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45호 (2017년 11월 08일)





‘을의 눈물’ 닦겠다…정치권 법안 34건

[커버스토리 : 제도 개혁]
“프랜차이즈 전체를 ‘악의 축’ 매도 답답하다” 우려의 목소리도


(사진) 김상조(앞줄 왼쪽 다섯째) 공정거래위원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9월 6일 열린 가맹사업법 개정 촉구 대회에 참석해 사주 리스크 피해 손해배상 규정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프랜차이즈업계의 자정 노력과 별개로 정치권은 ‘을의 눈물’을 닦아주느라 분주하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가맹 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이하 가맹사업법)’ 의안만 34건이다. 이들 법안 중 15건은 ‘고질적인 갑을 관계 철퇴’를 천명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의됐다.

하지만 법안의 초점이 을의 목소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프랜차이즈 산업에 종사하는 전체 임직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바른정당 가맹점 갑질 근절 특별위원회가 9월 22일 개최한 ‘가맹점 갑질 근절을 위한 2차 정책간담회’에서 가맹본부를 대표해 발언한 이규석 일승식품 대표는 “올바르고 공정하게 사업을 경영하는 대부분의 가맹본부까지 ‘악의 축’처럼 몰아가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 속도 내는 가맹사업법 개정, 쟁점은

발의된 법안의 내용 중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오너리스크 등에 의한 배상책임제 도입’이다.

일명 ‘호식이배상제’로 불리는 이 정책은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의 ‘성추행 파문’과 정우현 MP그룹 전 회장의 ‘미스터피자 갑질 논란’ 등 프랜차이즈 오너의 일탈에 따른 가맹점주들의 피해를 ‘사과문’이 아닌 ‘실질적인’ 배상으로 책임지게 한다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회와 협력을 통해 가맹사업법 개정을 이끌어 낼 방침이다.

이와 관련된 법안도 현재 통과를 위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김관영 의원안을 비롯한 여러 가맹사업법 개정 관련 법안을 하나의 ‘정무위 대안’으로 도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안이 도출되면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12월 9일 막을 내리는 20대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11월 중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전체 대안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각 당의 이해관계가 있어 협의 중이고 최대한 일찍 의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무위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의 검토 보고서에서 “가맹본부 또는 경영진의 위법과 비도덕적인 행위로 관련 가맹 사업자들의 매출이 급감하는 사태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가 ‘가맹사업법’ 위반 사항이 아닌 관계로 가맹본부에 아무런 법적 책임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가맹 사업자의 손해를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개정안의 내용은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호식이배상제와 관련해서는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호식이배상법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연 가맹본부 오너의 일탈에 따른 피해를 법적 책임으로 환산해 물을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외부 요인 변동에 따른 가격 인상이 자칫 ‘갑질’로 보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 프랜차이즈 기업 임원은 “호식이배상법의 취지에 따라 도덕적 비난은 마땅하지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법치주의에 반한다”며 “손해액과 위법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 배상 책임부터 재료 구입까지 법으로 

이 밖에 법안 중에는 필수 물품의 유형과 선정 기준 마련, 가맹계약서에 재료 구입에 관한 사항 기재 의무화, 필수 물품 외 품목의 구매 강요 금지 등이 담긴 법안도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했다. 특히 제윤경 의원은 ‘필수 물품의 유형 또는 선정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자’는 내용까지 법안에 넣었다.

이 법안이 나온 이유는 대부분이 프랜차이즈 본사 측에서 브랜드의 통일성을 위해 식자재·설비 등을 강제할 때가 많아 점주들이 해당 품목을 시중가보다 비싸게 구매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은 지난해 가맹점에 대한 식자재 구입을 강제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일부 가맹점주는 “가맹 본부가 일회용 팬 손잡이, 식용유 등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 공산품까지 본사에서만 구입하도록 강제해 폭리를 취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기업의 대표는 “주요 식자재를 각 가맹점이 별도로 구입하면 맛과 품질의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며 “프랜차이즈의 최대 강점이 각 매장의 통일된 맛과 품질인데 오히려 고객들의 항의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안 중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10년 계약 기간 만료 문제’도 있다. 가맹점 사업자의 계약 갱신 요구권의 행사 기간을 20년으로 늘리거나 행사 기한 자체를 삭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 대표발의안 등이 현재 국회에서 심사 중이다.

지금까지는 공정거래법 제13조에 따라 가맹점주는 계약을 시작한 뒤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기간 동안만 계약을 갱신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프랜차이즈업계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프랜차이즈협회가 10월 27일 발표한 자정안에 내용을 포함했다. 업계와 정부가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법안이 마련될 것으로 예측된다.

‘을의 눈물’과 관련해서는 정부 역시 칼날을 세운 채 가맹본부를 겨냥하고 나선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가맹점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가맹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24개 사항 중 9개가 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가맹 사업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에 관해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많은 의원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관련 가맹사업법을 연말까지 국회에서 개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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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11-0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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