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기업가정신이 희망이다] 1부 잊힌 '기업가 정신'을 찾아서-한경비즈니스 600명 설문조사...“기업가정신 교육 필요” 87.3%
[편집자 주=조지프 슘페터는 77년 전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1942년)’에서 처음 자본주의 발전 원동력으로 ‘기업가 정신’과 ‘창조적 파괴’를 주장했다. ‘기업가 정신’은 시대를 막론하고 강조되지만 오늘날처럼 기업가 정신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던 때는 없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하고 그 어떤 것도 상상 가능한 시대다. 과거 한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맹렬한 기업가 정신으로 경제 기적을 일궈낸 경험이 있다. 한국 경제 재도약의 필수 조건인 기업가 정신의 현주소와 활성화 조건을 진단했다. // 취재=이정흔·차완용·최은석·김정우·안옥희·이명지·김영은 기자 / 사진=서범세·김기남·이승재 기자 ]
“한국, 기업가정신 쇠퇴” 56.4%...가장 필요한 덕목은 '사회적 책임' 1위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기업가 정신이 가장 충만한 나라”라고 말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키워낸 한국 경제의 ‘역동성’과 ‘도전 정신’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1950~1980년대 중반까지의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지난해 ‘2018 암웨이 글로벌 기업가 정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는 39점으로, 44개국 조사 대상국 중 33위다. 1위는 베트남(89점)이었고 아시아 평균 점수는 61점이었다.

제4차 산업혁명과 함께 ‘혁신 성장’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추락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에 대한 힌트를 찾기 위해 한경비즈니스는 대한민국 국민이 ‘기업가 정신’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이번 설문은 오픈서베이를 통해 3월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간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각 연령별로 100명씩 모두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기업가 정신’하면 떠오르는 인물, 정주영·김범수 ‘압도적’

대한민국 국민이 생각하는 한국의 기업가 정신은 몇 점일까. 600명의 응답에 대한 전체 평균 점수는 ‘47.16점’이었다. 지난해 암웨이 글로벌 기업가 정신 보고서의 39점보다는 높은 점수지만 여전히 50점에 못 미치는 점수다. 실제 우리 국민 또한 한국의 기업가 정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 않았다.
“한국, 기업가정신 쇠퇴” 56.4%...가장 필요한 덕목은 '사회적 책임' 1위
다만 연령대별·성별로 세분해 들여다보면 그 결과가 조금 달랐다. 남성 응답자(평균 47.61)들이 여성 응답자(46.72)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또 60대 이상 응답자들의 평균은 51.02점으로 한국의 기업가 정신에 대해 가장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고 30대 응답자들은 41.73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 눈에 띄는 것은 대학생·대학원생들의 기업가 정신에 대한 평가(평균 점수 45.60)가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국내 1세대 기업인들 가운데 창조적 파괴, 혁신, 과감한 도전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기업인으로는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23.3%)이 꼽혔다. 세부적으로는 50대(27.0%)와 30대(28.0%)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2위는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15.3%)가 꼽혔다. 특히 여성 응답자들의 응답률이 높았는데 그중에서도 50대, 전업주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3위는 오뚜기 창업자인 함태호 전 명예회장(15.2%)이었다. 상대적으로 10대(22%)에게 많은 선택을 받았고 여성 응답자(19%)들의 선택률 또한 높았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와 구인회 LG그룹 창업자는 각각 4위(15.0%)와 5위(11.5%)에 올랐다.
“한국, 기업가정신 쇠퇴” 56.4%...가장 필요한 덕목은 '사회적 책임' 1위
2000년대 이후 창업한 기업인들 가운데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응답자의 27.8%가 선택했다. 전 연령층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40대(31.0%)와 30대(34.0%)의 응답률이 높았다. 2위는 방탄소년단(BTS)을 키워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12.7%)였다. 특히 대학생·대학원생(17.5%)과 전업주부(18.1%)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았다. 3위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10.8%)로, 상대적으로 60대 이상(15.0%)과 10대(16.0%)의 응답이 높았다. 4위는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9.2%)로, 특히 초중고생(25.9%)으로부터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5위는 안랩의 안철수 전 대표로, 50대(21.0%)의 응답률이 높았다. 이 밖에 기타 응답으로 ‘백종원’ 등이 꼽히기도 했다.
“한국, 기업가정신 쇠퇴” 56.4%...가장 필요한 덕목은 '사회적 책임' 1위
해외 기업가들 가운데서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33.0%)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31.3%)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50대(47.0%)와 60대 이상(52.0%)은 빌 게이츠를 선택한 반면 40대(35.0%)와 30대(40.0%)는 스티브 잡스를 선호했다. 3위는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11.5%)로, 대학생·대학원생(20.6%)과 초중고생(20.4%)의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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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수 “기업가 정신 하락했다”

