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전문직 타깃…고속 주행에서도 승차감 놓치지 않아

[시승기] 아슬란, 정숙함 더한 전륜구동의 부활
현대차의 야심작 아슬란이 공개됐다.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니즈를 만족시킬 차”라는 설명답게 많은 부분이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어딘가를 닮아 있다. 특히 디자인적인 면에서 이 같은 의견들이 많은데, 실제로 아슬란의 앞문과 유리창은 그랜저와 호환되고 스티어링 휠은 제네시스와 바꿔 달 수 있다. 차제 후면부도 제네시스를 떠올리게 한다. 전체적으로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인 프루이딕 스컬프처 2.0이 반영돼 절제와 균형미를 보여주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다소 단순하고 투박한 느낌도 든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YF쏘나타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굉장히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받아들여졌다”며 “하이엔드급 모델일수록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오피러스 이후 첫 고급 전륜 모델
시승에 나선 차량은 최고급 사양인 G330 익스클루시브(exclusive) 모델로, 경기도 파주시 자유로를 이용해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을 왕복하는 9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현대차가 내세우는 아슬란의 아이덴티티는 ‘정숙함’과 ‘승차감’이다. 현대·기아차는 오피러스 이후 고급 세단 전륜구동 모델의 명맥이 끊긴 상태였다. 최고급 후륜 모델인 제네시스와 럭셔리 엔트리 모델인 그랜저 사이, 그리고 스포티한 주행을 자랑하는 독일 디젤 모델 가운데 승차감을 강조하는 전륜구동의 수요가 증가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승차감은 퀼팅이 적용된 고급 나파 가죽에서부터 느껴졌다. 제네시스가 운전자를 감싸는 독일 차의 느낌이 강했다면 아슬란은 좀 더 편안함을 강조한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현대차는 40대 초반에서 중반의 전문직 종사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좌석 승차감은 이 같은 설명에 부합한 듯하다. 전체적으로 뒷좌석은 전륜 모델의 특성상 높이가 올라가 오히려 앞좌석보다 승차감이 덜한 느낌이다. 직접 드라이빙을 즐기는 드라이버가 많을 것을 감안한다면 앞좌석의 승차감이 뛰어난 게 나쁠 건 없다.

주행 중 정숙성은 현대차의 자랑대로 탁월했다. 시동이 걸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차 시에는 거의 아무런 소음이나 진동이 느껴지지 않아 엔진이 꺼진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그랜저를 기본 뼈대로 삼았지만 차체가 커지고 중량도 늘어난 덕분에 안정감도 더해졌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다이내믹한 출발 대신 부드러운 가속을 느낄 수 있고 시속 100km 속도 안팎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졌다.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에도 특유의 정숙함이 빛났다. 이중 접합 유리를 사용해 풍절음 등 소음을 잡아내는 데도 성공했다. 속도를 올려 시속 180km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도 이 같은 안정감과 정숙함이 유지됐다.

안전 운전을 위한 사양도 눈에 띈다. 위험 시 진동으로 알려주는 진동 경고 스티어링 휠, 스마트 후특방 경보 시스템, 차로 이탈 경보 시스템, 앞선 차량과의 거리를 유지해 주는 어드밴스트 스마트 컨트롤,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 등이 안전한 운행을 담보한다. 특히 운전석 앞쪽 차창에 떠올라 주요 운행 정보를 알려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전 모델에 기본 장착돼 내비게이션으로 분산되는 시선을 줄여준다. 아쉬운 점은 연비다. 그랜저 뼈대 에 크기는 커지다 보니 복합 공인 연비가 9.5km에 그쳤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