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월 연속…전년보다 47% 증가

[경제이슈 갈피 잡기]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대!
살림 잘한 ‘주식회사 대한민국’

‘흑자’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훈훈하고 든든한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23개월 연속 흑자에 미소 짓고 있습니다. 바로 *경상수지 흑자 때문입니다. ‘경상수지 흑자’란 일정 기간 한 나라가 벌어들인 소득 중에서 정부나 가계, 기업이 소비 혹은 투자로 쓰고 남은 몫을 말합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707억30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종전 사상 최대 흑자였던 2012년 480억8000만 달러보다 226억5000만 달러(47.1%) 늘어난 것으로서, 한은이 애당초 전망했던 규모(250억 달러)의 약 3배에 달합니다. 한은은 전망치를 계속 바꾸며 지난해 10월, 630억 달러까지 최종 예상했지만 실제 흑자액은 이마저도 넘어섰습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어닝서프라이즈’인 것이죠.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이처럼 증가한 것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정보통신기기의 수출이 늘었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습니다. 실제로 경상수지 흑자의 86%는 상품수지 흑자(607억1000만 달러)였을 정도입니다. 수출로 많은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얘기입니다.

안정적으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은 최근 위기설이 불거진 아르헨티나, 터키 등의 신흥국 그리고 *취약 5개국(Fragile Five)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상수지가 적자라는 것은 외국에 지급해야 할 달러가 모자란다는 의미인데, 이로 인해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이들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흑자라고 마냥 좋은 건 아냐!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정 경상수지 흑자 비중을 4%로 보고 있는데 한국의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비중은 6%가량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흑자 비중이 높은 나라는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지난해 수출은 5709억2000만 달러로 3.0% 늘어난 반면 수입은 5102억1000만 달러로 0.8% 줄었습니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폭이 늘어난 이유는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수입이 감소하고 수출입 물량은 모두 늘었기 때문이라, 이를 *불황형 흑자 구조라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수입 감소는 내수가 위축됐다는 것을 뜻합니다. 기업은 투자에 망설이며 완성품 제조에 필요한 자본재와 중간재를 덜 들여왔고, 가계 소비도 위축된 것입니다.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 때 수입이 대폭 감소하며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2009년에도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했던 적이 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화의 공급이 늘어나면 원화는 절상 압력을 받게 됩니다. 그러면 원화로 표시한 수출품의 가격이 하락해 수출 기업의 수익성은 떨어지게 되지요. 대외 의존도가 높고 수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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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수지
(經常收支, balance on current account)

한 국가가 상품과 용역을 사고파는 대외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와 지급한 외화의 차를 보여주는 경제지표.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경상이전수지 등으로 나뉜다.

a. 상품수지: 물건의 수출과 수입의 차액을 나타내는 수지.

b. 서비스수지: 해외여행, 유학·연수 등과 같은 서비스의 수입과 지출의 차액을 나타내는 수지.

c. 소득수지: 임금, 배당금, 이자 등에서 발생한 수입과 지급의 차액을 나타내는 수지.

d. 경상이전수지: 송금, 기부금, 정부 무상원조 등 대가없이 주고받은 거래의 차액을 나타내는 수지.


● 취약 5개국(Fragile Five)
2013년 모건스탠리가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섯 개 국가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취약한 나라로 분류·명명하며 화제가 되었다. 이들 국가는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확대되어 통화가치가 하락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시장의 불안은 여전한 편. 또한 다섯 개 국가 모두 올해 선거를 앞두고 있어 단기적 정책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불황형 흑자
경기가 불황일 때, 수입 감소량이 수출 감소량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들어 무역수지가 흑자로 나타나는 현상. 한국의 경우는 주로 높은 환율에 의해 나타나는데, 해외 시장에서 한국 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 수입보다는 수출 감소폭이 덜해 전반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


글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