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기간, 학생들의 워너비 활동 중 하나로 손꼽히는 ‘단기 해외봉사활동’. 세계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찾아가 나눔을 실천하는 의미 있는 활동이다. 최근 들어 단기 해외봉사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모 기업의 프로그램은 1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 심지어 자비로 100만 원 이상을 지불하고 떠나야 하는 프로그램에도 지원자들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뭔가 잘못된 듯 싶다. 국내에서는 해외봉사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뜨거운데, 정작 외국에서는 한국 봉사자들이 찾아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는 풍문이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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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말, 유럽에서는 개발도상국이나 자연 피해 지역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더불어 여행도 즐기는 ‘볼런투어리즘(Voluntourism)’이 인기를 끌었다. 유럽에서 시작된 볼런투어리즘은 곧 세계 곳곳으로 번졌고 현재는 미국 10대, 20대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단기 해외봉사활동’의 형식으로 볼런투어리즘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해외여행도 하며, 스펙도 쌓을 수 있고, 새로운 친구들도 만날 수 있다는 이점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단기 해외봉사의 문제점이 속속 노출되고 있다. 프로그램이 상업화, 상품화되면서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한 것. 국내 봉사자들이 많이 찾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의 주지사들 입에서 “한국 봉사자들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봉사 의미 사라지고 상업성만 가득”
부작용은 단기 해외봉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부터 시작됐다. 학생들이 방학만 되면 해외봉사로 몰리다 보니 기업과 학교 등에서는 이를 홍보용, 프로모션 식으로 활용하게 된 것. 일부는 아예 주식회사를 설립해 해외봉사를 이익 목적의 사업 아이템으로 이용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의 경우, 200여 명의 학생에게 150만 원가량의 비용을 받고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사실상 남는 비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모 기업의 경우, 한번 해외봉사를 다녀올 때마다 4000만 원에서 5000만 원의 이익을 남기고 있다. 이를 주변에서 지켜본 봉사단체 관계자 A씨는 “현지에서 학생들의 생활비용을 최대한으로 줄이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잠도 학교 강당에서 재우는 식이다. 이런 상황이어도 학생들의 불만은 거의 없다. A씨는 “봉사라고 하면 일단 고생한다는 인식이 있어 현지 상황이 아무리 열악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덧붙였다.

‘봉사’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그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부작용은 따로 있다. 누군가를 돕고자 해 떠난 해외봉사가 사실상 그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 대부분의 학생들이 해외봉사를 다녀온 뒤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보람 있고 즐거웠다”며 만족하는 반응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기업이나 학교에서는 매년 여름과 겨울에 학생들을 모아 해외봉사를 떠나고 있지만 현지에서의 봉사 효과는 미미하다. A씨는 그 이유로 국내 대부분의 해외봉사활동에 지속성이 없는 것을 지적했다. 보통 건축 봉사활동을 가더라도 기간은 1주일에서 길면 2주 정도뿐이다. 결국 공사를 마무리하지도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다음 기수가 그 지역을 찾아 마무리 공사를 하면 되지만 대부분은 시즌마다 봉사 지역을 바꾸기 때문에 건물을 제대로 완공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A씨는 “기업이나 학교가 홍보성, 프로모션 식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하기 때문에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여러 지역을 나가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해외에는 한국 봉사단체에서 채 완성시키지 못한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교육봉사 역시 부작용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보통 단기 해외봉사는 학생들의 방학 시기에 맞춰 진행하기 때문에 한 기수가 파견된 후 다음 기수가 봉사 지역을 찾을 때까지의 시간차가 큰 편. 다음 기수가 같은 지역을 찾는다 해도 교육이 다음 단계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똑같이 진행되어 교육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현지 아이들 고용해 홍보용 사진촬영”
현지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임의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결정하는 것도 문제다. 현지에 가보면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에 물이 새고 벽이 무너지기 직전인 상황인데, 이러한 지역에서 정작 시급한 건물 보수 공사 대신 교육봉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국내에서 프로그램을 임의로 결정한 뒤 봉사를 떠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최근에는 전문가가 아닌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 대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단기 해외봉사의 경우, 봉사를 떠나는 학생들에게 필리핀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도록 했다. 봉사활동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은 고작 2시간 정도밖에 진행하지 않고, 현지에 대한 정보나 봉사활동 경험이 전혀 없는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결국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필리핀까지 ‘봉사’를 떠난 학생들이 현지에서 하고 온 것은 부채에 그림 그리기, 페이스 페인팅, 마스크 팩 붙여주기 등이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진촬영을 위해 지역 아이들을 돈 주고 사는 경우가 빈번한 사례.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 중인 B씨는 “봉사 지역에 살지도 않는 아이들에게 돈을 주고 데려다놓고는 사진촬영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의 홍보와 실적을 남기기 위해서는 사진촬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낯선 외국인에게 아이들이 경계심을 보이면 빵 등을 나눠주며 달래 사진촬영을 한 뒤 돌려보내는 식. B씨는 “봉사가 아니라 기념사진 찍고 오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스펙쌓기용 봉사, 현지인들에게 상처만 남겨
많은 대학생 봉사자들을 관리하고 있는 현장 활동가 C씨는 “학생들이 왜 굳이 많은 돈을 들여 현장에 오는지 의문”이라 말했다. 학생들이 봉사를 오는 동기 자체도 ‘스펙 쌓기용’이나 ‘해외여행’, ‘남들이 하니까’, ‘등 떠밀려서’ 등으로 퇴색되다 보니 활동도 엉망이고, 현지인들에게 상처만 준다는 이유에서다. 해외봉사활동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봉사자들의 마음가짐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더했다. 제대로 된 봉사의 자세를 갖추지 않고 있으니 눈에 보이는 문제조차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 봉사를 떠나기 전 개인적으로라도 현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돕는다’는 의미가 아닌 ‘나눈다’는 진정한 봉사의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 박해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