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 메뚜기 = 도서관의 진가를 모르는 바보

신학기마다 하는 다짐. “이번 학기만큼은 도서관을 내 집처럼 드나들겠어!” 현실은? 수없는 술자리, MT, 아르바이트, 데이트에 도서관 문턱 넘어본 지 오래…. 어느덧 1학기의 중반이 지나고 있는 지금, 당신에게 도서관은 낯선 존재인가 친숙한 존재인가. 시험공부하느라 부랴부랴 쫓아가는 도서관이 아닌, 학교 앞 카페처럼 찾을 순 없을까. 자타공인 도서관 마니아가 알려주는 도서관과 친해지는 비책에 귀를 기울여보자.
The aisles in a public library with shelves full of books - isolated over white.
The aisles in a public library with shelves full of books - isolated over white.
적어도 3권은 네 몫의 책이야

대학 도서관 설치 기준령에 따르면, 도서관에서는 매년 총 학생 1인당 연간 증가량 3권 이상의 도서를 확보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학생 1인당 3권의 책이 보장돼 있다는 말씀. 하지만 대부분의 도서관이 학생 1명이 비치해주길 신청하는 책의 양을 이보다 훨씬 많게 책정하고 있다. 보통 20권 내외.

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장덕수 부산대 도서관 사서는 “판타지 소설, 만화를 제외한 모든 장르의 도서 신청을 받고 있는데도 도서관을 자주 찾는 일부 학생만 이용한다”면서 “소장 자료를 검색해보고 원하는 책이 없으면 신청 버튼만 누르면 해결된다”고 말했다. 학교 도서관의 책 신청 시스템을 적극 이용하는 게 높은 학점의 비결이라는 도서관 마니아가 있다. 최우정(한국외대 독일어 4) 씨는 “독일어 원서를 직접 구입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도서관을 통해 주문하면 비용 부담 없이 언제든 열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 덕분에 공부를 심화할 수 있고, 학점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도서관에 네가 모르는 ‘신세계’가 숨어 있다
십진분류표만 알면 책 찾기도 척척

도서관에는 책이 많다. 그래서 책 찾기가 귀찮다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원하는 책을 찾기가 힘들어서 도서관과 친해질 수 없다’고 말한다면, 그건 정말 핑계다. 도서관은 ‘한국십진분류표’에 따라 책을 분류한다. 이 표를 이해하면 책 찾기가 쉬워진다. 제일 앞에 쓰여 있는 세 자리 숫자는 각각 도서의 주제, 주제가 가진 대(大)분야, 소(小)분야를 뜻한다. 예를 들어 세 자리 숫자가 813이라면 8은 문학, 1은 한국 문학, 3은 소설을 뜻한다. 이 뒤에 붙는 숫자는 분야를 더욱 세분화한 것이다. 저자와 책 기호 순으로 나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기준은 도서관마다 조금씩 다르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로 도서관 마니아인 김민정(부산대 문헌정보 4) 씨는 “책 찾기는 어렵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A라는 경제학 도서를 찾는다고 할 때, 십진분류표를 보고 움직이면 A뿐만 아니라 미처 모르고 있던 책도 찾을 수 있지요. 같은 분류의 책끼리 모여 있어서 가능한 일이에요. 십진분류표 덕분에 지식 범위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도서관에 네가 모르는 ‘신세계’가 숨어 있다
특급 리포트 도우미가 도서관에 있다

대학 도서관만의 차별화된 시스템 중 하나가 바로 ‘학술 데이터 이용 서비스’다. 학술 DB라고도 불리는 이 데이터는 리포트를 쓸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남들은 네이버와 함께 리포트를 쓰지만 학점 잘 받는 공부의 고수들은 학술 DB를 이용한다는 사실. 좋은 리포트를 쓰기 위해서라면 교수 연구실 문도 두드린다는 최현일(부산대 수학 3) 씨의 조언을 들어보자.

“전문적인 자료를 찾고 싶을 때는 책이나 논문집 맨 마지막 페이지에 나와 있는 ‘참고문헌’을 보세요. 큰 주제의 책에서 시작해 참고문헌을 따라가다 보면 전문적인 논문을 찾아낼 수 있답니다.”

매년 발표되는 수천수만 건의 논문이 정리돼 있는 학술 DB 덕에 도서관과 매우 친하다는 정현수(부산대 전자전기공학 4) 씨는 한 단계 높은 활용법을 귀띔했다.

