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래 금맥, 첨단 농업의 최전선을 가다 (3)

임파서블푸드, 밀 단백질 등 섞어 고기 맛 재현

[특별기획] '씹는 맛까지 그대로' 식탁에 오른 인조고기
[레드우드시티(미국)=최은석 기자, 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대규모 공장식 밀집 사육은 인류의 굶주림을 해결했다. 하지만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이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가축의 ‘생산’은 광우병·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감염성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동물 학대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쾌적하지 못한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란 산물은 인간의 몸에 결코 이롭지만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식물성 원료를 활용해 인조고기 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세계적인 주목을 끄는 이유다.
[특별기획] '씹는 맛까지 그대로' 식탁에 오른 인조고기
◆뉴욕 이어 캘리포니아에서 판매 시작

임파서블푸드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레드우드시티에 자리한 스타트업이다.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교수 출신인 패트릭 브라운이 2011년 설립했다. 임직원 130명 중 연구·개발(R&D) 인력이 80명에 달한다.

이 회사는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인조고기(햄버거 패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리카싱 CKH홀딩스 회장 등으로부터 총 1억8200만 달러(약 20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구글이 인수하려다 실패한 회사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특별기획] '씹는 맛까지 그대로' 식탁에 오른 인조고기
‘임파서블 버거’는 지난 1월 뉴욕의 한 식당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7월 27일 한국계 스타 요리사인 데이비드 장(장석호)이 뉴욕 맨해튼에서 이 햄버거를 판매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임파서블 버거는 감자칩 등을 포함해 12달러(약 1만3500원)에 팔린다. 젊은 뉴요커들이 식물성 재료만으로 고기 본연의 풍미를 재현한 임파서블 버거를 맛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특별기획] '씹는 맛까지 그대로' 식탁에 오른 인조고기
지난 10월 12일부터 뉴욕에서만 판매되던 임파서블 버거를 캘리포니아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됐다.

지난 10월 6일 임파서블 버거의 캘리포니아 론칭을 앞두고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임파서블푸드 본사에서 '미디어 데이' 행사가 열렸다. 한국 기자로서는 본지 기자가 단독으로 초청받은 이번 행사장에는 임파서블 버거에 대한 미국 내 관심을 증명하듯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임파서블 버거의 핵심인 패티의 주재료는 물과 밀 단백질, 코코넛 기름, 감자 단백질, 자연 조미료 등이다. 그밖에 자연 재료에서 얻은 헤모글로빈 단백질도 육즙을 재현하는 중요한 재료다. 여기에 소량의 누룩 추출물과 소금, 콩 단백질, 곤약, 아연, 니아신, 비타민B1·B2·B6·B12 등을 추가한다.

레베카 모세 연구원은 “임파서블 버거는 쇠고기로 만든 버거에 비해 95%의 토지 이용 면적을 줄일 수 있고 74%의 물, 87%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기획] '씹는 맛까지 그대로' 식탁에 오른 인조고기
◆닭고기·생선 대체 제품도 개발 계획

이날 행사장에서는 식물성 패티를 만드는 과정과 조리 과정 등이 시연됐다. 패티 제작 과정은 예상보다 간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밀 단백질 등 주재료에 물을 부어 진득하게 만든 다음 누룩 추출물 등을 이용해 각 재료들이 잘 엉겨 붙도록 고루 섞었다. 섞인 재료는 실제 고기와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특별기획] '씹는 맛까지 그대로' 식탁에 오른 인조고기
이어 완성한 패티를 프라이팬에 구웠다. 2~3분 정도 지나자 마치 고기를 구울 때와 비슷한 형태의 기름이 패티에서 새어나오면서 팬을 흥건히 적셨다. 주재료 중 하나인 코코넛 기름이 제 역할을 한 것이다.

패티를 뒤집자 겉면이 노랗게 익은 먹음직스러운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익히기 전보다 더욱 그럴듯해 보였다. 잘 익은 패티를 빵 위에 얹고 토마토와 양파 등을 곁들이자 먹음직스러운 햄버거가 완성됐다.
[특별기획] '씹는 맛까지 그대로' 식탁에 오른 인조고기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었다. 기대 이상이었다. 쇠고기의 부드러운 부분은 물론 힘줄 등 질긴 부분을 동시에 씹는 듯한 즐거움이 입 안에 고르게 퍼져 나갔다. 패티의 향마저도 쇠고기 제품과 유사했다.

만약 눈을 감은 채 맛봤더라면 인조고기로 만든 제품이라는 걸 구별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별기획] '씹는 맛까지 그대로' 식탁에 오른 인조고기
패트릭 브라운 임파서블푸드 대표는 “실제 고기의 분자를 분해하는 과정을 거치며 맛과 질감 등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수많은 연구 과정 끝에 식물 성분만으로도 쇠고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일 조금 더 진화한 임파서블 버거를 만들기 위해 기존 공식을 뒤엎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며 “향후 닭고기·돼지고기·생선·유제품 등을 대체할 만한 식물성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hoies@hankyung.com

시간 내서 보는 주간지 ‘한경비즈니스’ 구독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