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호 (년 월)

‘번역은 또 하나의 창작예술입니다’

프로 번역가 김우열


번역에 관심 있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도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번역이 무엇인지, 번역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전히 모르고 있는 이들도 많다. 김우열(34) 씨는 출판계에서 떠오르는 능력 있는 번역가이자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바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는 프로 번역가 중 한 명이다.

6개월 이상 베스트셀러 1위였던 유명 자기 계발 서적인 ‘시크릿’을 비롯해 ‘부의 비밀’ ‘평전 마키아벨리’ 등을 번역한 김우열 씨가 번역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건 2001년부터다. 그 전까지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팬택, 모토로라 등에서 전공을 살려 휴대전화를 설계하며 성실한 직장인으로 살아왔다. 남부럽지 않은 안정된 직장을 그만둔 건 미래의 자신을 그려본 직후였다. “회사를 다니면서 10년, 20년 후의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봤죠. 결국 내 상사들의 모습이 곧 내 미래의 모습이란 것을 알게 됐어요. 그분들의 삶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특히 1999년 무렵부터 시작한 ‘명상’은 자신의 삶에 대해, 인생의 항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결국 그는 자신에게 자유를 선물하기로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갈까 생각도 했죠. 유학을 가서 MBA를 따게 되면 더 나은 생활이 보장되지 않을까 해서. 하지만 결국 그만뒀어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것 같아서요.”

그리고 그가 택한 건 바로 번역가로서의 삶이다.

“영어는 고등학교, 대학교 때 배운 게 전부지만 다니던 회사가 외국계 회사여서, 또 그 전 직장에서도 영어 강좌가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영어는 좀 자신 있었거든요.”

게다가 번역은 자신의 시간을 자유로이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에게 더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일을 하며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고 또한 여유롭게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삶, 그것이 바로 그가 꿈꿔 왔던 삶이기 때문이다.

초보 번역가의 시행착오

하지만 아무런 경력도, 출판계에 연도 없는 그가 번역가로서 데뷔할 수 있는 길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무작정 인터넷에서 출판사 편집자들의 e메일 주소를 찾아 e메일을 보냈어요. 번역 샘플 원고를 첨부해서요. 한 100통 보내면 몇 통 정도의 답장을 받을 수 있었죠. 아주 확률이 없는 방법은 아니었지만 결국 그런 식으로는 일을 얻기가 힘들겠다 싶더군요.” 그러던 중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사촌동생의 선배에게서 처음 번역 일감을 받았다. 다행히 읽기 쉽게 깔끔하고 명쾌한 그의 번역은 그 다음 일거리를 불러왔고 하나의 작은 성공은 또 다른 성공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출판계에서는 흔히 ‘번역가는 많지만 신뢰할 수 있는 좋은 번역가는 많지 않다’고들 하죠. 이 때문에 일을 하면서 신뢰를 쌓게 되면 의외로 기회는 많이 오는 것 같아요.”

결국 그도 그 기회를 잡은 셈인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번역이 쉬웠던 건 아니다. 다른 모든 초보 번역가들이 그러하듯 그 역시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번역 초보자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저 역시 처음에는 ‘원문’에 집착을 많이 했어요. 원문 그대로를 옮겨야 하는 건 아닌지, 토씨 하나 줄 바꿈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썼죠. 또 원문 자체가 난해한 경우에도 힘들었어요. 원문 자체에서 원저자의 의도가 글에 잘 나타나지 않는데 그걸 바꿔야 하는 작업들도 힘들었죠.”

결국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갈고닦을 수 있었다. 원문도 중요하지만 논리에 맞게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어야 하는 번역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또한 번역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우리말과 우리글을 공부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깨달았다. 그 외에도 출판사 편집자들과의 관계, 출판 계약의 허실, 원고 기획 및 검토 등 직접 일을 하게 되면서 배운 것들도 많다.

“사실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누구나 조금만 공부하면 할 수 있는 게 번역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고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직접 번역을 하며 알게 된 것, 배우게 된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03년 봄부터 ‘주간번역가(www.translatorsweekly.com)’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뉴스레터도 발행했다.

“많은 번역가 지망생들을 만났죠. 그리고 그때 연락을 해 온 분이 바로 지금의 ‘바른번역’ 대표이신 김명철 번역가예요.” 이미 프로 번역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던 김명철 번역가와 그는 좀 더 많은 번역가와 번역 지망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아무래도 프리랜서이다 보니 번역가들이 혼자 일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죠. 개개인이다 보니 계약 조건이 불리하거나 부당한 처사를 당해도 하소연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고요. 그래서 2004년 후반에 주변의 번역가들을 모아 번역 기획 그룹인 ‘바른번역’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법인화된 ‘바른번역’은 대표인 김명철 번역가와 부대표인 그를 포함해 100여 명의 프로 번역가를 둔 번역그룹으로서 번역 서적 기획은 물론 번역 지망생들을 위한 번역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2007년부터 운영한 번역아카데미에서 데뷔를 도운 번역 작가만도 10여 명에 달할 정도다.

‘바른번역’ 외에도 네이버 카페 ‘주간번역가’ 운영자로, 독자와 번역가가 함께 만드는 책 이야기 ‘왓북’ 공동 운영자로 활동하며 ‘번역 알리미’ ‘번역 조언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우열 씨. 그런 그가 최근에는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란 책을 내어 또 한 번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바른 번역의 길, 좋은 번역가의 길



“그동안 번역 테크닉이나 문법을 알려주는 책들은 많았지만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책들은 거의 없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번역가로 입문할 수 있는지, 번역에 필요한 적성이 무엇인지, 번역가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들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제가 현장에서 직접 배우고 익힌 번역에 대한 궁금증들에 대한 해답을 담은 셈이죠.” 그래서 책 구성도 심플하다. 번역을 하고 싶은 예비 번역가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자주 묻는 74가지의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담은 것이 전부다. 하지만 오히려 심플해서 더 실용적인 정보를 주는 까닭에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는 발행 2주 만에 2쇄를 찍을 정도로 베스트셀러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의 꿈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번역가’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번역이 단순히 남의 나라 언어로 쓰인 글을 우리 언어로 옮기는 게 전부가 아니라 또 하나의 창작 예술 작업임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좀 더 많은 번역가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바로 제 꿈이죠.(웃음)” 그래서 그는 오늘도 많은 초보 번역가들의 선배로, 번역가 지망생들의 길잡이로서, 또 꿋꿋한 프로 번역가로서의 길을 걸어간다.


김희연·객원기자 foolf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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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07-1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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