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45호 (2017년 11월 08일)





프랜차이즈업계 “이대로는 안 된다”

[커버 스토리 : 현황]
가맹점 단체 지원 등 ‘자정’ 시도
김상조 공정위원장 “의미있는 개선안”…모범규준 마련 ‘보완’



(사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7월 27일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의 모습./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갑질과 오너리스크 등으로 사회적 공분을 산 프랜차이즈업계가 자정에 시동을 걸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에 직면하자 40년 프랜차이즈 역사상 처음으로 개혁에 나선 셈이다.

1977년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문을 연 ‘림스치킨’부터 시작된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그동안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어려움에 빠진 많은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과 재기의 꿈을 갖게 하는 등 든든한 일자리 창출의 일등 공신으로 국민경제에 크게 기여해 왔다.

하지만 성공의 길만 보고 달려오다가 오만에 빠진 때문인지 ‘갑질’ 논란, 일부 최고경영자(CEO)의 사회적 일탈 행위 등 여러 문제점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고 국민들의 따가운 비난이 쏟아졌다. 산업의 생존이 기로에 서 있다. 변화와 선택의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일부의 잘못으로 전체가 매도당한다는 억울함도 없지 않지만 프랜차이즈업계는 거듭남을 선택했다.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과 행태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혁신을 약속했다. 외부 전문가들로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 혁신을 주문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치열한 고민과 논의 끝에 10월 27일 프랜차이즈 혁신위원회의 권고 의견이 나왔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프랜차이즈협회는 자체 ‘자정 실천안(자정안)’까지 마련해 발표했다


(사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10월 27일 열린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자정 실천안 발표회에서 박기영 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이 자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3개월간 협의 끝에 자정안 발표

자정안은 크게 △가맹점 사업자와의 소통 강화 △유통 폭리 근절 △가맹점 사업자의 권익 보장 △건전한 산업 발전 등 4개의 핵심 주제와 11개 추진 과제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핵심은 가맹점 사업자 단체 구성이다. 먼저 가맹점 100곳 이상인 가맹본부는 1년 이내에 대표성 있는 가맹점 사업자 단체를 구성하도록 지원하고 이들과 상생 협약을 체결하도록 권고한다는 내용이다.

협회는 국내 가맹점의 90%까지 가맹점주단체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가맹본부가 점주 단체 구성을 방해하거나 대화를 고의적으로 회피하면 협회 차원에서 징계할 방침이다.

‘로열티 제도’ 도입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로열티 제도는 본부가 가맹점에 식자재 등 필수 물품을 공급하면서 마진(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매출이나 영업이익에서 일정 비율을 수수료 형식으로 받아가는 방식을 뜻한다.

또한 협회는 품질·서비스 균일화를 위해 점주들이 본사로부터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필수 품목’ 범위도 엄격하게 제한하기로 했다. 필수 품목의 원산지·제조업체 정보·공급가격 등을 공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협회는 또 현행 10년인 가맹 계약 갱신 요구권 보장 기간을 아예 폐지하고 점주가 계약 기간에 상관없이 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국회에 법 개정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프랜차이즈공제조합’을 설립해 본부의 도산·재정 악화 등으로 인한 점주 피해를 보상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장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협회가 내놓은 자정안에 대해 “의미 있는 개선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구체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보완·발전시켜 달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내년 2월까지 ‘모범 규준’을 마련해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정안이 강제성이 없는 만큼 실제로 안착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협회가 핵심 주제로 내건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은 의무 조항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단체 구성을 지원하라는 권고 사항이어서 현실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오너리스크 등에 따른 가맹점주들의 피해 보상을 위한 ‘프랜차이즈 공제조합 설립’이나 ‘가맹점이 본사로부터 반드시 사야 하는 품목(필수 품목) 최소화’, ‘가맹점 사업자의 현행 10년 계약 갱신 기간 폐지’ 같은 방안도 결국 업체의 자발적 참여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협회 회장은 “정부와 협의를 통해 가능한 부분은 제도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협회가 전체 프랜차이즈 업체의 25%(1300여 개)만 가입한 단체여서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대목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이런 우려를 의식했는지 김상조 위원장은 “협회 회원으로서 기준을 따르는 가맹본부보다 그렇지 않은 본부를 더 주의 깊게 볼 것”이라며 사실상 비가입 업체도 자정안에 따를 것을 요구했다.



◆ 과포화 상태, 구조적 변화가 시급하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자정안이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변화가 시작됐다는데 큰 의의를 두는 분위기다. 이미 과포화 상태인 한국 프랜차이즈업계의 구조적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프랜차이즈 현황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5273개다. 2015년보다 8.9% 늘었다.

이 중 외식업 브랜드 수는 4017개(76.2%)에 이르렀다. 한식 1261개, 치킨 392개, 분식 354개, 커피 325개 등이었다. 올해 6월 한달간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새롭게 브랜드를 등록한 프랜차이즈 업체만 128곳에 이른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추정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산업의 한 해 매출은 100조원이 넘고 고용 인원은 약 80만 명에 달한다.

이렇게 사회·경제적 비중이 큰 산업인데도 가맹본부의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 횡포 같은 불공정 거래 행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서 비롯된 부당 노동행위 논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경기 침체와 저성장의 영향으로 가뜩이나 수요가 정체 상태인 내수 시장을 놓고 지나치게 많은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포화상태는 한국보다 내수 기반이 훨씬 크고 튼튼한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의 프랜차이즈 산업 규모는 가맹본부 수 기준으로 인구 100만 명당 70개꼴이다. 미국 7개, 일본 9개에 견줘 과당경쟁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업종이 지나치게 외식업에 편중돼 있고 내수 시장 위주로 과당경쟁을 벌이다 보니 가맹본부와 가맹점 모두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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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보기 < 기로에 선 프랜차이즈 >

입력일시 : 2017-11-0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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