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환율은 어떻게 될까. 이런저런 요인들이 상계돼 지난 1년간처럼 1050원과 1150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할까. 아니면 테이퍼링에 따른 신흥국 불안의 여파를 받아 환율이 급등할까.


전대미문의 양적 완화로 아직까지도 역사상 가장 많이 풀려버린 달러와 그 달러를 이제는 덜 풀겠다는 테이퍼링, 계속되는 경상수지 흑자와 신흥국 불안, 아베노믹스, 우크라이나 사태 등 환율 및 금융시장 전반에 각기 반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요소들이 혼재하고 있다. 정부도 하루는 한국 경제가 다른 신흥국과 다르니 문제없다고 하고 또 하루는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며 주말에도 대책 회의를 한다.

과연 환율은 어떻게 될까. 이런저런 요인들이 상계돼 지난 1년간처럼 1050원과 1150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할까. 아니면 테이퍼링에 따른 신흥국 불안의 여파를 받아 환율이 급등할까. 아니면 양적 완화 축소에도 불구하고 이미 풀린 달러와 엔화로 원화는 완만한 강세를 보일까(적어도 원화의 급격한 강세만은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현시점에서 그 방향과 진폭을 알 수는 없다. 이런저런 가정을 단 해설이나 전망은 가능하겠지만 여러 정치·경제적인 변수가 얽혀 있어 큰돈을 걸라면 어느 쪽으로 얼마나 움직일지 판단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믿음은 더 가겠지만 많은 사례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가장 유명한 예로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들이 모여서 만든 LCM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까지 미국 금융시장 역사상 가장 크게 파산했듯이 그 어느 누구도 금융시장의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그러면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 같은 사람들의 예측은 믿을 수 있지 않을까. 글쎄. 워런 버핏은 1, 2년씩 경영 계획을 세우는 대부분의 기업들과 전망의 타임 프레임 자체가 다르다.

조지 소로스 역시 최고·최악의 해의 차이가 너무 커 그의 전망을 최악의 해에 믿었다가는 큰일이 난다. 유명한 격언 ‘파생 상품은 자본시장의 코카인이다’는 다름 아닌 조지 소로스가 엔화의 방향성은 적중했지만 진폭을 잘못 예측해 엔화 거래에서 천문학적인 손해를 보고 나서 한 말이다.

그래도 국내 시장을 연구하는 기관은 다르지 않을까. 아니다. 작년 초 환율이 곧 1000원대가 깨진다고 난리가 났었던 1월 중순에 중소기업중앙회와 외환에 특화된 은행이 공동으로 환율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대규모 설명회를 열었다. 그 이후 환율은 어떻게 됐을까. 주최 측의 좋은 의도와 다르게 이때 환율 1055원 대를 저점으로 그 후 환율은 6월까지 1160원까지 10%나 상승한다.

위의 사례들처럼 환율 헤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환율 헤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환율의 방향과 진폭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올바른 환율 헤지의 출발은 ‘앞으로 환율이 오를까 내릴까’가 아니라 우리 회사 경영에 큰 위기를 가져올 환율 범위는 얼마인가’에서 출발해 환율에서 오는 경영상의 위험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업들이 꼭 환율 예측의 위험성과 헤지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환율의 하락 전망에 기초한 대규모 거래로 벌어졌던 KIKO 사태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와 금융 위기 때 치솟는 환율을 무방비 상태로 맞이했던 일들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제 산책] 더 중요해진 환율 헤지
정지홍 RHT 대표이사
1973년생. 2000년 미 웨스트버지니아 주립대 수학·컴퓨터공학 전공. 2006년 시카고대 대학원 금융수학 전공. 2001년 미 필립스그룹 메드퀴스트 근무. 2006년 KB국민은행, 엑센추어 근무. 2011년 리스크헷지테크놀러지 대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