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프랜차이즈 논란 = 전문가 제언]
오너 일탈은 개인 문제…‘브랜드 가치’와 구분, 질적인 성장 고민할 때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갑질 논란’으로 얼룩졌던 프랜차이즈업계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프랜차이즈협회는 10월 27일 ‘자정실천안’을 발표했다. 각 프랜차이즈 업체들마다 가맹점주들과의 소통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상생 방안 마련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첫발’을 뗐을 뿐이다. 이 첫 발걸음은 국내 프랜차이즈업계가 더욱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주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업계 전문가들로부터 그 해법을 들어봤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프랜차이즈 MBA 교수
“프랜차이즈 ‘경제 영토’ 확장해야, 규제책만큼 진흥책도 중요”

“프랜차이즈업계의 문제는 시장이 지나치게 경쟁적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가맹점주들이 살아남을 수 없는 겁니다. 급진적이지만 ‘자영업 총량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프랜차이즈 MBA 교수는 현재 프랜차이즈업계가 겪고 있는 문제를 둘로 나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가맹점을 1개 이상 보유한 브랜드는 3643개다. 이 중 가맹점을 100개 이상 보유한 브랜드는 344개에 불과하다. 전체 가맹점(21만8997개) 중 73%(16만251개)에 해당하는 가맹점이 단 300여개에 몰려 있는 것이다.
“보호장치 강화하고 해외로 눈 돌려야”
(사진) 이성훈 교수

이 교수는 “가맹점 100개 이상을 소유한 이들 브랜드들은 가맹본부의 통제권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논란이 있다”며 “반면 그보다 더 많은 숫자의 가맹본부들은 지나치게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가맹점주에 대한 통제력이 약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가맹점의 브랜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개별 점포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결국 폐점으로 이어지는 곳이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가맹점주들을 독립 사업자로 인정하고 ‘사장’으로 호칭하지만 기본적으로 노동자”라며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에 대한 문제는 큰 틀에서 사업이나 창업 정책이 아니라 ‘고용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의 자영업 시스템은 은퇴 이후 누구든지 치킨집을 열 수 있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낮다는 데서 모든 문제가 출발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영업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진입 장벽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급진적인 방안이지만 ‘자영업 총량제’ 등을 통해 진입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안이 논의되기 위해서는 전제돼야 하는 조건이 있다. 프랜차이즈업계의 ‘경제 영토’가 넓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은 ‘표준화된 서비스’, 즉 가맹점의 확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기본적인 속성이다.

이 교수는 “미국만 하더라도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뻗어나갈 영역이 굉장히 넓다”며 “그에 비해 국내는 영토가 작기 때문에 좁은 구역을 쪼개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을 유치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비슷한 콘셉트에 브랜드만 바꿔 새로운 점포를 여는 악순환이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것이 ‘해외 진출’이다. 이미 상당수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업체의 개별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규모가 영세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일수록 사정이 열악하다.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한 이유다.

이 교수는 “최근 정부의 프랜차이즈 산업 정책을 보면 규제에 방점이 찍혀져 있다”며 “국회에 계류돼 있는 프랜차이즈 관련 법안 35개 중에 34개가 규제이고 1개만 진흥책”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프랜차이즈 최고경영자(CEO)들의 갑질 논란과 관련해서는 “오너 개인의 도덕적인 일탈 문제를 브랜드와 동일시하는 시각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프랜차이즈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오너리스크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안은 오너를 바꾸는 것”이라며 “오너 CEO가 독단적으로 모든 사항을 결정할 수 없도록 ‘시스템에 의한 경영’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 겸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교수
“‘오래가는 브랜드’ 검증 기간 필요, 진입 장벽 높여야 ”

“프랜차이즈 40년 동안 너무 ‘양적 성장’에만 집중해 왔어요. 이제는 사업의 규모를 확장해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문제들을 다잡고 ‘질적인 성장’을 고민할 때가 됐습니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 겸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교수는 현재 프랜차이즈업계의 문제점을 이렇게 진단했다. 단적으로 정부를 비롯한 각종 기관에서 ‘프랜차이즈 우수 브랜드’를 선정하는 기준만 봐도 가맹점의 숫자나 매출, 종업원 숫자 등을 절대적으로 반영하는 곳이 많다. 평균 가맹점 운영 기간, 10년 이상 운영되는 가맹점 수, 투자 대비 수익률 등 ‘질적인 성장’의 반영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수 브랜드’에 대한 기준 설정이 중요한 이유는 숫자를 기반으로 ‘좋은 브랜드’를 구별하는 기준이 프랜차이즈 창업을 고려하는 이들에게도 무비판적으로 수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카페베네가 대표적”이라며 “업계 최초로 가맹점 500호점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올해 문을 닫은 가맹점만 80여 곳에 달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보호장치 강화하고 해외로 눈 돌려야”
(사진) 김갑용 소장

이와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김 소장이 강조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시장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것이다. 그는 “특히 한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무턱대고 신규 브랜드를 여러 개 만들어 놓고 가맹점 모집부터 나서는 곳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최근 발표된 프랜차이즈협회의 자정안에는 가맹본부 설립 요건을 ‘2개 이상의 브랜드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한 업체’로 권고하고 있다. 직영점 운영을 통해 브랜드를 검증하는 시간을 거친 이후 가맹점 모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정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 때문에 필요하다면 진입 장벽을 더 높이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적어도 ‘유행 창업’에 따른 폐해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이라는 것은 단기간에 ‘번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 갈 수 있는 사업’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너십’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프랜차이즈의 사업 모델은 기본적으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계약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이 계약관계는 ‘브랜드와 제품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대해 통제권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통제권이 지나치게 남용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은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김 소장은 “프랜차이즈의 사업 모델은 기본적으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협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며 “문제는 가맹점주가 브랜드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했을 때 제재가 이뤄지지만 가맹본부 혹은 프랜차이즈 오너가 가맹점주에게 해를 끼쳤을 때 이에 대한 제재나 보상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우선 프랜차이즈 CEO들부터 경영자로서의 책임감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 이와 함께 가맹점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논의해 볼 필요도 제기되고 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