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제 1103호 (2017년 01월 18일)





‘잃어버린 20년’ 넘긴 5사의 성공 비결

[스페셜 리포트]
 “직원을 사장처럼” 돈키호테… “일본에서 가장 연봉 높은 기업” 키엔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한국은행이 1월 13일 발표한 2017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5%다.  올해로 3년 연속 ‘성장률 3%’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저성장 시대’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1991~2011년)’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저성장 시대에도 ‘살아남은 기업’은 있다. 대부분의 일본 기업이 매출 하락을 걱정하고 있을 때에도 이들은 오히려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글로벌 기업으로 입지를 넓혀 가는 중이다. 이들의 ‘남다른 성공 전략’이야말로 향후 국내 기업들이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도요타자동차 - “일단 멈추고 판을 새로 짜라”
사상 최대 위기 넘어선 도요타, 기존 성공 방식 버리고 과감한 구조 개혁 

1999년 일본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닛산은 프랑스의 르노자동차에 인수·합병(M&A)됐다(1999년). 하지만 또 다른 일본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는 저성장의 터널을 무사히 살아남은 것은 물론 세계시장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도요타의 2016년 매출은 28조4031억 엔(약 310조원)으로 2015년에 비해 4.3%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2조8539억원으로 3.8% 증가했다. 


(사진) 도요타자동차

위기의 시대를 넘어설 수 있었던 도요타의 핵심 비결을 꼽자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표현할 수 있다.

도요타는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글로벌 확장 경영에 따른 과잉생산, 환율 악화 등 3중고를 겪으며 창사 이후 첫 영업 적자(4600억 엔)를 냈다. 2010년에는 도요타자동차의 가속페달 결함 문제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차량 1000만 대의 리콜 사태를 겪기도 했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도요타가 선택한 것은 ‘의도적인 휴식’이었다. 일단 멈춤의 상태에서 경영의 기본을 재검토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기존의 성공 모델을 과감히 버리는 것이었다. 당시 도요타는 2010년까지 세계 각지에 10개의 생산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를 전면 동결했다. 신차 개발 시스템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한 뒤 새로운 생산 플랫폼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도요타 뉴 글로벌 아키텍처(TNGA)’의 뼈대는 생산 플랫폼 공용화다. 기존의 도요타는 소형·중형·대형 3가지 부문에서 각각 생산 플랫폼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새로운 플랫폼 체제하에서는 차체의 크기와 상관없이 전 차종에 주요 부품·소재의 조달, 신차 개발 추진 방법을 공유하도록 했다. 한 번의 설계로 여러 크기와 형태의 차대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원가와 개발 기관, 공장의 신규 투자액을 40% 정도 줄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엔지니어들이 디자인·내장·외관 등 중·장기 차량 개발 계획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일본계 기업 경영 컨설팅 업체인 리브컨설팅의 변주성 팀장은 “비슷한 시기 일본의 다른 기업들은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잘 모르는 사업 분야까지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나가는 곳이 많았다”며 “도요타는 오히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전문 분야에 집중해 과감한 구조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돈키호테 -  “직원을 사장처럼, 직접 경영하게 하라”
아르바이트 신입 직원도  ‘자율적 매대 운영’, 철저한 성과주의 경쟁

일본에 여행을 가면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하는 쇼핑 장소가 있다. 온갖 물건들을 어지럽게 쌓아 놓고 판매하는 염가 만물 잡화상 ‘돈키호테’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기 직전인 1989년 1호점이 설립됐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무려 27년간 매출 성장세가 꺾인 적이 없다.
 
지난해 8월 돈키호테가 발표한 2016년 2분기 실적은 매출 7595억 엔(약 8조원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31억엔으로 10.4% 증가한 수치다. 오랜 불황으로 인한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다른 유통업체들과 달리 ‘나 홀로 성장세’를 누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일본의 유통업계는 대부분이 중산층을 타깃으로 했고 오랜 불황으로 중산층이 몰락하자 같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돈키호테는 연 수입 200만~300만 엔 정도였던 빈곤한 젊은 층을 집중 공략했다.

돈키호테는 ‘정신없고 산만한’ 매대 진열 방식으로 유명하다. 쇼핑객들이 마치 ‘야시장 축제’에서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재밌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원하는 물건을 이른 시간 안에 찾기 어렵게 만드는 ‘난잡한 진열 방식’이 오히려 차별화 포인트가 된 것이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돈키호테가 관광 필수 코스로 여겨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돈키호테의 가장 중요한 성공 비결은 ‘직원 활용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돈키호테 320여 개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정직원 3000여 명, 아르바이트 직원 2만여 명에 달한다.
돈키호테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60%는 본사에서 공급하지만 나머지 40%는 전적으로 각 매장에서 일하는 현장 직원들에게 맡긴다. 어떤 상품을 얼마나 들여올지, 어떻게 진열할지 등의 세부적인 사항은 물론 운영 시간까지 매장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이는 아르바이트 직원에게도 마찬가지다.

돈키호테의 직원 교육 역시 철저하게 이런 방식을 따른다. 이곳에서는 교육이라는 용어 대신 ‘경육(경쟁과 교육)’이라고 부른다. 돈키호테는 신입 사원이라고 하더라도 사전에 정해진 매뉴얼을 교육받는 과정이 없다.

