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61호 (2018년 02월 28일)

[커버스토리] '임팩트 투자 원년'…올해 4000억원 투자 대기중

[커버스토리 = '임팩트 투자'의 프런티어들]
-‘수익’과 ‘사회적 가치’ 동시 추구, 정부·민간 차원 프로젝트 봇물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다. ‘차갑기만’ 한 금융시장에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는 작업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일상화되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정부와 민간을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대규모 소셜 벤처 펀드 조성이 예정돼 있다. 돈길이 트이면 시장은 역동적인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2018년, 국내 금융시장에 ‘임팩트 투자’가 뿌리 내리는 원년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넘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임팩트 투자’라는 용어는 2007년 록펠러재단이 창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덮친 바로 그해다.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투자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수익률(재정적 가치)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는 ‘수익률만 좇는 투자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금융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투자를 위해 ‘사회적 영향력(impact)’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13년 다보스포럼은 임팩트 투자를 재무적 수익과 사회적 가치를 의도적으로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단순하게 말하면 ‘돈’과 ‘의미’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임팩트 투자자산 123조원

어딘지 이상적인 얘기로 들리지만 이미 해외에선 성공 사례가 차고 넘친다. 미국의 구호기금 비영리단체인 어큐먼펀드는 2001년 설립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 등 저개발 국가에 물·식량·의약품 등을 싸게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 출신의 금융 투자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한 어큐먼펀드는 이런 투자를 통해 연평균 7%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골드만삭스·JP모간과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임팩트 투자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임팩트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의 ‘2017 임팩트 투자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시장에 운용되고 있는 임팩트 투자 자산만 1140억 달러(약 123조원)다. 그중 2017년 한 해 동안 투자된 금액만 259억 달러(약 28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미 임팩트 투자는 글로벌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임팩트 투자는 아직 태동기다. KDB산업은행 경제연구원에서 지난해 발표한 ‘국내 임팩트 투자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 임팩트 투자 시장의 규모는 약 540억원 수준이다.

소풍·크레비스파트너스·에이치지이니셔티브 등이 현재 국내에서 활약 중인 대표적 임팩트 투자 기업이다. 이 밖에 벤처캐피털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가 40억원 규모의 ‘CCVC 소셜벤처투자조합’을 조성해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고 있고 미래에셋벤처투자·포스코기술투자 등도 사회적 기업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임팩트 투자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정부를 중심으로 혁신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한 ‘모험 자본 활성화’가 강조되면서 소셜 벤처 투자 등에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가장 먼저 불씨를 댕긴 것은 지난해 출범한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주축이 된 이 위원회는 소셜 벤처 등 사회적 기업가들에 투자하기 위해 2700억원 규모의 임팩트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700억원은 금융사 등의 출연과 기부를 통해 조달하고 2000억원은 일반 투자자로부터 투자 받아 재원을 마련한다.


(사진)사회 경제적 격차와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17년 5월 23일 발족됐다. 이종재(왼쪽부터) 코스리 대표, 이승흠 한양대 교수, 이종수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 단장, 윤만호 산업은행금융지주 전 사장, 이헌재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 위원장, 이혜경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최도성 가천대 부총장,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등이 발족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는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유한회사 법인인 한국임팩트금융(IFK)을 설립했다. 그 밑에 사모펀드 운용사인 임팩트캐피털코리아(ICK)와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를 두는 형식으로 조직을 운영할 예정이다.

◆정부, 3000억원 규모 사회가치기금 조성

위원회는 향후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데 한국에서 가장 해결이 시급한 사회문제들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자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건은 의식주다.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 역시 ‘의식주’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옷과 음식을 구하는 비용은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집값과 같은 주거비용은 여전히 부담이 높다. 이에 따라 ‘셰어하우스’와 같은 공공 주택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자산 운용사들도 임팩트 투자에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3년 설립된 아크자산운용은 지난해 아크임팩트자산운용으로 이름을 바꾸고 국내 첫 ‘임팩트투자전문 자산운용사’로 이름을 올렸다.