“전공 특성상 논문 활용을 많이 요구하는데, 이때 IEEE라는 미국 전자전기학회의 자료들을 우리 학교 도서관의 IP로 무료 열람할 수 있어요. 실제로 해보니 큰 도움이 되더군요.”
도서관에 네가 모르는 ‘신세계’가 숨어 있다
좋은 책은 주고받을 수 있어

캠퍼스가 분리돼 있는 대학들은 도서관도 따로 마련돼 있다. 이 캠퍼스엔 있지만 저 캠퍼스엔 없는 책이 있기 마련. 이런 경우 도서관에 요청하면 찾는 책을 가져다준다. 결연으로 맺어진 다른 학교의 자료를 열람하고 싶을 때도 이용 가능한 서비스다. 이른바 상호 대차 서비스.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내외 논문 자료까지 대차 서비스가 가능하다. 예컨대 먼 지역에 위치한 다른 대학에서 소장하고 있는 논문일지라도 신청만 하면 대부분 이틀 내로 수령 가능하다는 것.

상호 대차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는 오동균(한양대 기계공학 4) 씨는 “책이 없어서 공부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도서관 이용 교육을 받으면 상호 대차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같은 책을 두 번 사지 않아도 되니 좋고, 학생들은 먼 지역에 있는 캠퍼스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효율적이죠. 이런 서비스를 잘 활용하면 공부나 리포트 작성이 훨씬 쉬워집니다.”

잊지 말자. 학생이 필요로 하는 책이라면 어떤 방법으로든 구해주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라는 사실을.



도서관에서 책만 본다고? 촌~놈~

도서관에 서고와 열람실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종일 심심한 줄 모르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도서관. 놓친 영화 혼자서 감상하기, 시청각 교재로 어학 공부하기, 오페라 감상하기 등이 모두 가능하다. 특히 대다수 학교에서 DVD를 시청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두고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시청을 할 수도 있다.

최근엔 스터디룸을 만드는 도서관도 많다. 비싼 커피를 시켜야만 공간을 얻을 수 있는 카페 대신 도서관을 이용하면 되는 셈. 빔 프로젝트, 화이트보드 등을 이용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도서관 멀티미디어실 단골인 윤영석(동아대 사회복지 4) 씨는 “특히 어학 공부에 짱”이라고 말했다.

“어학 공부는 듣기 능력이 중요하잖아요. 시청각 자료실을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랍니다. DVD실에서 영상물을 시청하거나 여러 가지 IT기기를 활용할 수 있어서 굳이 노트북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지요.”

자, 이래도 도서관을 독서실 대용으로 사용할 텐가. 지금 바로 도서관에 가서 따끈따끈한 신간 도서부터 신청해보자. 또 학술 DB를 뒤져 양질의 리포트를 만들어보자. 남는 시간엔 멀티미디어실에서 영화 한 편 감상하기. 어느새 당신은 똑소리 나는 ‘도서관 마니아’가 돼 있을 것이다.



모범생의 자료 검색법

학술 DB 말고도 다양한 정보 창구가 있다. 이것만 알면 과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DBPIA (www.dbpia.co.kr)

국내 학술논문 검색 사이트 DBPIA에서는 소속 학교의 기관 회원임을 인증하면 수백만 개의 논문을 무료로 볼 수 있다. 해당 학교 학생이라는 사실만 확인되면 열람 가능한 것.


학술연구정보서비스 (www.riss.kr)

RISS라는 학술연구정보 서비스는 국내외 학술지와 논문을 이용할 수 있어서 유용하다. 한국, 중국, 일본의 연구 서비스로 제한돼 있기는 하지만 방대한 자료가 강점이다.
도서관에 네가 모르는 ‘신세계’가 숨어 있다
국회도서관 (www.nanet.go.kr)
도서관에 네가 모르는 ‘신세계’가 숨어 있다
국회 도서관도 훌륭한 보물 창고다. 대학 도서관에서는 국회 도서관과 협약을 맺어 이곳의 논문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컴퓨터를 따로 두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15만 편에 달하는 논문을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출력할 수 있다. 단 학술지 수록 논문은 저작권 문제로 유료라는 점을 기억하자. 이 경우 목차나 머리말 등 미리보기할 수 있는 부분을 살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료와 중복되지 않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글 장유정 대학생 기자(부산대 불어불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