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83호 (2018년 08월 01일)





[페미니즘 경제학] 주부의 가사노동은 왜 ‘무급’으로 따져야 하나

[커버스토리=페미니즘 경제학] 
-가족의 후생 수준 높이지만 기존 통계에선 무시…실제는 GDP 최대 33% 달해 



[황남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2017년 한국의 여성 고용률(15~64세, OECD 기준)은 56.9%로 남성 고용률 76.3%에 비해 약 19%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임금을 받는 유급 노동(paid work) 참여 비율이 남성에 비해 낮지만 집 안에서 임금을 받지 않고 가사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사노동의 인구학적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는데, 그 이유는 주부의 가사노동은 무급 노동(unpaid work)으로, 경제적 가치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힘들어서다.

주부의 가사노동은 가족의 후생 수준을 높이지만 화폐가치로 알 수 없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에 잡히지 않는다. GDP는 시장에서 화폐가치로 거래되는 후생 수준과 생산적 활동만 계산하기 때문이다.

여성과 경제학의 관계는 그보다 훨씬 더 깊고 넓은 문제다. 1960년대 들어 여성들이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여성들은 항상 일하고 있었다. 20세기에 변한 것이 있다면 여성들이 일터를 바꾼 것이다. 

◆통계청, ‘가계 생산 계정’ 개발

집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밖에 나와 일하고 노동의 대가로 돈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 현상은 거대한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가져왔다.

인구의 절반이 자신이 하던 일을 집에서 시장으로 가지고 나온 것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한 경제체제에서 다른 경제체제로 이행됐다. 동시에 가정생활에도 큰 변화가 왔다. 

선진국은 가정에서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는 경우(가사 활동의 아웃소싱)가 흔한 반면 개발도상국은 여성이 가정 내에서 가사노동을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한 국가의 진정한 후생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GDP에 무급 가사 활동을 포함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한국 통계청은 제2차 국가통계발전 기본계획(2018~2022년)을 통해 ‘국민 계정(National Accounts)’을 보완하는 부속 계정으로 ‘가계 생산 위성 계정(Household Production Satellite Accounts)’을 개발해 올 하반기 중에 공표할 계획이다. 따라서 앞으로 여성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의 재평가가 예상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3년 무급 노동에 대해 4가지 유형으로 정의하고 있다. 무급 연수 활동(unpaid trainee work), 자원봉사 활동, 가정이나 가족이 소비할 물품 생산(own-use provision of goods), 무급 가사 및 돌봄을 포함해 가구 또는 가족에게 제공한 서비스(own-use provision of services) 등이다.

 ILO에서 분류한 무급 노동 4가지 유형 중 셋째와 넷째는 무급 가사노동으로 여성이 많이 참여한다. 국가의 경제 수준에 상관없이 여성은 남성보다 무급 가사노동을 평균 2.5배나 더 많이 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최근 남녀 간에 무급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시간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줄어들고 남성의 자녀 돌봄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여성의 경제력 향상이고 가구원 수의 감소도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가구의 소득수준 증가로 이어져 가사 도우미의 고용, 외식 등 가사 활동의 아웃소싱이 과거보다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5년 부부의 가사노동 시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남편은 하루 평균 49분 동안 가사노동을 하고 부인은 남편의 5배 수준인 4시간 20분 동안 가사노동을 한다. 맞벌이 여부에 상관없이 부인은 남편보다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시간이 더 많다. 



◆맞벌이 여부와 상관없이 여성의 몫

김준영 성균관대 교수에 따르면 1999년 한국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은 월평균 113만원, 연봉 1356만원으로 평가됐다. 물가수준을 감안하면 2017년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은 월평균 164만원, 연봉 1968만원(GDP 디플레이터 적용) 수준이다.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무급 가사노동 참여 시간에 시간당 임금을 곱하는 방식으로 구한다. 예를 들어 집 안 청소를 하루 2시간 했고 집 안 청소를 하는데 시간당 1만원이라면 경제적 가치는 2만원이 된다.

여기서 시간당 임금을 얼마로 보느냐에 따라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계산하는 값이 달라진다.

한국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GDP의 21~33%에 해당하는 규모다.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성별로 구분하면 남성은 GDP의 4~6%, 여성은 17~27%다. 즉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면 가계 생산에서 여성의 경제적 기여는 남성의 4배 이상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무급 가사노동이 전적으로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정과 바깥의 일을 어떻게 잘 조합할지는 여성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와 인구 전체에 영향을 주는 거대한 문제다.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돌봄 노동에 대한 필요성이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돌봄노동에 대한 책임이 여성에게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돌봄 노동에 대한 욕구와 그에 따른 정책은 여성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여성 노동 정책 수립 및 실행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급 가사노동은 여성의 경제활동참여 외에도 교육 및 미래 세대의 인적자본 개발과 건강 수준 등과 관련이 있다는 측면에서 정책적 관심이 절실하다. 여성 가사노동의 재발견이 필요한 이유다.

[페미니즘 경제학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여성에 투자하라” 성장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
-주부의 가사노동은 왜 ‘무급’으로 따져야 하나
-"노동시장 속 젠더격차 해결, 승자와 패자 있는 문제 아냐"
-“고정된 성역할은 남성에게도 힘든 굴레죠”
-“여성에게 더 어려운 스타트업 창업, 이젠 바꿔야죠”
-육아휴직 복직률 100%, 여성 관리자 비율33% SW기업
-‘펨버타이징’ 광고계의 물줄기를 바꾸다
-'초보자부터 남성까지' 당신을 위한 맞춤형 페미니즘 도서 11선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3호(2018.07.30 ~ 2018.08.0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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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7-3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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