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해먼드 SKK GSB 교수의 ‘조직 관리와 조직 혁신’

사람들은 속해 있는 조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는 사회·단체·기업을 통해 다양한 조직을 경험한다. 하지만 조직이 실제로 가진 특성과 그에 따른 갈등을 이해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스스로가 속한 조직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책임감을 느끼며 지낼까.

조직은 경영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다. 여기 소개하는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했던 두 팀의 이야기는 조직을 이해하는 데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1996년 인도 북동쪽에 자리한 에베레스트 산에서 30개의 원정대가 세계 최고봉을 정복하기 위해 출발한다. 그중 랍 홀을 중심으로 구성된 어드벤처 컨설턴트(Adventure Consultants) 팀과 스콧 피셔를 중심으로 구성된 마운틴 매드니스(Mountain Madness) 팀이 상업 등반을 진행한다. 두 팀은 리더를 포함한 2명의 가이드, 8명의 고객, 7명의 셰르파(짐꾼)로 구성됐다. 그들은 등정 과정에서 각 캠프별로 자원·의사결정·리더십·동료애·외부환경 등의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다.


등반대장의 리더십 스타일 서로 달라
어드벤처 컨설턴트 팀은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리더인 랍 홀의 지시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팀원들은 리더의 상업성을 고려해 구성했으며 100% 등정이라는 목표를 내세워 모집했다. 이 팀에 속한 고객들은 팀원들 간의 협력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상태로 리더의 결정에 의존해 등정한다. 이에 비해 업계 후발 주자인 마운틴 매드니스 팀의 리더인 스콧 피셔는 팀을 운영한 경험은 부족한 편이지만 팀원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세우는 것을 강조한다. 리더십이 강하지 않은 리더와 가이드들로 구성됐지만 팀원들은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직업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했던 두 원정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구성과 직면하는 위험들이 현대사회의 조직과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두 원정대의 단계별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봄으로써 조직의 목표 설정 방식과 그에 따른 위험에 대응하는 방식 및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조직의 문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전략적·문화적·정치적인 세 가지 관점으로 분석해 봤다.

3가지 관점을 통한 조직 분석 방식은 토마스 코칸(Thomas Kochan), 데브라 안코나(Debra Ancona), 존 반 마넨(Jon Van Maanen), 존 캐롤(John Carroll) 등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로안(Sloan)의 교수들이 개발했으며 이는 MBA 학생들이 배우는 조직 이론의 기반이 되고 있다.

조직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조직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조직의 문제를 단순하게 바라보고 단정 짓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략적·문화적·정치적인 관점은 균형적이고 통합적인 분석을 제공하고 조직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3가지 관점은 인간 본성, 조직의 의미, 이해관계인들 사이의 권력과 같은 사회과학적 방식에 기반을 두고 있기도 하다.

3가지 관점에서 바라본 등정 실패의 과정과 원인은 무엇일까. 어드벤처 컨설턴트 팀은 강한 리더십에도 불구하고 리더와 대부분의 팀원이 생존하지 못하거나 중도 포기했다. 마운틴 매드니스 팀은 리더의 목표 제시 실패에도 불구하고 좀 더 많은 인원들이 생존한 채 하산했다. 불행하게도 두 팀 모두 리더는 생존하지 못했다.

1)전략적 관점 : 조직에서 구성원들의 역량 배치는 효율적인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어드벤처 컨설턴트 팀은 상업 등반의 목표를 좀 더 기업의 이익에 집중하면서 등반에 대한 위험을 간과했으며 구성원 간의 연계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채 집단을 구성했다. 또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리더와 그를 따르는 팔로워 형태의 조직 형태로 의사결정이 이뤄져 리더 그룹만이 목표를 정확히 이해할 뿐 하위 그룹과 소통하지 못했다. 이는 나중에 리더를 잃은 상태에서도 팀원들 간의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요인이 된다.

마운틴 매드니스 팀은 에베레스트 등정이라는 목표가 단지 기업 차원에서가 아닌 구성원 모두의 목표라는 것을 공유하고 리더와 팀원이 협력 관계라는 것을 인식했다. 초반에는 리더 그룹의 비전이나 해결책 제시가 미흡해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리더 그룹이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팀원들의 자발성이 발휘됐고 협력적 자세로 목표에 다가가고 위험에 대응했다.

2)문화적 관점 : 두 팀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신생 조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었다. 어드벤처 컨설턴트 팀의 구성원들은 개인적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조직의 위압감 때문에 표현하지 못해 상황이 더욱 악화됐고 이는 등정 실패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장기적으로는 동료애(fellowship)의 결여로 이어져 극한의 상황에서 서로를 도우려고 하지 않는다.

마운틴 매드니스 팀은 리더 그룹인 두 명의 가이드가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 되어 주지 못하고 정상까지 가는 동안 리더인 스콧 피셔 혼자 모든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부담을 진다. 이후 피셔를 비롯한 리더 그룹에 문제가 생겨 팀을 이탈한 하산 상황에서야 팀원들이 서로를 돕기 시작한다.

3)정치적 관점 : 리더와 가이드들 간의 관계, 리더 그룹과 고객 그룹, 셰르파 그룹 간의 관계, 그룹 내 긴장을 일으키는 팀원으로 인한 내부적 갈등은 목표를 향해 함께 움직이는 조직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결론적으로 보면 두 팀 모두 의사결정에서 리더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을 겪었고 팀원들이 개인적인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비효율적인 방향으로 운영됐다. 또한 이러한 개인적인 판단은 팀 내에서 공유되지 않아 팀 전체를 어려움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처럼 조직 구성원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분석해 봄으로써 시사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강한 리더가 사라지자 혼란에 빠져
이 사례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하산 시점이다. 등정하지 못해도 하산해야 한다고 정해 놓은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팀은 해당 원칙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지 못했다. 이는 높은 스트레스와 힘든 상황에 지쳐 편향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절차에 있다고 본다. 상위 관리 조직과 그 아래 많은 팀들은 항상 불안정한 상황의 먹잇감이 되곤 한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사결정의 에러를 없애기 위해 의사결정 프로세스 안에서 균형을 잡고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독려되고 보상되는 문화가 기업 내에 형성돼야 한다.

조직을 구성하는 여러 이해관계인들은 각기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 목표에 따라 서로 다른 행동 방식을 가진다.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는 목표에 대해 충분히 공유하고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공동의 힘이 필요하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 및 작은 집단의 노력만으로 기업의 지속성을 보전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효율적으로 조직을 구성하더라도 서로 간의 협력을 위한 조직 문화는 필수불가결하다.


라이언 해먼드(Ryan A. Hammond) 교수는…


[MBA 명강의 지상 중계] 1996년 에베레스트 등반대의 엇갈린 운명
코넬대 석사학위 취득 후 MIT 슬로언 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머크와 구글에서 HR를 담당했으며 2012년 성균관대 SKK GSB의 교수로 임용됐다. 현재 조직 관리와 조직 혁신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그의 주요 연구 분야는 새로운 노동시장 및 HR 관행에 따른 제도의 발전 및 형성 과정이다. 현재 연구 중인 주제들은 다국적기업의 지식 공유, 현대 직업 내 성차별의 역학 등이다.


정리 마영정 SKK GSB 석사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