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86호 (2018년 08월 22일)





‘20년 난제’ 국민연금 개편, 이번엔 가능할까

[커버스토리 : '600조 국민연금' 어디로 가나?]
- 기금 고갈 예상 시점 3년 더 일러져…보험료율 1998년 이후 9% 동결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정부가 20년 만에 국민연금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한번씩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 등을 꾸려 국민연금 재정의 건전성을 평가하고 이에 맞는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해 왔다.

이 결과가 8월 17일 공청회에서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이라는 문건으로 공개됐다. 앞으로 9월 말까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10월 말 국회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 내년부터 보험료율 11~13%로 오르나

이번에 공개된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된 문제는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다.

현행 연금 제도가 유지되면 40년이 채 안 돼 고갈될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재정추계위원회가 국민연금 재정 전망을 새로 평가한 결과 저출산·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기금 고갈 예상시점이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일러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 때문에 현재 40% 선인 소득 대체율을 유지하려면 보험료 인상이나 가입 기간 연장 또는 수급 시기를 늦추는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소득 대체율은 전체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을 의미한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 등은 앞으로 더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도 개선안 논의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며 논란이 불거지자 “‘더 많이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국민연금 개편안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 동의 없는 일방적인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재 국민연금의 개편 방향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20년간 9%로 묶여 있는 보험료율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11~13%로 올리는 것이다.

국민연금 도입 첫해인 1988년 3%였던 보험료율은 이후 3%포인트씩 두 번 올라 1998년부터 지금까지 9%를 유지하고 있다. 의무 가입 공적연금을 운영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의 평균 보험료율 15.4%(2016년)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그간 수차례 보험료율을 12~15%대로 올리는 방안을 시도했지만 여론의 반발과 국회의 회피 속에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OECD는 한국의 국민연금 급여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20~2030년 2.1%, 2060년 7%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수입 증가를 위한 조치의 실행을 미뤄서는 안 된다”며 “실행이 늦어질수록 재정 건전성 확보에 필요한 수입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부과 방식’으로 전환 사례도

기금이 고갈되면 무조건 연금을 못 받을 것이라는 우려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가장 큰 요소다. 하지만 이는 과장된 ‘설’에 불과하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면 그 가운데 일부를 수급자한테 연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를 기금으로 운용하는 ‘적립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에는 634조원의 기금이 쌓여 있다.

이러한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은 국가가 제공하는 핵심 노후 소득 보장 제도이므로 어떠한 방식으로든 연금은 지급된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는 안정적·지속적으로 연금이 지급되도록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에 견줘 더 많은 연금을 주는 구조로 설계된 터라 기금 소진은 첫 출발 때부터 예정된 수순이기도 하다.

다만 기금 소진 시점이 앞당겨지면 특정 시기부터 부과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부과 방식은 기금이 바닥나면 그해 지급할 급여를 그해 거둬 나눠 주는 시스템이다. 물론 그러면 보험료나 조세 부담이 커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보다 먼저 연금제도를 시작한 독일·스웨덴 등도 적립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현재 부과 방식으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공무원·군인연금처럼 정부가 적자를 부담하도록 보장 의무를 법적으로 명시하는 것도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와 기대 수명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결국 정부와 미래 세대가 져야 할 부담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재정추계위원회에서는 국민연금에 가입해 의무적으로 보험료를 내야 하는 나이를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은퇴 후 소득이 없어도 보험료를 내야 할까. 답은 ‘그렇지 않다’다. 지금도 퇴직·폐업·실직 등으로 소득이 없으면 납부 예외자로 신청해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사실 가입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보험료를 낼 수 있는 가입자에겐 유리하다. 국민연금은 더 많이 더 오래 낼수록 돌려받는 돈도 많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득 기반이 약한 60대에 보험료 납부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 자체가 저소득자에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정년 연장과 일자리 확대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 개편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에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공적연금을 폐지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민연금은 수익비 평균이 2배(소득별 1.2~4배)로 1배가 채 되지 않는 사적연금보다 가입자에게 훨씬 유리하다. 수익비는 돌려받는 연금액을 낸 보험료 총액으로 나눈 비율로, 1배 이상이면 ‘낸 돈보다 받는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기금 운용 수익률도 2012~2016년 동안 개인연금은 3.3%에 그쳤지만 국민연금은 5.2%였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장은 “국민 노후 보장을 위한 공적연금은 전 세계 150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복지국가의 기본”이라며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사보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공적연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 대한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공적연금을 건전하게 신뢰를 받으면서 운용할 수 있도록 발전적인 논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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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6호(2018.08.20 ~ 2018.08.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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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8-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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