일단 바로 매장에 투입돼 매출, 이익, 재고 회전율 등의 목표치만 부여 받는다. 이때부터 그야말로 치열한 생존경쟁의 시작이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매대를 운영하고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해 다른 직원들과 경쟁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를 통해 각 지역마다 다른 소비자들의 취향을 공략하는 것은 물론 급변하는 소비 시장에 그때그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렇게 하면 잘 팔린다’는 공식이 무의미해진 소비 시장에 최적화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키엔스 - “직원이 신바람 나면 매출이 올라간다”
영업이익률 53%, 차입금 ‘제로’…일본에서 연봉 가장 높은 기업 

5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일본의 중견업체 키엔스(KEYENCE)는 ‘일본판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직원 1인당 평균 연수입이 약 1억2000만원으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1974년 설립된 키엔스는 센서, 측정기, 화상 처리 장치, 연구·개발용 분석 기기, 비즈니스 정보 기기 등을 판매한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 발표된 ‘경영 정보’에는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지난해 3월을 기준으로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3793억 엔(약 4조원)이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2013억 엔(약 2조원)에 달한다. 영업 이익률이 무려 53.1%다.

더 놀라운 것은 총자산 1조1020억 엔 중 자기자본이 1조430억 엔, 자기자본 비율은 92.6%다. 차입금은 0엔이다. 키엔스는 은행에서 돈을 전혀 빌리지 않는 무차입 경영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영업 이익률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경영 방식이다. 이 회사는 오랫동안 영업 이익의 10%를 종업원에게 돌려주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키엔스의 또 다른 특징은 ‘공장’이 없다는 것이다. 제품 제작은 외부 업체에 맡기고 키엔스의 직원들은 기획과 영업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키엔스는 철저하게 ‘가성비 높은 제품’을 목표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품질이 좋으면 가격이 비쌀 것이란 기존의 고정관념을 파괴한 것이다. 낮은 가격으로 최대의 이익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판매량을 최대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미리 계획된 ‘시간 축’을 중심으로 영업 전량을 진행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변주성 팀장은 “열심히 일한 성과만큼 높은 보상이 돌아온다는 믿음을 확인해 준 것이 가장 주효했다”며 “직원들의 높은 동기부여가 자연스레 영업 이익률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쓰와하가네 -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갈아타라”
가격 경쟁 치열한 기존 시장 벗어나 ‘항공기 부품 산업’ 시장에 도전

미쓰와하가네는 일본 미야자키 현 노베 오카시 고지대에 자리한 정밀기계 부품의 가공·조립을 맡고 있는 중소업체다. 이 회사는 최근 항공기 산업이 상승기류를 타면서 미쓰와하가네 또한 ‘항공기 부품 업체’로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미쓰와하가네가 항공 산업에 처음 눈을 돌린 것은 2005년 무렵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항상 가격 경쟁에 노출된 특수강판 사업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모두가 지는 게임’이나 마찬가지인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컸다.



이를 위해 가이 사장은 다양한 내부 개혁에 나섰다. 미쓰와하가네에 부품을 주문하는 기업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높은 품질과 저렴한 비용, 정확한 납부 기한을 준수하는 것은 기본이고 미래 지향적인 설비투자와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 결과 항공우주 품질경영 시스템인 ‘JISQ-9100’를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중소기업들에 각종 품질관리 인증(QMS) 시스템은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미쓰와하가네는 앞으로 항공기 부품의 수주 증가를 고려해 6200만 엔을 투자해 새로운 공장을 건립했다.

변주성 팀장은 “미쓰와하가네는 작은 공장에서 탈피해 대기업과의 거래를 확대할 수 있는 전문 기술 기업으로 변신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은 사례”라고 분석했다.

◆도카이전자  - “숙련된 기술력으로 ‘틈새시장’의 강자가 돼라”
대기업 하청업체로 노하우 축적, 자체 기술로 ‘소형 음주 측정 기기’ 개발

20년 이상 지속된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 대기업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은 곳이 일본의 중소기업들이다.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시장이 더욱 위축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가중되기도 했다. 그 결과 1990년대 말~2012년 사이에만 20%(99만 개)의 중소기업이 무너졌다.

일본 동남의 시즈오카 현에 있는 도카이전자는 종업원 89명의 중소기업이다. 1979년 창업 이후 대기업 시계 업체의 하청 조립 사업을 맡아 왔다. 하지만 오랜 불황 기간에 대기업의 생산 거점이 해외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도카이전자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자체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2002년 호흡으로 음주 여부를 감지하는 업무용 알코올 측정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디지털시계 조립 과정에서 축적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율 노하우를 활용해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기존의 음주 측정기는 대형의 초정밀 기계이거나 소형의 낮은 성능 제품이 많았다. 이에 비해 도카이전자는 소형이면서 고성능 기기를 개발해 단시일 내에 버스·택시 등 영업용 차량을 운행하는 기업의 운전사 관리 수요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의 하청 관계를 통해 제품 기술력을 높인 다음 독자적인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틈새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이들 대부분이 파괴적인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현장 근로자의 숙련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량하고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vivajh@hankyung.com / 사진 = 각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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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1-1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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