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41호 (1996년 09월)

캔버스 속 농부들, 그들의 고단한 삶

황금색으로 펼쳐진 들판은 농부들의 땀으로 맺은 열매들로서 가을에 농부들은 고된 노동의 대가를 거둬들인다.

농부가 몸을 움직이는 만큼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지만 게으르면 한 해 농사를 망친다. 그래서 농부의 삶은 고단하다. 마음대로 쉴 수 없기 때문이다. 일찍이 화가들은 농부들의 고단한 삶에 주목했다. 추수하는 농부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 피터 브뤼겔(1525년께~1569)의 ‘추수하는 농부들’이다. 브뤼겔은 농부들의 삶에 관심이 많아 농부들의 삶을 주제로 여러 작품을 제작했다.

이 작품에서 화면 전면은 피곤해서 쉬고 있는 농부와 그 옆에서 새참을 먹고 있는 농부들, 그리고 대낮에 휴식 전에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농부들로 구성돼 있다. 쉬고 있는 농부들 뒤로는 여인들이 이삭을 줍고 있다.

화면 왼쪽의 추수하고 있는 농부들 사이로 무거운 발걸음의 농부가 황금 들판을 나오고 있다. 그 뒤로 곡물 더미를 옮기는 여인들이 걷고 있다.

이 작품에서 황금 들녘을 나오고 있는 농부의 처진 어깨와 발걸음은 노동에 지친 농부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농부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뒤로 전원에는 집들이 모여 있고 멀리 항구가 보인다. 집들 사이로 초록의 들판에서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놀고 있다. 이 사람들은 중산층들로서 농부들의 삶과 다른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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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브뤼겔이 만년에 제작한 풍경화 연작 ‘계절’의 하나로, 그가 알프스를 여행하면서 매료된 자연 풍경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피터 브뤼겔의 ‘계절’ 연작은 미술사에 이정표가 되는 작품이다. 그 당시 풍경화는 회화의 한 분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브뤼겔은 ‘계절’ 연작을 통해 풍경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꾸어 놓았으며 이 작품은 네덜란드를 비롯해 북유럽 풍경화 전통에 기초가 된다.

‘계절’ 연작은 브뤼겔의 후원자이자 부유한 은행가였던 니콜라스 용헬링크가 주문한 작품으로 그의 대저택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됐다. 그 후 ‘계절’ 연작은 황제 루돌프 2세가 수집하지만 30년전쟁(1618∼1648년 독일을 무대로 신교와 구교 간에 벌어진 종교 전쟁) 동안 발생한 프라하 약탈 이후 일부만 남아 있다. 이 작품은 여섯 개의 패널로 한 계절 당 두개씩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만 하고 있다. ‘계절’ 12달 연작은 현재 5점이 남아 있다.

추수하고 있는 농부의 경건한 노동을 담은 작품이 빈센트 반 고흐(1853~90)의 ‘수확하는 사람이 있는 밀밭’이다. 이 작품은 한낮의 태양 아래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는 밀밭에서 낫을 들고 홀로 일하고 있는 농부를 묘사한 작품으로, 노란 밀이 화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농부 뒤로 산과 호수가 보이는데 열심히 일하고 있는 농부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때 나는 수확을 끝내려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인물에게서 죽음의 이미지를 보았다. 그것은 그 사람이 베고 있는 밀이 인간이라는 의미에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내가 얼마 전에 그렸던 ‘씨 뿌리는 사람’과 정반대에 있는 그림이다. 그러나 이 죽음은 모든 것을 순수한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한낮의 태양 아래서 일어났기 때문에 하나도 슬프지 않다”고 고흐는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혔다.

고흐는 가난한 농부들의 삶에 감명을 받았다. 그는 농부들을 그린 밀레의 작품을 좋아해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을 모사했는데 이 주제 역시 밀레에게 받은 영향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추수할 수 있는 농토가 있는 농부는 행복하다. 그마저 없는 농부들은 노동의 대가를 얻는 기쁨보다는 추운 겨울 먹을 식량이 더 걱정스럽다. 가난한 농부들의 고된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대표적인 작품이 장 프랑수아 밀레(1814~75)의 ‘이삭 줍는 사람들’이다. 가난한 농부의 냉혹한 현실을 표현했다.

추수가 거의 끝난 들판에서 세 여인이 땅에 떨어진 이삭을 줍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 멀리 농가가 보이고 그 앞에 말을 탄 사람이 농부들을 감독하고 있는 사람이다.

화면 중앙에 있는 짐수레에는 농부들이 실어 놓은 곡식들이 가득 쌓여 있고 들판에는 수확이 끝난 곡식들과 건초 더미들이 많이 쌓여 있다. 배경에 조그맣게 보이는 한 무리의 농부들은 추수 작업을 끝내는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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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건초 더미가 많이 쌓여 있는 것은 풍년을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화면 앞쪽에서 이삭을 줍고 있는 여인들은 풍년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들은 이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삭을 줍고 있는 그들은 농부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땅은 물론 농장에서 일할 기회조차 없기 때문에 추수가 끝난 농장에서 손으로 일일이 남아 있는 낟알을 줍고 있을 뿐이다.

고된 노동으로 인해 그녀들의 손을 붉게 타고 갈라져 있다. 여인들은 노동에 지쳐 등은 굽고 어깨는 처져 있다.

이 작품은 1857년 살롱에 전시되면서 비난을 받았다. 1848년 프랑스 제2혁명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기여서 비평가들은 이 작품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농촌 출신이었던 밀레는 정치적 이유보다는 그들의 삶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은 의도로 작품을 제작했다.





박희숙

화가. 동덕여대 졸업. 성신여대 조형산업대학원 미술 석사.

저서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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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10-2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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