1950~1980년대와 경제성장기와 비교해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쇠퇴했느냐는 질문에 과반의 응답자들이 그렇다(41.7%) 혹은 매우 그렇다(14.7%)고 응답했다. 비슷하다는 응답은 27.2%에 그쳤고 그렇지 않다 (14.8%), 매우 그렇지 않다(1.7%)고 응답했다. 50대 이상은 그렇다(53.0%)의 보기를 많이 선택한 반면 30대(31.0%)와 10대(35.0%)는 비슷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한국, 기업가정신 쇠퇴” 56.4%...가장 필요한 덕목은 '사회적 책임' 1위
기업가 정신이 쇠퇴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20.3%로 가장 높았다. 50대 25%, 60대 이상 24.0%가 이를 이유로 들었다. 2위는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선호(16.5%)’였는데 상대적으로 30대(22.0%)의 응답이 많았다. 3위는 ‘입시 위주의 교육(16.3%)’이었다. 특히 초중고(29.6%)들이 많이 꼽았다. 이 밖에 각종 규제(9.5%), 실패에 대한 두려움(90%), 강성 노조(8.2%)라는 응답자들도 적지 않았고 기타 응답 또한 다양했다. ‘대기업 위주의 지배구조’, ‘수익만 좇는 기업인들의 욕심’, ‘재벌 기업의 상속’ 등이라고 응답했다.
“한국, 기업가정신 쇠퇴” 56.4%...가장 필요한 덕목은 '사회적 책임' 1위
기업가 정신에 비춰 현재 국내 기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전체의 45.5%가 ‘보통’이라고 답했고 부정적 35.0%, 매우 부정적 7.8%였다. 이와 비교해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10.8%, 매우 긍정적은 0.8%에 그쳤다. 그중에서도 대학생·대학원생의 44.4%, 직장인의 39.9%가 ‘다소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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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기업의 긍정적인 측면을 묻는 질문에는 ‘경제 발전에 기여’가 36.2%로 가장 높은 선택을 받았다. 특히 60대 이상(43.0%), 50대(47.0%)의 응답률이 높았다. 다음으로는 ‘국가 브랜드 향상(23.3%)’, ‘일자리 창출(19.7%)’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기타 의견(2.3%)의 대부분은 ‘긍정적인 측면이 없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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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준법·윤리 경영의 미흡’이 43.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 연령층에서 고르게 선택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40대(54.0%)의 응답률이 높았다. 2위는 ‘일자리 창출 부족(20.7%)’이었고 상대적으로 초중고(44.4%) 응답자의 비율이 높았다. ‘후진적 기업 문화(18.0%)’, ‘사회공헌 활동 미흡(12.3%)’도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기타 응답으로는 ‘소통·몰이해’, ‘고객을 우선하지 않음’ 등이 있었다. 특히 ‘언급된 이유들이 전부 해당된다’는 응답 또한 적지 않았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인 만큼 기업의 창업자가 경영인들의 ‘가업 승계’에 대한 인식 또한 부정적이었다. ‘가업 승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해 52.3%의 응답자가 ‘불법·편법적인 상속’을 꼽았다. 30대(61.0%)와 50대(61.0%)의 응답률이 높았다. 전업주부(59.6%)와 직장인(59.1%)의 과반도 이를 꼽았다. ‘2~3세들의 경영권 다툼’도 29.7%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60대 이상(35.0%)과 10대(45.0%)가 많이 선택했다. 이와 비교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대변하는 ‘장인정신’의 응답률은 6.7%, 백년 가게는 5.3%에 그쳤다.
“한국, 기업가정신 쇠퇴” 56.4%...가장 필요한 덕목은 '사회적 책임' 1위
가업 승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노력 없는 부의 대물림’이 47.7%로 가장 높았다. 특히 50대의 64.0%가 이를 꼽았다. 뒤이어 ‘2~3세들의 특권 의식(25.7%)’, 불투명한 승계 과정(19.8%)의 순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은 ‘2~3세들의 특권 의식’을 상대적으로 많이 꼽았고(30.0%), 불투명한 승계 과정을 많이 꼽은 집단은 대학생·대학원생(28.6%)으로 나타났다. 기타 응답으로는 ‘언급한 모든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2~3세의 무능’을 공통적으로 지적한 의견도 눈에 띄었다.
◆기업가 정신 교육 ‘고등학교 때부터’

