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일럽 체 성균관대 SKK GSB 교수의 ‘브랜드 관리’

브랜드가 오랜 시간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기호, 취향이나 환경적 요소의 변화에 따라 때때로 제품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를 브랜드 재포지셔닝 혹은 리브랜딩이라고 부른다.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재포지셔닝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미국 의류 브랜드 ‘에일린 피셔(Eileen Fisher)’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에일린 피셔는 창업자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미국의 의류 브랜드로, 1984년 단돈 350달러의 자본금으로 시작했다. 1950년생인 창업자와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여성을 주 타깃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고, 특히 상류층 여성 고객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늙어가는 브랜드에 ‘젊음’을 어떻게 도입할까
에일린 피셔가 지향하는 디자인과 철학은 확고했다. 화려하기보다 단순한 디자인에 이슬람 여성들의 부르카를 연상시키는 넉넉한 라인, 편안하지만 스타일리시한 옷들은 비즈니스 캐주얼로서 손색이 없었다. 또 에일린 피셔는 ‘리얼 피플(Real people)’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기 원했다. 패션쇼에서 화려하게 이목이 집중되는 브랜드를 원한 것이 아니었기에 한 번도 패션쇼를 열지 않았고 패션 잡지에 광고하는 것도 삼갔다. 심지어 모델들에게도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기 위해 메이크업을 최소로 하고 하이힐 대신 낮은 굽의 신발을 신게 하고 촬영이 끝난 후에는 포토샵으로 손을 대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 또한 에일린 피셔는 강한 환경보호 정책을 세우며 친환경 소재로 옷을 만들고 옷 제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회사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에일린 피셔 브랜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984년 350달러로 문을 연 회사는 2003년 1억5000만 달러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두터운 브랜드 선호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일린 피셔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가 있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핵심 소비자 층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도 함께 노쇠해지고 넉넉한 풍채의 여성들‘만’을 위한 브랜드로 전락해 버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경제 침체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2009년 에일린 피셔는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전략적인 브랜드 재포지셔닝을 해야만 했다.

브랜드 확장과 재포지셔닝을 하기 위해 에일린 피셔는 고객의 니즈부터 다시 파악해야 했다. 고객들은 에일린 피셔의 디자인을 너무 ‘오래된 것(올드)’으로 느끼고 해당 브랜드 자체를 ‘너무 성숙한 패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의 철학을 지키기 위해서는 ‘젊음’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브랜드를 재포지셔닝함으로써 현재의 고객들을 잃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타깃 층만 고려한다면 더 이상 브랜드의 성장과 발전은 없어 보였다. 과연 어떠한 타깃을 공략하는 것이 브랜드를 회생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에일린 피셔는 브랜드를 재포지셔닝하기 위해 고객군에 변화를 가져와야 했다. 당시 에일린 피셔는 3가지 선택지 있었다. 첫째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50세 이상의 여성들을 공략하는 것이었고 둘째로는 현재 에일린 피셔의 주 소비층인 트렌디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30~40대의 직장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계속해 마케팅을 하자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젊은 2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해 더욱 트렌디하고 몸에 딱 맞는 옷을 제작하자는 것이었는데 이 연령대의 여성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낮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에일린 피셔는 타깃 층의 연령대를 확장함으로써 특정 세대만을 위한 브랜드가 아니라 올드앤드영(old and young), 즉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패션 브랜드로 거듭나기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고객인 중년 여성 외에 젊은층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

우선 젊은층이 원하는 디자인의 옷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대로 에일린 피셔는 넉넉한 라인이 특징이었지만 몸매를 드러내는 제품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이를 강조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 재포지셔닝을 통해 ‘핏’이 살아 있는 옷들이 엘린 피셔의 광고나 매장 디스플레이의 전면에 걸리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편안함이 강조되는 옷뿐만 아니라 슬림한 라인에 몸매를 드러낼 수 있는 옷들도 있다는 점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의 변화는 에일린 피셔가 딸과 어머니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전 세대 여성을 위한 옷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서브 브랜드 전략이 효과적일 수도
또 에일린 피셔는 새롭게 등장한 소셜 미디어 채널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활용해 20~30대 여성들과 소통하려고 했다. 광고 매체나 모델에도 변화가 있었다. 하이힐을 신고 립스틱을 칠한 런웨이에서 볼 수 있는 패션 모델들을 광고에 등장시킨 것이다. 또한 보그와 스타일 같은 20~30대 여성들이 즐겨 보는 패션 전문 잡지에도 광고를 시작했다.

세대를 아우르기 위한 대대적인 브랜드 재포지셔닝의 결과는 어땠을까. 2010년 에일린 피셔는 3억1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2012년에는 3억6000만 달러로 성장세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에일린 피셔의 사례는 브랜드 재포지셔닝이 단지 기업의 로고나 제품 디자인의 변화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에일린 피셔는 브랜드를 재포지셔닝하기 위해 대대적인 혁신을 꾀했지만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브랜드 정체성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옷에 쓰이는 면 소재의 70% 이상을 유기농 면을 통해 얻고 있고 무분별한 자원 낭비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들이 입은 제품을 기부하면 옷 1벌에 5달러의 할인권을 제공하는 재활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09년 이후 지난해 5월까지 약 60만 벌의 옷을 세계 곳곳의 여성들에게 기증할 수 있었다.

또 에일린 피셔는 브랜드 이름을 그대로 고수했다. 브랜드 재포지셔닝에서 브랜드 이름은 중요한 고려 요소다. 기존 브랜드를 짐작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브랜드 이름을 지을 것인지 아니면 서브 브랜드로 제품을 론칭하는 것이 더 효과가 클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존 브랜드의 후광을 입음으로써 얻는 긍정적인 효과와 또는 해당 브랜드에 고착된 이미지를 새 브랜드에 지속시킬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브랜드 재포지셔닝이 보다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4가지 마케팅 믹스 요소를 꼭 고려해야 한다. 첫째 요소는 상품 전략이다. 재포지셔닝의 방향에 맞춰 더욱 다양한 의상을 디자인해야 하며 얼마나 많은 부류의 의상들을 포함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둘째로는 판매 장소를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타깃을 고려해 매장을 어디에 둘지, 또한 다양한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끔 매장에 상주하는 직원들을 교육하고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제품의 가격을 어느 정도로 맞춰 출시해야 하는지 고려해야 한다. 현재 출시된 제품의 가격을 낮출 것인지, 아니면 저렴한 가격의 새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포지셔닝을 통해 탄생한 새 브랜드나 제품을 고객들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린 연령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해당 타깃에 인기 있는 유명 인사를 모델로 고용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디지털 세대들에게는 TV나 라디오와 같은 기존 매체보다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MBA 명강의 지상 중계] 에일린 피셔 사례서 배우는 리브랜딩 법칙
케일럽 체(Caleb Tse) 교수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홍콩대와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취득했으며 홍콩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마케팅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략 마케팅’, ‘중국 마케팅’, ‘마케팅 관리’ 등을 강의한다.


정리 안수진 성균관대 SKK GSB MBA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