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의 신형 3세대 카니발…수입차 공세 속 한국차 저력 과시

[시승기] 실용성 극대화한 ‘팔방미인’
기아의 3세대 카니발의 돌풍이 거세다. 1세대, 2세대 모두 베스트 셀링 카였고 최근 패밀리 카로서 미니밴 수요가 점점 증가하면서 신형 카니발의 인기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지난 5월 사전 계약을 시작한 카니발은 8월 초까지 총 2만2000대가 계약을 마쳐 기아차가 올해 세운 판매 목표인 2만7000대를 조기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2684대 판매 후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 시작된 7월에는 8740대로 판매량이 3배 가까이 늘며 카니발 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기록적인 판매량 덕분에 출시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도로에서 신형 카니발이 쉽게 눈에 띈다.

카니발은 팔방미인이다. 다목적 차량(Multi-Purpose Vehicle)이라는 카테고리처럼 카니발이 있다면 여러 가족이 놀러 가기도, 넓은 공간으로 귀빈을 모시기도, 캠핑 장비 등 짐을 가득 실어도, 학원 차량 등으로 셔틀버스로 이용하기에도 카니발은 유용하다.

카니발은 공간 활용성을 높여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앞선 모델은 3열로 9인승이었지만 신형은 팝업 싱킹 시트를 포함해 4열 구조다. 3열 시트백에 있는 띠를 당기면서 내리 누르면 플로어 아래로 4열이 사라진다. 그 덕분에 적재 용량은 546리터로 이전 4열 모델 261리터의 두 배가 된다.

카니발은 힘과 덩치가 위협적이지만 감성적이다. 차체 중량에 비해 조용하고 부드럽게 가속된다. 발끝의 섬세한 움직임에도 생각한 대로 움직여 준다. 오르막길에 급가속을 시도했다. 큰 차들은 요란하게 RPM만 올라가며 속도가 일반적으로 잘 붙지 않지만 카니발은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가속됐다. 카니발 엔진은 R 2.2-VGT로 2199cc 직렬 4기통 DOHC 커먼레일 터보 디젤로 그랜저 디젤에 탑재된 것과 같다. 최고 출력 202마력, 3800 rpm, 최대 토크 45.0kg·m, 1750~ 2750rpm을 발휘한다.


고급 옵션에도 경쟁 모델보다 저렴
디젤차지만 소음도 이전 모델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운행 중 클래식 CD를 틀었는데 엔진음·풍절음에 간섭받지 않고 넓은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선율이 마치 공연장을 방불케 한다. 안전·편의 장치도 여느 고급 세단에 못지않다. 전복 감지 사이드·커튼 에어백을 비롯해 후방 카메라, 차량을 위에서 쳐다보는 듯한 어라운드 뷰, 후측방 경보 시스템, 차로 방지 경고 등 웬만한 안전장치는 카니발에 다 있다. 그리고 자동 슬라이드 측면 도어, 차량 내부 곳곳의 수납공간, 뒷좌석의 USB단자와 220V 콘센트 등은 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연예인 차로도 손색이 없다. 보통 기본적인 옵션만 적용되는 미니밴 카테고리에서 생각지도 못한 고급 옵션이 집결돼 있어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카니발의 마지막 한 방은 바로 가격과 연비다. 미국·일본 제조사의 동급 경쟁 차종은 5000만 원대지만 카니발 9인승 모델 2990만~3630만 원, 약 2000만~1500만 원이 저렴하다. 또한 수입 경쟁 모델은 가솔린차로 연비가 리터당 8~9km이지만 카니발은 디젤차로 리터당 11.5km다.

경제적 가격에도 기대 이상의 파워·성능, 고급 옵션, 세련된 디자인 등이 한국차의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데 신형 카니발은 밀려드는 수입차 공세 속에 한국차의 저력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기아차는 올해 하반기 미국을 시작으로 중동·중남미·중국 등에 순차적으로 카니발을 출시할 계획으로 해외에서도 돌풍이 기대된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