현재 한국 경제에 가장 필요한 기업가 정신의 덕목을 묻는 질문에는 ‘사회적 책임’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18.3%가 선택했다. 전반적으로 국민은 지금 이 시대의 기업가들에 대해 ‘혁신(6.7%)’, ‘미래 지향(8.5%)’ 등과 비교해 사회적 책임은 물론 반부패(17.7%), 상생(13.8%), 공정 경쟁(13.3%) 등을 더욱 크게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22.0%)와 10대(23.0%)에서 ‘반부패’를 선택한 응답자들이 많았고 50대(19.0%)와 60대 이상(20.0%)의 응답자들은 ‘상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앞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대표적인 기업가’에 대한 질문에서 함태호·유일한 등의 기업인들이 높은 선택을 받은 것과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한국, 기업가정신 쇠퇴” 56.4%...가장 필요한 덕목은 '사회적 책임' 1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한국 기업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새롭게 도전할 분야에 대해서는 42.5%가 ‘친환경·에너지’ 분야를 꼽았다. 여성(52.7%), 60대 이상(57.0%), 전업주부(61.7%)의 선택률이 높았다. 뒤를 이어 인공지능(AI)·로봇 분야가 23.2%로 나타났는데 상대적으로 남성(28.7%), 10대(32.0%), 대학생·대학원생(28.6)과 초중고생(29.6%)에게서 많은 선택을 받았다. ‘문화 콘텐츠’를 선택한 응답률도 8.5%에 달했고 ‘헬스케어·바이오’도 7.8%로 나타났다. 기타 응답으로는 보다 구체적으로 ‘미세먼지’나 ‘암호화폐’를 언급한 대답이 눈에 띄었다.

학교 또는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6.2%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61.0%)의 응답률이 매우 높았고 30대(60.0%)와 50대(60.0%)도 높았다. ‘조금 있다’를 선택한 응답자는 36.2%였다. 상대적으로 남성(39.3%) 응답자가 많았고 20대의 48.0%가 선택해 연령별 차이를 보였다. ‘많다’는 응답은 5.7%, ‘매우 많다’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한국, 기업가정신 쇠퇴” 56.4%...가장 필요한 덕목은 '사회적 책임' 1위
‘학교 교육과정 등에서 기업가 정신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64.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20대의 70%, 여성의 69.7%, 대학생·대학원생의 68.3%가 선택했다.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도 22.8%로 높았는데 상대적으로 남성(26.7%)이 많이 선택했고 50대(26.0%)와 60대 이상(29.0%)의 응답률도 높았다. 직장인의 26.8%도 이를 선택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10.0%였고 ‘매우 불필요’는 2.7%였다.

기업가 정신 교육을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질문에는 ‘고등학교 때부터’라는 응답이 30.3%로 가장 높았다. 대부분 고등학교를 선택한 응답자가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20대(36.0%)와 10대(45.0%)의 응답률이 높았다. ‘중학교 때부터’는 27.5%의 응답자가 선택했는데 상대적으로 60대 이상(33.0%)과 30대(34.0%) 응답자에게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초등학교’를 선택한 응답자도 24.7%였다. 특히 50대 응답자의 37.0%가 선택했다. 이 밖에 ‘대학교 때부터’를 선택한 응답자는 12.7%, 창업할 때는 4.3%였다.

vivajh@hankyung.com
[커버스토리=기업가정신이 희망이다 인덱스]①잊힌 ‘기업가 정신’을 찾아서-"한국, 기업가 정신 쇠퇴" 56.4% "기업가 정신 교육 필요" 87.3% -한강의 기적’을 만든 그들…기업가 정신 루트를 가다-도전과 모험이 혁신을 부른다’…다시 읽는 슘페터와 드러커②재도약의 성장 엔진 '기업가 정신' -“CEO 되는 법이 아니라 실패해도 괜찮다는 걸 배웠어요”-“누구나 창업해야 하는 시대, 지식만 가르치는 건 직무유기죠”-스타트업 육성하는 벤처 1세대…언론 노출 꺼리지만 ‘멘토’ 자처-‘기업 가치 1조’ 스타트업 성공 신화를 쓴 창업자들 ③100년 기업을 키우자 -‘오너 경영’이 모든 문제의 근원일까?-‘문 닫는 장수 기업들’…높은 상속세가 ‘발목-“벤처·대기업 모두 차등의결권 허용해야”④'제2 창업' 나선 기업들-삼성, C랩 통해 스타트업 설립 지원…‘제2의 삼성전자’ 탄생 기대-현대차, 반세기 달리며 ‘품질 경영’ 장착…미래차 게임 체인저로-SK ‘직물 공장에서 글로벌 기업으로’…반도체·바이오에 공격 투자-LG, 4대째 이어진 ‘연암정신’, 초일류 기업 만들다-롯데, 기업 문화 혁신에 팔 걷어…유연근무제 도입·남성육아휴직 의무화-포스코, 기업 시민 위한 ‘위드 포스코’ 새 비전…비철강 ‘강자’ 노린다-한화, 과감한 투자·빅딜로 태양광 등 수직계열화…‘글로벌 한화’ 날개 편다-신세계, ‘유통 혁신의 아이콘’…배송 경쟁력·스마트 초저가로 승부-두산, 경영 혁신으로 ‘턴어라운드’ 성공…신사업 도전 나선다-CJ, 창업 이념 ‘사업보국’ 정신, ‘K컬처’에 이어 ‘K푸드’로 확대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7호(2019.03.25 ~ 2019.03.3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