슈퍼리치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김 팀장은 “강남권에 자리한 덕분에 입지가 우수하고 주변 오피스텔의 수익률도 높은 편이며 위례신도시 분양 성공 등도 호재”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강남 프리미엄 때문에 분양가 거품 위험이 있고 일시적으로 물량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며 “단순히 강남이니까 잘될 것이란 환상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중소기업의 입주로 장기 계약이 가능하지만 한 번 공실이 생기면 손실이 제법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부동산 전문가인 칼럼니스트 아기곰(필명)은 “주거용 부동산은 경기가 좋든 나쁘든 들어가 살 집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기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사무실은 경기에 매우 민감하다”며 “경기가 급랭하면 공실이 대거 발생하고 이에 따라 수익률이 떨어지거나 아예 수입 자체가 없어진다. 게다가 관리비는 계속 나가야 하니까 이중 손해가 발생한다”고 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민간 임대 사업자에게 임대를 허용하게 되면 기존 지식산업센터 매매자에게 주어진 세제 혜택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가 약속하긴 했지만 개인 임대업자의 진입에 대한 명확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도 현재로서는 불안 요소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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