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도움만 주던 1회성 기부에서 ‘공유 가치 창출’로 상생 실천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진화…사회적 책임 넘어 ‘경제적 가치’ 창출
(사진) 현대차가 지원하는 다문화가정 초청 ‘무지개 축제’. /현대차그룹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기업 경영과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다. 기업 홍보를 위한 단순 기부보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한 기부를 통해 소득 양극화나 실업난 등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 CSR의 핵심이다.

최근 들어서는 ‘공유 가치 창출(CSV : Created Shared Value)’이 한 단계 더 진화한 기업의 사회공헌 기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CSV는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공동체의 사회적 가치를 조화시키는 경영을 뜻한다. 2011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처음 제시한 용어다.

CSR은 단순히 사회적 약자를 돕는 차원에서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만큼 기업의 수익 추구 활동과는 무관하다. 반면 CSV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 경제적 이윤 및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공유하는 측면에서 CSR과 차이가 있다.

기업 사회공헌의 패러다임이 단순 기부에서 상생으로 전환되고 있는 셈이다. 물고기를 나눠 주는 일시적 접근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전파해 개인 및 집단의 변화와 자립을 유도하고 관련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등의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이 CSV의 요지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인 맥도날드는 가맹점주·공급업체·본사의 상생을 최우선한다. 맥도날드는 이를 ‘세 다리 철학(The Three-Legged Stool)’이라고 말한다. 맥도날드 창립자인 레이 크록의 신념으로, ‘공급업체와 가맹점주가 1달러를 벌면 그다음 맥도날드가 1달러를 번다’는 철학이다.

하나의 의자를 지탱하는 세 개의 다리처럼 공급업체·가맹점주·본사가 협력을 통해 동반 성장한다는 의미다.

맥도날드는 글로벌 지사의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을 현지 매장 출신 중에서 선발한다. 재료 공급 등을 위해 자회사를 따로 두지 않고 현지 기업을 활용한다. 각 나라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기업 모범 ‘공유 가치 창출(CSV : Created Shared Value)’의 대표적 사례다.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진화…사회적 책임 넘어 ‘경제적 가치’ 창출
◆‘인재 양성’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

과거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도움이 필요한 개인이나 집단에 일회적으로 단순 자금 등을 제공하는 행태로 인식됐다. 반면 최근에는 CSV가 보다 진화한 사회공헌 기법으로 주목받으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도 변화하는 추세다. 기업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 대한 재능기부를 통해 인재를 육성하는 등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형태다.

김홍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사회가 없으면 기업이 존재할 수 없는 만큼 기업의 본질은 결국 ‘사회적 기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도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상생과 협력 위주로 바뀌어 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삼성 등 5대 그룹의 인재 육성 사업 등을 국내 CSV의 모범 사례로 꼽았다.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진화…사회적 책임 넘어 ‘경제적 가치’ 창출
삼성전자는 교육 환경이 열악한 도서 벽지 지역 학생에게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삼성드림클래스’ 여름캠프를 진행 중이다. 캠프에 참가한 중학생들은 3주간 대학 캠퍼스에서 대학생 강사들과 합숙하며 총 150시간 동안 영어와 수학을 집중적으로 학습한다.

올해로 6년 차를 맞은 삼성드림클래스는 캠프에 참가해 도움을 받았던 중학생이 강사로 참가하는 등 나눔의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우수 대학생에게 양질의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대학생들은 1년여간 저소득층 청소년의 교사로 활동하는 교육 격차 해소 프로그램 ‘H-점프스쿨’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는 선발된 대학생에게 장학금과 함께 학계·법조계·의료계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된 ‘점프스쿨 사회인 멘토단’과의 일대일 멘토링 기회를 제공한다. 대학생들은 1년여간 주 8시간씩 지역아동센터 열린공부방 등 전국 학습센터에서 소외 계층 청소년에게 개인별 맞춤 교육을 지원한다.

SK그룹은 ‘인재가 가장 소중한 자원’이라는 기업 이윤의 사회적 환원 정신에 입각해 관련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 중이다.

SK가 지원하는 장학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인재 양성은 물론 해외 학술 교류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해당 재단은 중국 베이징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와 공동으로 매년 학술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재단이 배출한 인재들은 또 다른 지식 나눔을 통해 사회적으로 기여한다. 재단의 지원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석학들은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전공과 진로 탐색 등을 돕는 드림 렉처(Dream Lecture)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 CSV 풍토 조성돼야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진화…사회적 책임 넘어 ‘경제적 가치’ 창출
(사진) LG연암문화재단의 ‘영 메이커 페스티벌’에 참가한 학생들이 과학 수사 기법을 배우고 있다. (주)LG 제공

LG그룹은 LG연암문화재단을 통해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우리 기업이 국가와 민족의 번영에 밑거름이 돼야 한다’는 신념 아래 학술 지원과 청소년 교육 등의 공익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LG연암문화재단은 한국의 학문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연암 국제 공동 연구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다. 청소년 교육의 일환으로 생활과학 대중화 및 창의 인재 육성을 위한 ‘영 메이커 페스티벌’도 진행하고 있다.

영 메이커 페스티벌은 국내 최대 규모의 메이커 행사이자 참여형 융합 과학 축전이다. LG전자·LG화학·LG유플러스·LG CNS 등 6개 LG 계열사가 각 사의 기술 특징을 활용해 자율주행차·전기자동차·인공지능(AI)·로봇·사물인터넷(IoT) 등 26개의 청소년 대상 신기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롯데그룹은 스타트업(신생 벤처) 지원을 위해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운영 중이다. 롯데액셀러레이터의 대표 지원 프로그램은 ‘엘캠프(L-camp)’다. 초기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창업 지원금 2000만~5000만원을 비롯해 사무 공간, 전문가 자문 등을 제공한다. 현재 3기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졸업한 엘캠프 1, 2기의 입주 당시 기업 가치는 총 650억원 정도였지만 현재는 약 125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고용 창출 효과도 상당하다. 입주 시 총 160명 정도였던 스타트업 인력은 현재 300여 명으로 증가했다.

김홍유 교수는 “향후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에 지역사회 등이 함께 참여하고 수익에 대한 배분도 나눠 일종의 ‘공유경제’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기업이 더욱 체계적으로 CSV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차원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영복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다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있다”며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개인 또는 집단의 변화와 자립을 유도해 상생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활성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진화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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