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새판 짜는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선 기술력이 최대 무기…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 확보는 ‘숙제’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 강자, 다음 목표는 ‘파운드리’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2분기 삼성전자를 견인한 것은 반도체였다. 증권가는 지난 7월 6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영업이익 14조8000억원 중 반도체가 무려 82%(12조2000억원)를 차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도체 사업의 무시무시한 영업이익도 눈에 띄지만 회사 전체로 보면 지나친 반도체 쏠림 현상은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영원할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절대 강자’ 삼성전자에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 강자, 다음 목표는 ‘파운드리’
◆‘아직은’ 기대해 볼만한 D램 호황


반도체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세계 D램 시장은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해 960억 달러(약 104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76% 급성장했던 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슈퍼 사이클’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45.6%의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위는 SK하이닉스로 27.2%의 점유율을, 3위는 미국의 마이크론으로 23%를 차지하고 있다.


2008년만 해도 10개 업체가 난립했던 D램 시장은 ‘치킨 게임’ 이후 3대 업체로 재편됐다. 공급 과점이 시작된 시기, 인공지능(AI)과 머신 러닝 등 새로운 시장 창출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D램 기업들엔 그야말로 호재였다.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인 D램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기술력은 경쟁 업체들보다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17일 차세대 5G 스마트폰과 모바일 AI 시장을 주도할 ‘10나노급 8Gb(기가비트) LPDDR5(Low Power Double Date 5)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2014년 8Gb LPDDR4 D램을 양산한 지 4년 만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업계 유일 10나노급 D램 기반의 ‘16Gb GDDR6 D램’을 2017년 12월 양산한 것을 시작으로 차세대 시장을 주도할 프리미엄 D램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10나노급 8Gb LPDDR5 D램’은 현재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된 모바일 D램(LPDDR4X, 초당 4266Mb)보다 1.5배 빠른 초당 6400Mb의 동작 속도를 구현한 제품이다. 1초에 풀HD급 영화(3.7GB) 약 14편 용량인 51.2GB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속도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빨라졌지만 전력 소모는 오히려 줄었다. 기존 제품보다 소비 전력량을 최대 30% 줄여 스마트폰의 성능 향상은 물론 배터리 사용 시간도 더욱 늘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수익성 측면에서도 경쟁사들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정 미세화 진행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공정 미세화는 반도체의 회로를 세밀하게 구현해 집적도를 높이는 과정이다. 동시에 생산성도 향상시켜 수익성에 도움을 준다.


삼성전자는 연내 1Ynm(10나노미터 중반) 공정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1Xnm(10나노미터 후반)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D램 가격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D램 가격이 올 3~4분기 정점에 다다른 후 2019년부터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중국 업체들의 ‘반도체 굴기’로 내년부터 D램 생산이 본격화되면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다. 삼성전자도 평택 반도체 공장의 일부 공간을 D램 생산 시설로 확보함으로써 향후 공급량이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정보기술(IT) 산업의 변화로 D램의 수요는 당분간 꾸준할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특히 AI와 머신 러닝에 필요한 하이엔드 서버 D램은 올해 52.4%의 수요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모바일 D램의 인기도 여전하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기술의 실현으로 D램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미 가격 경쟁이 끝난 과점 상태에서 서버 D램 수요가 증가하며 가격이 상승했다. 충분한 수요 속 공급 조절이 가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양 날개는 D램과 함께 낸드 플래시다. 삼성전자는 낸드 플래시에서도 37%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뒤이어 도시바, 웨스턴디지털·마이크론·SK하이닉스가 상위 5개 업체다. 중국 기업 중에서는 우한신신반도체(XMC)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컴퍼니(YMTC)가 32단 낸드 플래시를 자체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 강자, 다음 목표는 ‘파운드리’
◆G2 무역 분쟁으로 불똥 튈까


낸드 플래시의 공급과잉 양상은 D램보다 심각하다. 시장조사 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업계의 낸드 플래시 투자 규모는 280억 달러다. 비트 크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40%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 투자액 220억 달러를 이미 27%나 초과했다.


중국 기업들의 도전은 더욱 거세다. D램익스체인지는 내년 상반기부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칭화유니그룹의 메모리그룹 자회사인 YMTC가 2019년까지 64단 3D 낸드플래시를 개발한다. 또 이노트론과 푸젠진화반도체(JHICC)도 낸드 플래시 생산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중국은 2025년까지 현재 15% 수준인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기업들에 비하면 기술력에서 2년은 앞서 있다는 평을 듣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10일 세계 최초로 차세대 낸드 인터페이스를 적용해 업계 최고 속도를 구현한 ‘256Gb 5세대 V낸드’를 본격 양산한다고 밝혔다.


