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43호 (2017년 10월 25일)





'가족기업 전문가' 김선화 “오너리스크, 기업 핵심가치 담은 ‘가족헌장’으로 극복”

[커버스토리 : 혁신성장의 조건 = ①기업지배구조 : 인터뷰 ]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최근 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 파문이 단순 가십성 논란에서 더 나아가 기업의 중·장기 성장 기반과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오너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심각성에도 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은 대개 가벼운 처벌이나 합의를 통해 무마되면서 지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갑질로 인한 오너리스크는 통제가 불가능한 영역일까. 우리 사회는 지금 한국 경제가 다시 비상하기 위한 첫째 조건으로 ‘오너리스크의 최소화와 이를 통한 기업의 신뢰 회복’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가족기업 전문가로 알려진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를 만나 오너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대표는 가족기업연구 논문으로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 ‘가업승계, 명문장수기업의 성공전략’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사진)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이승재 기자
-최근 한국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는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을 어떻게 보십니까.


“그 문제를 짚기 전에 한국 기업의 특징을 잘 봐야 해요. 한국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약 70%, 중소기업까지 포함하면 거의 90%가 가족 기업입니다. 가족 기업, 가족 경영 하면 흔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십상인데, 최근 불거진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 역시 가족 경영의 단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라고 봅니다.”

-가족기업이란 표현이 생소합니다. 가족기업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가족기업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차이가 있어요. 가장 보편적으로는 한 가족 또는 한 가문이 주식이나 의결권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고, 이들 중 한 사람이 기업의 주요 경영진으로 활동하는 기업을 말하죠. 아까 한국 상장기업의 70%가 가족기업이라고 했죠? 미국은 어떨까요. 미국의 경우 전체기업 중 92%가 가족기업입니다. 대개 중소기업이지만 포드, 월마트, 나이키 등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3분의 1이 가족기업이죠. 잘 알려진 발렌베리나 폭스바겐, 피아트, BMW와 같은 글로벌 기업 역시 유럽을 대표하는 가족기업들입니다.”

-가족 기업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요, 총수 일가의 갑질에 재벌 개혁에서 더 나아가 재벌 해체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대개 가족 기업이라고 하면 족벌 경영이나 부적합한 가족의 참여, 오너에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와 같은 단점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가족 경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부정적이지만은 않아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들보다 가족 기업이 오히려 더 높은 성과를 내고 있죠. 이는 2000년대 이후 다수의 글로벌 경제학자들에 의해 증명된 부분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발렌베리나 폭스바겐, 포드나 월마트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 역시 가족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가족 기업은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단기 성과를 내야 하는 전문 경영인과 달리 기업의 영속성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전략을 세웁니다. 예컨대 삼성그룹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는 창업자인 고 이병철 명예회장이 1980년대에 투자한 사업이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꽃을 피우고 있죠. 이런 장점이 있는데 그동안 단점만 너무 부각돼 온 것은 아닐까요. 저는 가족 경영의 강점을 강화하되 단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양쪽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가족 경영의 단점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굴소스’로 유명한 중국 기업 리진지(李錦記)의 사례로 설명을 대신하겠습니다. 1888년 설립된 리진지는 창업자 리진창(李錦裳)의 작고 후 3명의 아들에게 승계됐지만 2세대와 3세대에서 형제 간 갈등을 겪었습니다. 형제간 분쟁으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야 가족 경영의 핵심이 가족의 화합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후 리진지의 총수 일가는 3세대부터 5세대까지 총 26명의 가족이 참여한 가족위원회를 주기적으로 열고 이곳에서 합의된 주요 사항을 ‘가족헌장’에 기록했습니다. 모든 가족이 기업의 비전과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계승할 수 있는 수단으로 만들기 위해 가족의 역할, 주주의 의무와 책임, 경영 참여 규정, 도덕적인 책무 등을 담았습니다. 그 결과 지금 리진지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로 120년 지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poof34@hankyung.com

[‘혁신성장’의 5대 조건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한국, 혁신 통해 ‘제자리걸음’ 벗어나자
-‘오너리스크’최소화…기업의 신뢰 회복해야
-‘기업하기 좋은 환경’ 규제 개혁이 답이다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 “기업의 목 비틀면 새벽은 오지 않는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 ‘사회적 대화’에서 찾자
-야콥 발렌베리 인베스터 회장 “경영권 안정 바탕, 사회 환원에 주력”
-청년의 꿈이 공무원인 나라엔 미래 없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모험자본 공급할 금융의 혁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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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보기 < '혁신성장'의 5대 조건 >

입력일시 : 2017-11-0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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