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SKK GSB 알렉시오스 것소포울로스 교수의 ‘경쟁 전략’
현재 자기 사업이 긍정적인 환경에 있는가 아니면 가혹한 상황에 처해 있는가. 만약 현재의 사업이 이익을 창출해 내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를 포기해야 할까. 아니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사업을 진전시킬 수 있을까.비즈니스에서 지속적이고 우수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경쟁이 심한 비즈니스 분야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래서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이론적 분석 기술이 요구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석학 마이클 포터 교수가 주장한 ‘5가지 산업 분석 이론(Five Forces)’은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도구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들이 속한 산업 환경을 생각할 때 해당 산업이 상승기·정체기·하강기 중 어디에 속하는지, 산업의 전체 구도를 흔들만한 새로운 기술이 있는지, 이 산업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에 중점을 둔다.
이에 대해 포터 교수는 모든 요인들이 회사를 위해 좋을 수도, 또는 나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요인들에 집중하기보다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5가지 경쟁 요소에 대해 고려해 볼 것을 강조한다.
마이클 포터의 ‘5가지 산업 분석 이론’
5가지 경쟁 요소 중 첫째는 ‘신규 진입자의 위협(Threat from new entrants)’이다. 특정 시장에 신규 진입자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다면 경쟁자가 많아지므로 기존 기업들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 분야라면 신규 진입자의 위협은 줄어든다. 이러한 위협을 줄이기 위해서는 진입 장벽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둘째, ‘공급자의 협상 능력(Supplier power)’이다. 높은 협상력을 갖춘 공급자들은 구매자들의 이익을 압박할 수 있다. 반대로 거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싼값에 제품을 제공해 주는 공급자를 찾을 수 있다. 셋째, ‘구매자의 협상 능력(Buyer power)’으로, 공급자의 협상 능력과 대칭되는 개념이다. 힘이 센 구매자들은 공급자들의 이윤을 낮출 수 있다. 거대 기업은 수직 계열화를 통해 필요한 산업을 통합함으로써 구매자의 협상 능력을 키우기도 한다. 대체재의 위협(The threat of substitutes) 또한 고려해야 할 경쟁 요소다. 대체재가 많거나 비슷한 상황에서는 전환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자의 힘이 커지고 공급자의 이익이 감소한다. 마지막 다섯째는 ‘기존 경쟁자들 간의 경쟁(Rivalry among existing competitors)’이다. 유사한 서비스나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기업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인이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가격 경쟁, 광고·홍보 전쟁, 경쟁 제품 출시와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경쟁의 강도가 산업의 수익성을 좌우한다.
그렇다면 이 강력한 이론을 어떻게 실제 산업에 적용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위와 같은 경쟁 요소들의 영향력이 강한 상태에서는 사업을 유지하기가 힘들고 반대로 이러한 경쟁 요소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에서는 높은 이익을 내는 경향이 있다.
환경적으로 어려운 산업이면서 이런 상황을 타개한 사례를 살펴보자. 대표적으로 경쟁이 심한 산업 중 하나가 항공 산업이다. 항공 산업은 해당 산업에서 벗어나는데 드는 비용이 높고 경쟁이 가격만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며 상대적인 차별성이 없는 경쟁 회사들로 특징 지어진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공급자로서 높은 협상력을 가지고 있고 구매자들은 낮은 전환 비용을 무기로 기업을 압박한다. 새로운 도전자들에게 해당 산업은 비용이 많이 들며 복잡한 환경임에도 새로운 회사들이 계속해 투자한다. 또한 국내와 단거리 비행에는 자동차나 기차와 같은 다른 대체재가 존재한다. 다행히 장거리 비행에는 대체재가 적은 편이다.
그러면 사우스웨스트항공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사우스웨스트항공은 1971년 미국 댈러스의 러브필드에서 시작한 작은 항공사다. 거대 항공사들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주요 공항들을 거치지 못하도록 방해함으로써 신규 항공사에 불리한 상황을 조성했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 같은 불리함을 강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비용 효율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기본 전략을 세웠다. 기존의 다른 항공사들은 공급 항공기를 중심으로 작은 도시들은 중심 도시로 연결하는 방식인 ‘대도시 거점 노선 운항 방식(hub-and-spoke system)’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에 비해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지점 간 방식(point-to-point system)’으로 도시들을 연결했다. 이 방식이 규모가 작은 공항에는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혜택을 얻게 됐다. 왜냐하면 작은 공항들은 덜 붐비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를 통해 출·도착 지연을 줄여 게이트 임차료를 낮추고 1일 비행기 운항량을 늘릴 수 있었다. 또한 승객들은 검색과 체크인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비용 절감에 대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고민은 또 다른 운영 효율을 이끌어 냈다. 다른 항공사들과 달리 보잉 737 기종만 사용해 유지·보수 비용과 효율적인 시간 배치가 가능했다. 또한 재탑승 시간을 단축한 것도 주요한 성공 요인이다. 소규모 공항의 지점 간 방식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직원들이 승객들의 재탑승을 위해 빠르게 움직였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파일럿들도 비행기의 정리를 도왔다.
이렇게 직무와 직급에 상관없이 서로를 도울 수 있는 문화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독특한 문화에서 기인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직원들을 내부 고객으로 바라보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고 모든 직원을 동등하게 대한다. 또한 직원들이 일하기에 즐겁고 편안한 곳으로 느낄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좋게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한다. 이는 직원들이 편안하다면 더 많이 웃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임원진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언급된 모든 요소들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강점들을 만들어 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경쟁사들에 비해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방식들은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과 인사관리(HR) 정책을 통해 경쟁 우위적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방에 실패한 경쟁사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낮은 비용이라는 가격 전략을 통해 시장의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점차적으로 해당 산업의 환경을 바꿔 놓았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직원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객에게 가벼운 농담을 하고 친근함을 보이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비행기 예약을 변경하고자 할 때 어렵지 않게 재예약을 가능하게 했고 보너스 항공권을 제공했다. 이러한 항공사의 노력은 단지 고객에게 저렴한 항공이 아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가 항공이라는 인식을 줬다. 심지어 유나이티드항공이나 델타와 같은 고가 정책의 경쟁사들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평판을 가질 수 있었다.
많은 경쟁사들이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모방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렇다면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성공은 운영 효율성과 저가 항공 영역의 선점 효과만이 아닐까. 알렉시오스 것소포울로스 교수는 이런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경쟁사들의 모방 실패는 제대로 된 모방이 아니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비용적 측면뿐만 아니라 항공 여행의 경험적 측면을 변화시켰다. 또한 모든 고객들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라 특정 고객들에 집중한 점이 또한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경쟁사들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경쟁 우위 중 일부만 채택해 오래된 기존 시스템에서 사용하려고 했다. 이러한 시도들은 전략의 모호성을 가져와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다.” 알렉시오스 것소포울로스 교수는…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에서 MBA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스페인에 있는 IE 비즈니스 스쿨에서 부교수로 지냈으며 보스턴 경영대에서 박사후 과정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SKK GSB에서 새로운 산업의 발생과 기업이 산업 단계별 진화로 겪는 위험과 기회에 대해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정리 = 요하네스 난츠 성균관대 SKK GSB MBA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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