‘5세대 V낸드’는 자체 개발한 혁신 기술을 이용해 ‘3차원 CTF 셀’을 90단 이상 쌓아 올린 적층 기술이다. 세계 최초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가 64단, 72단 낸드 플래시를 양산하고 있고 중국 기업들이 올해 연말에야 32단 낸드 플래시를 양산할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진보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평면구조였던 낸드 플래시를 위로 쌓아올리는 수직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낸드 플래시 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낸드 플래시의 가격 하락은 기정사실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부터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고 있어 수요 증가율이 회복될 수 있지만 연간 낸드 수요 증가율은 36%로 공급 증가율 42%를 웃돌아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급과잉은 낸드 플래시의 고부가가치 제품인 기업형 SSD 시장에 집중된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독점적으로 공급해 왔던 기업형 SSD 시장에 경쟁 업체들이 진입하며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은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7월 4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대만 반도체 업체인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가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상대로 중국 내 판매 금지 예비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판매가 금지된 제품은 D램과 낸드 플래시를 포함한 26개다. 지금은 미국 기업에만 해당되지만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반도체 굴기’에 나서고 있는 중국이 경쟁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도체업계는 G2의 무역 분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선 경쟁자들보다 몇 걸음 앞서 있는 삼성전자이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인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비메모리 부문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의 국내 기업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4.7%에 불과하다.


IBK경제연구소는 “시스템 반도체의 경쟁력은 창의적 아이디어와 설계 능력이 핵심인데 이 분야에서의 국내 기업 수준이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TSMC의 독주를 막아라”


연산과 정보 처리를 주축으로 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30% 정도다. 여기에 시스템 반도체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AI, 머신러닝의 성장으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그야말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불릴 만하다.


현재 삼성전자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꼽고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대부분의 시스템 반도체 부분 매출액은 갤럭시 시리즈에 공급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엑시노스도 향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와의 거래를 늘려 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사업팀의 승격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12일 시스템 LSI사업부 안에 있었던 파운드리 사업팀을 ‘부’로 승격시킨 후 독립시켰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부문은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등 3개 사업부로 재편됐다.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시킨 것은 단순히 ‘키워주기’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애플이나 퀄컴과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들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가 시스템 메모리 부서로 묶여 있다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상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만적체전로제조(TSMC)·글로벌파운드리·UMC는 모두 순수 파운드리다. 5위권에 든 기업 중 유일하게 삼성전자만이 종합 반도체 그룹인데, 고객들에겐 자칫하면 노하우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들어 글로벌 IT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반도체 설계에 나서고 있다. 구글·테슬라·페이스북·아마존 등이 자체적인 반도체 설계를 시도함으로써 향후 파운드리 시장의 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숙제는 전문 파운드리 기업인 TSMC의 독주를 막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TSMC는 전 세계 시장점유율 50.4%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6.7%로 4위에 불과하다.


기술력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10nm 공정을 도입했다. 하반기부터 극자외선(EUV) 전용 라인을 구성해 7nm 공정도 시작한다. 이 공정이 가능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뿐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전 세계 2위의 파운드리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5월 열린 ‘파운드리 포럼’에서 3나노미터 미세 공정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 반도체의 위탁 생산을 2020년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1위인 TSMC보다 약 1년 이른 행보로 TSMC의 ‘아성’을 깨뜨리겠다는 도전장을 내밀었다.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 강자, 다음 목표는 ‘파운드리’
◆中 기업 공세로 빨간불 켜진 LCD


삼성전자 DS부문의 마지막 축을 담당하는 것은 ‘디스플레이’다. 그런데 디스플레이 사업부의 2분기 실적이 심상치 않다. 미래에셋대우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2% 늘어난 35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40.5%나 뒷걸음질한 3조2000억원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부진 때문이다. 점유율이 나날이 하락하고 있고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LCD 가격 하락의 주범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BOE다. 원가 수준의 가격으로 공급한 덕분에 LCD 가격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5월 65인치 LCD TV용 패널 평균 판매 가격은 248달러로 최근 17개월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수요 또한 2010년 이후 정체됐다. LCD 한국 패널 업체들엔 전환점이 필요하게 됐다.


따라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패널 업체들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OLED 사업부는 2005년부터 투자를 시작해 2009년부터 모바일 쪽으로 생산을 시작했다. 대부분 스마트폰 등 중소형 IT 기기에 사용되며 삼성전자 IM사업부를 비롯해 애플, 중국의 오포(OPPO)와 비보(Vivo) 등이 주 고객이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향후 폴더블(접이식) 스마트폰에 사용될 폴더블 OLED 양산을 올 하반기부터 시작한다.


디스플레이 기술의 ‘끝’으로 불리는 플더블 OLED는 향후 삼성전자의 든든한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장 잠재력도 높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OLED 시장의 잠재력에 대해 △‘신축성 있는’ 한 폼 펙터 구현이 가능하고 △원가 구조가 우위에 있고 △고정비 비율이 높아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점을 꼽았다.


삼성전자는 대형 OLED에선 70%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LG디스플레이에 뒤처진다. 반면 중소형 OLED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형 OLED는 폴더블·롤러블 디스플레이의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는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의 강자다. 특히 초대형 TV를 QLED로 출시함으로써 TV 시장의 공식을 바꿔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시리즈에서 75인치 이상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물론 82인치 제품도 전면에 내세워 해외시장을 공략 중이다. 75인치 이상 초대형 QLED TV로 북미와 한국 시장을 겨냥해 13년 연속 세계시장 1위를 지키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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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 비즈니스 제 1182호(2018.07.23 ~ 2018.07.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