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구매자-공급자 협상에 문화적 차이가 미치는 영향’

Based on “The impact of cultural differences on buyer-supplier negotiations: An experimental study” by Dina Ribbink and Curtis M. Grimm (2014, Journal of Operations Management, 32(3), pp. 114~126)
[저널 리뷰] ‘고맥락’ 한국인과 ‘저맥락’ 미국인이 만날 때
연구 목적
글로벌 경제 속에서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전 세계의 파트너와 협상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문화적 차이가 행동과 상황을 이해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기업들이 깨닫기 시작하면서 장기적이고 성공적인 상호 교류를 이끌고 오해를 줄이기 위해 문화적 차이를 분별하기 시작했다.

디나 리빙크 미국 웨스턴대 교수와 커티스 M. 그림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는 ‘저널 오브 오퍼레이션스 매니지먼트’ 최근호에 ‘구매자-공급자 협상에 문화적 차이가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고맥락 문화(high context culture)’와 ‘저맥락 문화(low context culture)’를 구분하면서 구매자-공급자 협상에서 문화적 차이가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특히 공동의 이익에 문화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관계적 관점’과 ‘거래 비용 경제학’을 토대로 삼았다.


연구 대상
연구는 두 가지 질문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구매자와 공급자 사이의 문화적 차이가 공급망 협상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공동의 이익을 감소시키는지와 문화적 차이가 공동의 이익 추구를 위한 협상 전략과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지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관계적 관점과 거래 비용 경제학을 이론적 토대로 삼았다. 관계적 관점은 자원 기반 관점에서 확장된 이론으로, 기업이 다른 기업과 관계를 통해 경쟁력 있는 자원을 가장 잘 개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관계적 관점에 따르면 구매자와 공급자의 친밀하고 협력적인 관계는 지속적인 경쟁 우위의 핵심이다.

반면 거래 비용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는 구매자-공급자 관계를 대립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협상이 발생시키는 비용과 문제를 강조했다.

국제적인 구매자-공급자 관계에서 문화적 차이는 두 이론과 접점에 있다. 특정 기업이 협상을 펼치는 타 기업과 문화적 차이가 없다면 그 특정 기업은 관계적 관점을 도입해 협력적 관계가 지니는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할 것이다. 그러나 두 기업 간의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면 거래 비용 경제학에 따라 대립적인 관계를 적용하게 된다.

저자들은 문화적 차이를 규명하기 위해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분류한 저맥락 문화와 고맥락 문화를 적용했다. 저맥락 문화는 상대방과 직설적이고 명료한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의 목표와 기대치를 결정하고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구체적인 질문을 선택하는 것이다. 반면 고맥락 문화는 우회적이며 문맥에 의존한다. 미국과 북유럽은 저맥락 문화를, 아시아와 남미는 고맥락 문화를 가졌다.

이 연구는 관계적 관점과 거래 비용 경제학 이론을 통해 문화적 차이가 공동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인 것과 간접적인 것으로 나눠 두 모델에 대한 가설 검증으로 진행했다. 모델 I에서는 문화적 차이가 공동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 모델 II에서는 ▷문화적 차이가 협상 전략에 미치는 조절 효과를 통해 협상 전략이 공동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 ▷문화적 차이가 신뢰에 미치는 조절 효과를 통해 신뢰가 공동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으로 나눠 문화적 차이의 간접적인 영향을 검증했다.


연구 방법
연구를 위해 연구진은 미국 유명 경영전문대학원(MBA)에 재학 중인 78명의 학생을 선정했다. 이들 학생이 구매자와 공급자 역할을 각각 맡도록 해 협상의 상황을 연출했다. MBA 학생 중 다양한 국적과 시민권을 지닌 표본을 선정했다. 78명 전체의 인원 중 60.3%, 구매자 역할을 맡은 학생의 61.5%, 공급자 역할을 맡은 학생의 59%가 저맥락 문화를 가진 미국에서 태어났다. 그 외 학생들은 대부분이 고맥락 문화를 가진 아시아에서 태어났다. 59%의 학생들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파트너와 협상을, 나머지는 동일한 문화적 맥락의 파트너와 협상했다. 구매자와 공급자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세 개의 다른 제품의 가격에 대해 협상을 하도록 했으며 서로 다른 가격 테이블과 그에 따른 보상이 제공됐다. 협상이 끝난 후 개개인은 판매하고자 했던 제품의 품질(고품질 또는 저품질)과 신뢰의 수준, 협상 중에 인식된 파트너의 협상 전략에 대해 응답했다.


연구 결과
이 결과 동일한 문화적 맥락을 가진 참여자보다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의 참여자 사이에서 공동의 이익이 감소된다는 결론이 모델 I을 통해 도출됐다. 이는 차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기회주의적 행동의 위험이 커진다는 거래 비용 경제학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문화적 차이는 협상 참여자 간의 교류 과정에서 이뤄지는 판단에 오해와 오류를 야기해 상대방 행동의 신호를 잘못 인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문화적 유사성은 정확한 정보의 교환을 통해 그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관계적 관점 또한 연구 결과를 설명한다. 구매자-공급자 관계에서 참여자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인식되는 상대방에게 추가적인 정보 제공을 꺼리게 된다.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문화적 차이를 가진 자보다 동일한 문화 배경을 가진 자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모델 II에서 나타난 결과에 따르면 문화적 차이가 공동의 이익에 대한 협상 전략과 신뢰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먼저 협상 전략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협상자 간의 문화적 차이가 있을 때 참여자는 본인이 이기적으로 인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협력적인 협상 전략을 선택해 공동의 이익을 증대시킨다.

하지만 동일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참여자는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므로 특정 사안에 대해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같은 문화적 배경을 가진 경우 오히려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견을 보다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피력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에 따라 동일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참여자들은 공격적인 협상 전략을 통해 높은 이익을 달성하는 결과를 보였다.

또한 동일한 문화적 맥락을 가진 협상자 사이에서 신뢰가 구축되기 용이함에 따라 이들 사이에서 공동의 이익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래 비용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문화적 차이가 있는 협상자 사이에 불확실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신뢰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사점
미국과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여러 국가의 주요 무역 거래국이며 또한 문화적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중국은 고맥락 문화를, 미국은 저맥락 문화를 가졌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는 상호 이익을 획득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문화적 차이가 주는 시사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 연구의 결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이론적으로 기여했다. 첫째, 구매자-공급자 관계에서 대비되는 두 이론(관계적 관점과 거래 비용 경제학)을 통해 공동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했다. 둘째, 글로벌 공급망의 구매자-공급자 관계에 문화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국제적인 운영 관리 연구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주제를 이론으로 정립했다. 물론 연구의 한계도 있다. 연구 대상을 특정 분야의 종사자가 아닌 MBA 학생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동일한 MBA 프로그램에 속해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다. 또한 문화를 단일 요인으로 간주해 연구했다. 마지막으로 협상 파트너 간 교류의 빈도, 관계 내력, 서로에 대한 헌신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잠재적 요인을 포함하지 못했다. 향후 이러한 요인들이 문화적 차이와 함께 융합돼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파라 삼정KPMG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farrahlee@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