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라이프스타일]
은퇴 후 “자녀와 같이 살지 않겠다” 72.4%…주 2~3회 가족과 저녁 식사
[대한민국 50대 리포트] 술 끊은 50대, 홀로 산으로 극장으로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할 일이 많죠. 기업을 이끌어야 하고 부모를 모셔야 하고 자식 결혼도 챙겨야 해요. 어깨는 여전히 무거운데 주변에선 은퇴 준비 안 하느냐고 눈치를 주네요.”(경기도 광명시에 거주하는 50대 김모 씨)

대한민국 50대는 고달프다. 노부모를 봉양하면서 자식 뒷바라지까지 해야 한다. 은퇴 준비는 더 큰 부담이다. 하지만 힘든 티조차 낼 수 없는 것이 50대의 삶이다. 착실히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맡은 소임을 다할 뿐이다. 묵묵히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50대의 일상은 어떨까.

◆ 술자리 아예 없다 37.0%

50대와 술은 오래된 ‘친구’다. 20년 이상 이어진 사회생활 중 많은 시간을 함께해 온 막역한 사이다. 그런데 의외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요즘 50대들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 있었다.

‘1주일간 술자리 횟수’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7.0%가 ‘없다’고 답했고 35.0%가 ‘1회’라고 응답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건전한(?) 다른 취미 생활을 찾는 50대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50대 여성은 술과 아예 절교를 선언할 태세다. 여성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3.0%가 ‘술자리가 없다’고 답했다. ‘5회 이상 술을 마신다’고 답한 50대 여성은 0.8%에 불과했다. 남성은 ‘1회(36.6%)’, ‘2회(23.6%)’, ‘없다(21.0%)’, ‘3회(11.2%)’, ‘5회 이상(4.2%)’, ‘4회(3.4%)’ 순으로 응답했다.

금주 열풍은 경기·인천 지역에서 거세다. 경기·인천 응답자의 41.3%가 ‘술자리가 없다’고 답했다. 반면 강원·제주 지역에는 아직 애주가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회 이상(4.2%)’과 ‘4회(8.3%)’라고 말한 응답자가 모두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술자리가 없다’는 응답자 비율은 직장인(27.7%)보다 비직장인(56.7%)이 2배 이상 높았다. 소득수준별로는 월소득 200만원 미만에서 ‘술자리가 없다’는 응답이 57.8%에 달했다. 50대의 한 남성은 “치솟는 물가와 (월세 등) 주거비용에 술 한잔하기도 겁난다”고 말했다.

◆ 부인과 산책한 기억 ‘가물가물’
[대한민국 50대 리포트] 술 끊은 50대, 홀로 산으로 극장으로
술을 멀리하기 시작한 50대들은 영화 보기·등산·여행·독서·골프·달리기·운동(축구·농구·탁구·볼링 등)·산책·TV시청·낚시·자전거타기·인터넷 검색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장 많이 즐기는 취미 활동은 ‘영화 보기’로, 전체의 27.3%가 응답했다.

남성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 활동은 ‘등산(32.8%)’이었고 여성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 활동은 전체 결과와 같은 ‘영화 보기’(32.0%)‘였다. 여기서 한 가지. 50대 여성에게 함부로 권하지 말아야 할 취미 활동이 있다. 바로 낚시다. 50대 여성 전체 472명 중 취미 활동으로 ‘낚시’를 꼽은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눈길을 끄는 조사 결과는 또 있다. ‘최근 1년 사이 배우자와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한 횟수’를 묻는 질문에 ‘없다’는 응답이 29.5%로 가장 많았다. 여성이 ‘매월 1~2회(26.0%)’라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남성이 ‘없다’(33.4%)‘며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소득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100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매월 1~2회(35.0%)’라는 답변이 많았고 200만원 미만인 저소득자는 ‘없다(44.1%)’는 답변이 많았다. 지역별로는 강원·제주 지역이 눈에 띈다. ‘없다(45.8%)’와 ‘매주 1~2회(12.5%)’라는 상반되는 응답이 모두 전국 1위였다.

◆ 휴가 주면 유럽 여행 가고 싶어
[대한민국 50대 리포트] 술 끊은 50대, 홀로 산으로 극장으로
50대는 대부분이 4인 가족을 구성하고 있었다. ‘함께 거주하는 가족 수’를 묻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43.9%가 ‘4명’이라고 답했다. 이어 3명(25.9%), 2명(14.4%), 5명 이상(9.5%), 1인 가구(6.3%) 순이었다.

1인 가구 비율은 집중할 필요가 있다. 조사 결과, 소득수준이 200만원 미만인 50대는 ‘1인 가구(11.4%)’가 ‘5명 이상(5.3%)’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소득수준이 낮아 혼자 사는 50대가 많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소득수준이 1000만원 이상도 ‘1인 가구(10%)’와 ‘5명 이상(10%)’의 비율이 같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강원·제주 지역이 ‘1인 가구(4.2%)’가 ‘5명 이상(4.2%)’을 따라잡았다.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으려는 싱글 50대가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은퇴 후 자녀와 동거 희망 정도’ 항목에 대해 50대 전체 응답자의 72.4%가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매우 아니다’는 22.4%, ‘아니다’는 50%에 달한 반면 ‘그렇다는’ 13.8%, ‘매우 그렇다’는 2.6%에 불과했다. 나머지 11.2%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성별·나이·지역별로도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50대들이 1주일에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횟수는 평균 2~3회가 34.3%로 나타났다. 남성보다 여성이, 나이는 많을수록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남성은 ‘주 2회(20.6%)’라고 말한 응답자가 많았고 여성은 ‘주 5회(17.6%)’라고 답한 응답자가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50대 후반의 응답자 중 18.2%가 ‘주 5회’라고 말했고 50대 전반의 응답자 중 18.9%가 ‘주 2회’라고 말했다. 50대 전반은 ‘없다’는 응답이 11.0%나 됐다.

한편 대한민국 50대는 한 달간 휴가가 주어지면 무엇이 가장 하고 싶을까. ‘여행’이 76.5%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가족과 시간 보내기(10.8%)’, ‘취미 활동(9.7%)’, ‘은퇴 준비를 위한 공부(2.2%)’, ‘집에서 혼자만의 휴식(0.8%)’ 등이 뒤를 이었다.

여성이 여행에 81.6% 몰표를 준 것에 비해 남성은 여행(71.4%)을 상대적으로 적게 선택하고 ‘가족과 시간 보내기(14.0%)’를 선택했다.

가장 가보고 싶은 해외 여행지로는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9%가 ‘유럽’을 꼽았다. 50대 여성 일부(0.8%)는 ‘남미’도 가보고 싶어 했지만 50대 남성은 아무도 남미를 선택하지 않았다.

소득이 1000만원 이상인 50대는 유럽(40%)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동남아(10%)와 아프리카(10%)의 선호도가 높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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