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주 52시간 근로’ 업종별 50문 50답]
-“하도급 업체에까지 내려오는 낙수효과가 있을지는 의문”
[주 52시간 시대] 중소형 건설사 부담...해외 경쟁력 약화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노동시간 단축은 건설업계에 큰 부담이다. 업계 특성상 일괄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직접 노동자를 고용해야 하는 중소형 건설사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상시노동자 300인 이상 종합 건설업체는 109개로 이들은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가 의무화된다.

300인 미만 사업장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주 사업장인 건설 현장은 특정 건설사의 노동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건설 현장은 규모가 다른 여러 건설업체가 공동 도급이나 하도급 계약 아래 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소속된 사업체 규모에 따라 노동시간이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시공 효율성 저하와 안전 문제 등 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와 함께 공사 일정을 맞추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계약된 공사 기간을 맞추지 못하면 막대한 손해를 보는 사업의 특성상 연장·휴일 작업 등이 불가피하다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노동시간 단축 이전에 수립된 공사 계획과 시행일 이후 법정 노동시간이 크게 달라져 공사 기간을 준수하는 데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며 “건설공사의 품질·안전 확보와 공사 기간 준수는 치밀한 공사 계획에 따른 공정 진행과 인력 관리에 있는데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공사는 대부분이 52시간 초과근무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이에 대한 신뢰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공사 기간 연장, 계약 금액 조정 등이 필요하면 원청에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일부 개정안을 최근 행정 예고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근거만 있고 강제성이 없는데다 민간 공사는 사인 간 계약이기 때문에 이미 발주한 공사에 소급해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원청이야 발주한 곳에 공사비 증액 등을 요구할 수 있지만 그게 하도급 업체에까지 내려오는 낙수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시대] 중소형 건설사 부담...해외 경쟁력 약화
건설업계는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업 특성상 비가 오거나 혹한기·혹서기에는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취업 규칙상 탄력근로제는 2주, 노동자 대표와 합의하면 3개월 단위로 적용할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해외 사업장에도 큰 문제다.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되면 비용과 공사 기간 증가 등이 불가피해 터키와 중국 등과의 수주 경쟁에서 밀리고 결과적으로 해외 건설 현장에서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노동시간 단축 시 산술적 추가 인원은 1.3배가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2배 가까운 인건비가 증가한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사업 중 70%는 플랜트다. 이 공종은 공사 기간 준수가 최우선 순위인 만큼 국내 건설사들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대형 건설사들은 나름의 대응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인사실에서 주관하는 노동시간 단축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삼성물산도 주기적으로 관련 내용에 대해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상황이다. GS건설은 자체적으로 노동시간 단축 시범 조직을 선정·운영하면서 7월 본격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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