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창업 시장 집중 분석

과거에는 대학생이 ‘창업’을 꿈꾼다는 것은 감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투자비용이 몇 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까지 필요했고, 사업 아이템도 한정적이었기 때문.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이 등장하고 모바일·SNS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며 창업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고 사업 분야도 무궁무진해졌다.

마음만 먹으면 너도 나도 창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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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젊은 사장님’
얼마 전부터 기자는 친구들과 모이기만 하면 ‘사업 아이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30~40대 아저씨들의 모임도 아니고, 모아놓은 돈 한 푼 없는 20대 사회초년생들의 대화 소재로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주제건만 모두들 꽤 진지한 태도다. 특히 창업의 ‘창’ 자도 몰랐던 기자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근 지인 중 몇 명이 ‘젊은 사장님’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며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 한 친구는 인천 송도에 작은 카페를 오픈했고, 친구 중 몇 명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대학시절 만났던 기자의 공대생 남자친구가 당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용돈 벌이를 했던 기억도 새삼 다시 떠올랐다. 그저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청년 창업’이 어느새 피부로 와 닿을 정도로 번진 것이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연령대별 신설 법인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세 미만의 사업자가 신설한 법인수는 2008년 2027개에서 2013년 3644개로 증가했다. 20대에 창업해 자신만의 사업을 하고 있는 젊은 사장님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 창업자수 3년 만에 두 배 증가
청년 창업자의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30대 미만의 청년 창업자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대학생들도 창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0년 201명이던 대학생 창업자수는 2013년 407명으로 약 두 배가량 증가했다. 창업 동아리 역시 지난해 1833개였던 것이 올해는 약 60% 증가한 2949개로 늘어났다.

워낙 취업난이 극심하다 보니 ‘취업 대신 창업’이라는 대안책을 찾는 것도 청년 창업자들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겠지만, 이전에 비해 창업의 장벽이 낮아지고 아이템이 다양해진 것 또한 결정적 이유가 됐다.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신세계가 생겨나고, 2007년 모바일 산업이 급성장하면서부터 창업 열풍은 더욱 거세졌다. 큰 자본금 없이도 온라인상에서 홈페이지를 만들어 제품을 판매할 수 있고, 실력만 있다면 자본금 등의 제약 없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돈을 벌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쇼핑몰을 개설하지 않고 블로그나 SNS를 활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창업 휴학제와 창업 강좌 등을 통해 학생들의 창업을 적극 권장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재학 중 창업을 하고 싶은 학생에게 평균 4학기의 휴학을 보장해주는 ‘창업 휴학제’는 지난해 17개 대학에서 진행하던 것이 올해(4월 기준)는 80개(대학교 71개, 전문대학 9개)로 대폭 증가했다. 또한 학부 과정에 창업학과를 도입한 대학도 지난해 13개에서 20개로 늘었고, 창업 강좌는 지난해 1051개에서 약 2.5배 증가한 2561개 강좌가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비해 이론형 수업은 감소하고 체험형 콘텐츠가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창업 권장 환경은 지난해 9월 정부에서 ‘대학창업 교육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며 적극적으로 만들어졌다. 정부는 창업교육센터를 확대하고 실전 중심의 창업동아리를 발굴해 연간 500만 원 내외 초기 활동비를 지원할 예정. 그 외 창업 관련 주요 정책 및 사업은 중소기업청(창업진흥원)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40여 개 기관에서 창업 관련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무거운 창업에서 펀(fun)한 창업으로
10여 년 전 창업 트렌드는 단연 ‘외식업’이었다. 서점에서는 ‘삼겹살 전문점 대박나기’, ‘성공하는 외식업의 노하우’, ‘누구나 먹거리 창업으로 부자 되기’ 등의 서적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창업의 키워드는 ‘쇼핑몰’과 ‘소규모’, ‘1인 기업’ 등으로 변했다.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분야로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청년 창업도 이 같은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기존의 ‘창업’이란 말에서 느껴지던 부담감은 빼고 쉽게 다가가는 추세. 기술력과 자본력이 필수로 요구되던 제조업 위주의 창업에서 ‘맨손’으로도 충분히 창업이 가능한 ‘지식 창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학생 창업 동아리 중 48%가 SW·모바일 관련 지식서비스업을 다루고 있으며, 제조업(35.9%), 기타 업종(16.1%)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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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행정절차, 창업 열정 ‘걸림돌’
창업에 대한 열정은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대학생 창업과 관련해 개선돼야 할 사항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지난 4월 한국무역협회에서 발간한 <청년창업가가 말하는 대학창업의 애로사항> 보고서를 보면 ‘복잡한 관련 제도’에 대한 창업 준비생의 불만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에서 다양한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학교에서도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생 창업자들은 복잡한 서류 및 절차를 밟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창업을 지원하는 기관별로 행정절차가 달라 관련 제도가 218개에 달하는데다가 각각 신청 시기, 서류 및 절차가 상이해 학생들이 활용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또한 최근 들어 대학생 창업의 분야가 제조업에서 모바일·SNS로 급변하고 있는데 비해, 지원 제도는 제조업 중심에 묶여 있다는 것도 불만 사항 중 하나로 지적됐다.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창업자가 한곳에서 지원제도를 파악·이용할 수 있도록 종합지원시스템을 마련하고 그 과정을 단순화하는 등의 세부 지원방침 개선”과 “대학창업의 대다수인 콘텐츠, IT 등 서비스업 창업 기업의 제도 활용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차별 지원 개선에 관심을 높일 것”을 조언했다.


글 박해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