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1만 명 채용, 토익 평균점수 748점

2014년 하반기 4대 그룹은 총 1만 명의 신입을 채용한다. ‘이 중 내 자리 하나쯤 없을까’도 싶지만 한 해 평균 졸업생 55만 명에 이른바 ‘취업재수생’까지 더하면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의 스펙이 비슷하다는 것. 최근 취준생의 토익스피킹 평균 성적은 5급 후반대로 삼성이 내건 최소 지원 기준 평균인 5.75급에 거의 들어맞는다. 즉 대부분 대기업에 지원해볼 만한 수준은 갖췄다는 이야기다.
[2014 하반기 공채 리뷰] 숫자로 보는 대기업 공채 결산
10000
이번 하반기 4대 그룹이 내건 신입 채용 규모다. 이 중 가장 많은 인원을 뽑은 곳은 삼성그룹. 삼성그룹은 하반기 4000명을 뽑겠다고 공표했고 지난 11월 13일 발표한 실제 합격자 규모도 이를 상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는 현대차그룹이다. 현대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의 14개 계열사는 총 2460명을 뽑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하반기 정기 공채 외에도 올 초부터 상시로 뽑기로 한 전략기획직무 채용 인원도 포함된다. 현대차는 지난달 상시채용 인적성 검사 합격자를 발표한 데 이어 현재 면접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하반기 인턴 선발 면접도 12월 초 진행했다.

지난 8월 그룹 통합 채용사이트를 오픈하고 이번 하반기부터 운영한 LG는 하반기 공채를 통해 총 25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SK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00명을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포스코가 1400명, 롯데가 1300명을 각각 채용하겠다고 하반기 공채 직전 밝혔다. CJ도 올 한 해 3600명(대졸 1500명, 고졸 1800명, 기타 300명)을 뽑았다. 하반기에는 이 중 절반가량을 모집한 것으로 보인다.


748
하반기 공채가 한창이던 지난 10월 22일, 취업포털 사람인이 9월 한 달간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신입 이력서 20만8453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토익 점수가 748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 741점 대비 7점 상승한 숫자다. 800점 이상 고득점자 비율은 36.7%에서 39.5%로 2.8%포인트 높아졌다.

토익 성적 보유자도 0.1% 늘어난 39.1%로 조사됐다. 토익 외에 영어말하기시험인 토익스피킹과 오픽 성적 보유자도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나 각각 16.8%, 11.6%를 기록했다.

인턴도 구직자 5명 중 1명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수치다. 자격증 보유자도 지난해 75.6%에서 올해 79.8%로 4.2%포인트 증가했으며 보유 개수는 평균 3개였다.


5.75
삼성그룹 25개 계열사의 올 하반기 토익스피킹 평균 최소 기준은 5.75급이었다. 오픽은 IM급이었다. 삼성은 영어말하기 점수 외의 토익 등 다른 어학 성적은 반영하지 않는다.

이 중 가장 높은 어학성적을 요구한 곳은 삼성중공업과 제일기획이었다. 삼성중공업의 ‘해외영업’과 제일기획의 ‘글로벌비즈니스’ 직군은 오픽 AL 또는 토익스피킹 8급 보유자에 한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직군별로는 연구개발 및 기술직 분야가 오픽 IL 또는 토익스피킹 5급을, 경영지원 및 재경직군이 오픽 IM 또는 토익스피킹 6급을 평균적으로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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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별로 채용 방침이 다른 LG그룹의 경우 LG전자는 세일즈마케팅·재무 직군에 토익스피킹 6급 또는 오픽 IM 이상 성적을 원했다. LG이노텍은 R&D·엔지니어에 토익스피킹 110점(5급) 또는 오픽 IL, 마케팅·스태프 직군에 토익스피킹 130점(6급) 또는 오픽 IM급을 요구했다. LG유플러스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는 별도의 어학성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대부분의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어학성적 보유자는 모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SK그룹도 별도의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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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전형과 인적성 검사에서 인문학 소양을 평가한 기업의 숫자다. 올 한 해 신입사원에게 인문학 소양을 요구하는 기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 1년 사이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모두 인문학을 도입한 데 이어 CJ, 포스코, 신세계, 롯데, GS까지 인문학 소양을 평가했다.

은행권도 예외 없이 모두 채용시험에 인문학을 강화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올 하반기 자소서에 ‘기업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쓰도록 했다. 필기시험에도 국사문제를 추가했다. 신한은행도 인문학 소양을 평가하는 새로운 형태를 구상 중이다. 도입 시기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가 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앞서 올 상반기 자소서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소개하고 그 책을 선택한 이유와 느낀 점을 기술하라’는 문항을 신설해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했다. 하나은행도 합숙면접에서의 필기시험과 토론면접에서 인문학 소양 평가 비중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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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면접전형 외에 자기PR이라는 이름의 탈스펙 면접을 활용한 주요 기업 숫자다.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LG유플러스, SK, KT, IBK기업은행 등이 바로 이 면접을 진행했다.

경영 악화의 여파로 전체적인 채용 규모가 줄면서 살짝 발을 뺀 곳도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2012∼2013년 서울 을지로의 두산아트센터에서 잡페어를 실시하고 ‘내가 미래다’라는 자기PR을 통해 지원자 일부에게 서류전형 합격권을 줬다. 하지만 최근 실적 악화로 두산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가 아예 신입사원을 뽑지 않으면서 그룹 차원의 채용 행사도 사라졌다.

2012년 ‘상상오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12개 대학에서 자기PR을 진행했던 KT&G도 행사를 한 회 만에 철수하고 올해는 별다른 채용 행사를 개최하지 않았다. KT&G 채용 담당자는 “상상오디션의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반면 KT는 하반기 들어 행사 장소를 기존 수도권에서 지방까지 확대해 실시하고 자기PR을 통해 일부에게 서류 면제권을 줬다. KT는 회장 사임, 임직원 구조조정 등 회사 내부 사정에 따라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다.


글 이도희 기자 | 사진 한국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