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스토리]
2017 글로벌 기업 지배구조 : 삼성의 지배구조 해법 찾기
엘리엇 제안은 업계서 나온 유력 방안과 일치…지배력 강화·지배구조 단순화 가능

수면 위로 떠오른 '삼성전자 분할' 시나리오
지난 10월 6일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에 ‘주주 제안’의 형태로 기업 분할을 촉구했다.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나누고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라는 것이 요지다.

이 제안은 금융투자업계에서 흘러나오던 시나리오 중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던 것 중 하나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의 기업 분할을 통해 노리는 것이 무엇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재계 1위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들까지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주주 제안을 통해 확실히 알려졌다.

지난 수년간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최대 화두는 ‘삼성의 변화’였다. 그만큼 삼성의 지배구조가 빠르게 변화했고 ‘1등 기업집단’인 삼성의 변화가 다른 기업집단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종합화학 등 화학 계열사를 한화 및 롯데에 매각, 삼성SDS의 상장, 에버랜드와 제일모직의 합병,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까지 최근 3년여 동안 삼성이 보여준 지배구조의 변화는 유례없이 파격적이었다.

◆대주주의 전자 지분 부족이 큰 부담

삼성 지배구조 변화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는 경쟁력 강화이고 다른 하나는 경영권 강화다. 삼성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지금의 삼성을 만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병상에 있는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실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면에 직접 나서 삼성의 변화를 대내외적으로 공식 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그룹의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의 ‘전쟁’에서 힘겨운 상황이다. 다 잡은 것처럼 보였던 애플 등 미국 기업과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멀리 있는 것처럼 보였던 화웨이 등 중국의 기업은 한두 발짝 차이로 쫓아왔다. 여기에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같은 글로벌 헤지펀드의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더 탄탄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배구조가 흔들리면 그룹의 방향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성부 LK투자자문 대표는 “이 부회장이 ‘제3의 삼성’을 창업한다는 생각으로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충할 때”라며 “전환 및 개편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상속 등 내부적인 이슈에 더 이상 발목을 잡혀서는 시간이 늦는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상 문제점은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이건희 회장 등 대주주 일가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율이 보통주를 기준으로 4.84%(이건희 회장 3.49%,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0.76%, 이재용 부회장 0.59%)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둘째, 삼성그룹은 횡행식 출자, 순환 출자, 교차 보유가 많아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높지 않은 편이다. 연기금, 외국인 투자자, 시민 단체 등에서 투명성 개선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셋째, 지배구조상 금융업과 제조업이 혼재하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주식 7.43%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산업법에 따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통주 보유 지분의 5%밖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수면 위로 떠오른 '삼성전자 분할' 시나리오
◆제조업·금융업 혼재 정리 필요

넷째,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 입증이다. 경영 승계는 지분의 상속, 지위의 상속, 경영능력 입증의 3단계를 거친다.

현재로선 삼성전자가 아무리 큰 실적을 내도 여론은 이를 이 회장의 공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삼성전자의 오늘을 만든 주역이 이 회장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를 뛰어넘거나 최소한 삼성이 흔들리지 않을 리더십을 보여야만 한다.

삼성이 새로 도약하려면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해야 한다. 사실 이미 변화는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화학 계열사 매각, 삼성SDS의 상장, 에버랜드와 제일모직의 합병,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등 지난 2년 사이 2건의 IPO(삼성SDS·에버랜드), 계열사 간 분할과 합병 및 자산 양수도 6건, 계열사 매각 7건을 발표했다. 삼성 역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삼성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해 수많은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관통하는 핵심과 지향점은 있다. 바로 지배구조 단순화, 사업구조 재편,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다. 이 세 가지 관점에서 보면 미래의 모습이 좀 더 명확해진다.

첫째, 지배구조 단순화다. 삼성의 지배구조가 복잡해진 이유는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말까지 초창기의 삼성전자를 세계 일류 기업으로 키우는 과정에서 엄청난 자금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금을 여력이 있는 금융 계열사, 즉 삼성생명·삼성물산·삼성화재에서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다 보니 자연히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성장의 기회를 최대한 누려야 했던 개발 경제 시대에 이런 식의 성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배구조 변화 위한 ‘3대 키워드’

하지만 삼성전자의 사업이나 재무구조가 안정화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전자가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주주나 경영진·임직원뿐만 아니라 일반 주주 나아가 사회까지 이해관계가 같아져야 한다.

그래야 삼성이 내놓을 새로운 성장 전략에 대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삼성의 지배구조는 더욱 단순해져야 한다. 그래야 더 투명한 경영이 가능하다.

