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성으로 재무장한 ‘미니’의 완결판…미니 5도어
‘왜 이제야 나왔을까?’ 11월 초 출시된 ‘미니(Mini)’ 5도어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5도어 모델을 포함한 미니의 가지치기 모델은 크게 9가지나 된다. 3도어·5도어·쿠페·컨버터블·로드스터·클럽맨·컨트리맨·페이스맨·JCW(존 쿠퍼 워크스)가 그것들이다. 미니가 마음에 들지만 사지 못하는 이유는 편의성 때문이었다. 오리지널 미니(3도어)의 뒷좌석은 사실상 사람보다 가방을 놓는 자리였고 뒷좌석이 비교적 넉넉한 클럽맨은 왠지 밴(van)을 타는 느낌이었다. 이런 와중에 5도어가 거의 마지막에 나온 것을 보면 미니의 자존심이 꽤 깐깐했다는 것과 시장과 타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뒷좌석 주인, 가방에서 사람으로
2005년 국내 출시된 1세대 미니의 운전석과 조수석은 생각보다 넓었다. 현재 미니의 전폭(좌우 길이)은 1727mm(최초 모델은 1688mm)로 기아자동차 프라이드(1720mm)보다 크다. 공간이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노면의 충격이 온몸으로 전달돼 1시간 이상 운전하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차저(쿠퍼S의 경우)를 달아 조그만 체구에 무시무시한 파워를 내뿜다 보니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모델로 자리 잡았고 지금까지도 그 전통이 계승되고 있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렸지만 세대를 거듭할수록 시장의 요구를 수용하며 조금씩 절충해 나간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새로 나온 5도어를 얘기하기 전에 올해 초 출시된 3세대 미니(3도어)를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상급 모델인 쿠퍼S는 1세대에서는 1.6리터 엔진에 슈퍼차저를 달았다면 3세대 쿠퍼S는 2.0리터 엔진에 BMW가 자랑하는 기술인 트윈터보를 장착했다. 1세대 미니는 짜내는 듯이 발진했다면 3세대에서는 넉넉한 배기량으로 여유 있게 밀어붙인다. 미니 쿠퍼S의 제로백(0→100km/h 가속 시간)은 6.7초로 1세대(7.7초)에 비하면 1초가 더 빨라졌다.
5도어 모델의 외형을 보면 실용성과 디자인의 절충이라는 과제에 대한 묘수를 잘 찾아낸 것처럼 보인다. 5도어 모델은 3도어 모델에 비해 155mm(쿠퍼S·쿠퍼SD), 161mm(쿠퍼·쿠퍼D) 늘었다. 손 한 뼘 길이도 되지 않지만 실내에서 체감하는 뒷좌석 공간은 이제 성인이 탈 만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필러의 각이 확 기울어져 있어 오리지널 미니에서 느껴지는 앙증맞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D필러가 거의 수직인 클럽맨과는 이 점에서 차이가 난다.
시승한 모델은 미니 5도어 쿠퍼SD다. 디젤엔진의 고성능 버전으로, 가격도 5도어 라인업에서 가장 비싸다(4490만 원). 쿠퍼SD의 장점은 높은 연비(리터당 17.6km)와 빠른 가속 성능(제로백 7.3초)을 겸비했다는 점이다. 현재의 저유가가 조금 더 이어진다고 예상한다면 가솔린 모델(쿠퍼S: 4340만 원)도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디젤에 비해 연비는 뒤지지만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조용하고 조금 더 싸다. 엔트리(최저가) 모델인 5도어 쿠퍼는 3090만 원에 살 수 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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