라임자산운용 등도 최근 나무를 심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인 ‘트리플래닛’을 비롯한 소셜 벤처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정부도 사회적 기업들에 대한 투자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어 왔다. 일자리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들이 살아나야 하고 이를 위해 ‘임팩트 금융’을 촉진하는 게 먼저라는 판단이다.

그 첫걸음으로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로 2월 8일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사회적 금융(임팩트 금융) 활성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 방안의 골자는 ‘향후 5년간 3000억원 수준의 한국형 사회가치기금(Social Benefit Fund) 조성’이다. 

한국형 사회가치기금은 영국에서 2012년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주도로 설립한 빅소사이어티캐피털(BSC)을 모델로 하고 있다.

BSC는 휴면 예금(4억 파운드)과 4대 은행의 출자(2억 파운드)를 기반으로 6억 파운드(약 1조원) 정도의 자금을 조성해 사회적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BSC는 일종의 사회 투자 도매 은행이다. 중간 지원 기관들에 자금을 공급하면 중간 지원 기관들이 이를 사회적 기업들이나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국형 사회가치기금 역시 민간의 자발적 기부와 출연을 중심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기금 운용 또한 정부와 독립적으로 진행된다.

사회가치기금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정부의 출연·출자는 민간 재원 이내의 범위로 한정했다. 민간의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우선 올해 하반기쯤 사회가치기금 설립을 목표로 민간 주도의 ‘기금추진단’을 꾸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임팩트 금융을 확산시키기 위한 정부와 공공 재원도 대폭 확대했다. 신용보증기금과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사회적 경제 기업 특례 보증을 올해 550억원으로 확대하고 신보에 2022년까지 5000억원의 보증 공급이 가능한 별도의 사회적 경제 기업 계정을 신설한다.

◆성장투자금융, 임팩트 투자 운용사 선정

‘모태펀드’를 운용 중인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벤처투자는 연내 1000억원 규모의 임팩트투자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다. 모태펀드는 정부 기금을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펀드다. 임팩트투자펀드는 벤처기업 중에서도 사회적 성격을 띠는 소셜 벤처 등에 집중 투자하게 된다.

‘성장사다리펀드’를 운용 중인 한국성장투자금융운용(이하 성장금융)은 총 300억원 규모의 사회투자펀드(사회적 기업 투자 분야 100억원, 임팩트 투자 분야 200억원)를 조성할 계획이다. 성장금융은 현재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성장사다리펀드는 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 등 은행권이 주요 출자 기관이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민간도 돈을 낸다. 모태펀드가 창업 단계의 기업에 투자를 많이 하는 반면 성장사다리펀드는 성장·회수 단계의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성장금융은 지난해 12월 약 100억원 규모의 사회적 기업 투자 분야 위탁 운용사로 IBK투자증권을 선정한 데 이어 2월 13일 약 200억원 규모의 임팩트 투자 분야 위탁 운용사로 크레비스파트너스와 라임자산운용을 선정했다.

IBK투자증권은 성장사다리펀드 출자금을 토대로 110억원 규모의 ‘사회적 기업 전문 사모투자신탁 1호’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회적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국내 최초의 사모펀드(PEF)가 될 전망이다.

크레비스파트너스와 라임자산운용이 위탁을 맡게 된 임팩트펀드의 자금은 최소 200억원으로 성장금융이 130억원을 대고 크레비스파트너스(7억원)와 라임자산운용(3억원)이 10억원을 낸다. 나머지 60억원 정도는 외부 기관투자가로부터 조달한다.

서울시도 2012년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의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현재 약 600억원 규모의 사회투자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은 사회적 기업에 사업 자금을 투·융자하는 조건으로 만들어진 기금이다.

박희원 KDB산업은행 경제연구원 미래전략개발부 연구원은 “향후 임팩트 투자시장 규모가 보다 확대되기 위해서는 시장 초기의 애로 사항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시장에서 다수의 성공 사례가 나와 민간 중심의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 임팩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회적경제기본법’을 포함한 사회적 경제 3법(사회적가치실현법, 사회적경제 기업구매촉진및판로지원특별법)이 통과되면 국내 ‘임팩트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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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2-2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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