둘째, 사업구조 재편이다. 삼성의 사업구조상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은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를 삼성전자, 그중에서도 반도체와 휴대전화가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와 휴대전화에 자원을 집중해 빠른 속도로 괄목할 만하게 성장했지만 반대로 반도체와 휴대전화가 흔들리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게다가 미국·중국 기업의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다. 그래서 삼성은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이을 차세대 성장 산업을 키워야 한다. 물론 여기에 대한 고민은 누구보다 삼성이 가장 많이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은 현재 사업 구조조정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화학 및 방산 부문의 매각이 대표적인 구조조정이다. 반면 삼성의 차세대 사업으로 현재 가장 유력한 것은 자동차 전장·디스플레이·배터리·사물인터넷(IoT)·헬스케어 등이다. 이제부터라도 삼성의 약한 부분으로 거론되는 사업군을 더 과감히 정리해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해외 투자자들은 이 부회장의 경영 성과 중 가장 뛰어난 부문을 사업 구조조정으로 꼽고 있다.

셋째,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다. 지배력을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주주가 주요 기업의 지분을 직접 사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주주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천문학적 비용을 수반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다음 방법은 지주회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대주주 일가의 지분을 삼성물산에 모두 모은 후 이를 계열사 간 지분 교환이나 인수·합병(M&A)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전환 전후에 지주회사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외부 주주의 수를 줄여 나가면 보다 단단하게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고려 사항들을 따져보면 다음의 시나리오로 삼성의 지배구조가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핵심은 삼성전자의 분할이다. 삼성전자를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 ‘(가칭)삼성홀딩스(자기자본 약 50조원)’와 사업자회사(약 150조원)로 나눈다. 그 후 삼성홀딩스를 기존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대주주의 지배력이 커진다.

특히 삼성홀딩스는 자회사의 배당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으므로 배당을 받아 그 돈으로 계열사의 신성장 동력 발굴에 쓸 수 있게 된다. 삼성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심점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 일가와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사업자회사의 지분은 ‘삼성홀딩스’에 현물출자한다. 이렇데 되면 대주주 일가와 계열사의 지주회사 지분율은 최대 33.9%까지 올라간다. 또 지주사가 보유한 사업자회사의 지분율도 32.6%로 상승하는 효과가 생긴다.
수면 위로 떠오른 '삼성전자 분할' 시나리오
◆삼성전자의 ‘배당 확대’는 필수적

좀 더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55% 중 5% 초과분도 삼성물산이 매입하는 방안이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은 상당부분 확보됐다는 분석이다. 이때 금융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금산법의 5% 룰을 지키면서도 계속 우호 세력으로 남을 수 있다.

또한 삼성SDS의 활용도도 더 커진다. 대주주 일가의 삼성SDS 지분을 삼성홀딩스에 현물출자하면 상속세를 내더라도 지분율이 현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다. 기업 분할을 통해서다. 삼성SDS는 현재 물류와 SI 두 가지 사업을 한다.

실제로 삼성SDS는 최근 기업 분할을 고려 중이다. 강성부 LK투자자문 대표는 “삼성SDS를 양대 부문으로 분할해 하나는 삼성물산과 합병하고 다른 하나는 삼성전자와 합병하면 대주주가 추후 삼성홀딩스의 지분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고 말했다.

합병을 위해서는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많이 가진 기업의 주가가 높게 평가받는 것이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을 늘리는 데 유리하다.

대주주 일가의 삼성SDS 지분은 2016년 상반기 말 현재 17%(이재용 부회장 9.2%,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및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각각 3.9%)이며 삼성물산 지분은 30.78%(이재용 부회장 17.0%, 이부진 사장·이서현 사장 각각 5.47%, 이건희 회장 2.8%)다.

쉽게 말해 삼성물산의 주가가 높고 삼성SDS의 주가가 낮을 때가 대주주 일가에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그렇다고 삼성SDS의 주가가 너무 낮은 것도 좋지 않다. 나중에 삼성전자에 현물출자나 합병될 때 삼성전자 내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가격이 유지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삼성SDS의 합병은 이건희 회장 사후에 시간을 두고 고민해도 된다.

금융사도 정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 회장 및 대주주 일가의 삼성생명 지분 20.8%의 활용이 가능하다. 삼성생명을 금융지주사와 사업자회사로 분할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삼성생명이 삼성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삼성 내 핵심 금융사들이 모두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재편됐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주식 14.98%, 삼성카드 71.9%, 삼성자산운용 98.7%, 삼성증권 19.16%를 보유 중이다.

강 대표는 “삼성물산·삼성홀딩스·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는 과거 SK그룹의 지배구조(SK C&C→SK→SK이노베이션)와 비슷한 형태로 해소될 것”이라며 “SK그룹이 SK C&C와 SK를 합병했듯이 삼성물산과 삼성홀딩스도 합병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최소 5년 이상 배당을 많이 하고 삼성홀딩스와 삼성물산은 그 돈으로 자사주를 늘릴 것”이라며 “물론 두 회사 간의 합병이 법률상 문제를 안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주회사법의 변화를 보면서 차분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시간 내서 보는 주간지 ‘한경비즈니스’ 구독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