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당시 ‘오리콘 혜성’이라 불리던 신인가수 윤하(26)가 일본관광청 홍보 모델로 발탁되어 화제가 됐다. 일본관광청이 ‘일본 방문 외국인 여행자 1000만 명’을 목표로 한 국제 프로젝트 ‘비지트 재팬(Visit Japan)’ 캠페인의 활성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 중이던 윤하를 내세운 것. 8년 전 뉴스를 굳이 들먹인 이유는 ‘윤하’라는 연예인보다 ‘관광청’이라는 이름에 호기심을 가질 당신을 위해서다.
[스페셜 리포트] 파라다이스로의 안내자 외국 관광청 A to Z
관광 정보가 아닌 ‘관광 욕구’를 주는 곳
문제 하나. ‘관광청은 관광을 가고자 하는 곳에 대한 관광 정보를 주는 곳이다’라는 말은 맞는 말일까, 틀린 말일까. 원칙적으로는 틀린 말이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광청을 관광안내센터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실 관광청은 관광 정보 제공이 아니라 해당 지역·나라에 대한 세일즈, 마케팅, 홍보 등의 기능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예를 들면, 하와이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하와이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있다고 치자. 관광청은 이 사람이 만족할 만큼의 친절하고 자세한 관광 정보를 주는 데 한계가 있다. 오히려 ‘하와이에 가셔서 현지 관광안내센터에 들르시면 더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라는 식의 안내와 추천을 해주는 편이다. 관광을 생각지도 않은 사람 혹은 조만간 어디로 가긴 가야겠는데 관광지를 아직 못 정한 사람, 바로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관광청은 윤하가 모델인 광고를 내보내고, 홍보물을 찍는 것이다. “우리 지역·나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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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에 모여있는 주한 외국 관광청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 관광청은 45개 정도. 1988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전에도 외국 관광청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 조치가 시행된 이듬해인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관광청들이 국내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 현재 대부분의 관광청들은 서울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중의 대다수는 강남보다는 강북에 있다는 점이다. 인천국제공항과 각종 여행사들이 강북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광청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대행사 형태로 운영하는 곳이다. 쉽게 말해 특정 지역·나라의 관광청 업무를 현지 국가의 단수 혹은 복수의 회사들과 계약을 맺어 위임하는 것이다. 복수의 관광청 사무소를 두는 것은 PR, 세일즈 등으로 업무를 세분화하여 잠재적 관광객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데 목적이 있다. 괌정부관광청의 경우 PR사무소와 GSA(총판)사무소를 따로 두고 있다. 유럽이나 북미 쪽은 대부분 대행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지사 형태의 운영도 있다. 해당 지역·나라의 직원(지사장)을 현지로 내보내 관광청 업무를 하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 유형은 이스라엘처럼 대사관에서 직접 관광청 업무까지 하는 경우다. 보통 대사관 공보실에서 관광 업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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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청마다 주로 하는 일이 달라
관광청은 대개 3~4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기관 본연의 업무인 지역·나라 세일즈, 홍보, 마케팅을 하기에도 빠듯해 관광과 관련한 전문적인 상담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 김연경 괌정부관광청 PR사무소 이사는 “1990년대에는 인터넷도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고, 여행·관광 관련 서적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 사람들이 마땅히 정보를 얻을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관광청에서도 관광 정보를 제공하긴 했지요. 지금도 물론 관광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요. 하지만 적은 인력으로 계속 관광객 응대를 할 수는 없고, 관광청의 자료들이 다 한국어로 소개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요”라고 관광청의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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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청 업무는 나라별 특성이 있다. 예를 들면, 몰디브 같은 곳은 주로 럭셔리 허니문 홍보에 주력한다. 갈수록 높아지는 한국 신혼부부들의 허니문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반면 태국은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휴양, 음식, 스파 등 제각기 다른 목적을 지니고 오는 한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다. 호주 같은 경우는 워킹홀리데이나 트레킹 관련 홍보를 많이 한다. 홍보는 인쇄매체는 물론이고 지하철, 버스 등 옥외광고를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관광청이 관광 정보를 세세하게 제공하는 곳은 아니지만, 관광청에 미리 문의를 하고 찾아가면 나름 쏠쏠한 자료들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곳까지 잘 소개되어 있는 해당 지역·나라의 세부 지도, 전통·문화·역사 그리고 유의해야 할 사항 등이 담긴 관광 가이드북 등이 그것이다. 자료에 따라 현지 언어로만 안내되어 있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게 오히려 관광의 소소한 재미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또한 관광청에서는 국내 여행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관광상품 개발의 포인트를 짚어주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를 돕는 차원인데, 퀴즈 형태의 재밌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육이 끝나면 소정의 인센티브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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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청 직원이 되려면

관광청은 지역·나라별 독립적인 기관이고, 각 기관마다 사정과 특성이 달라 정기적인 채용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력 충원의 필요성이 있을 때 그때그때 채용을 하는 편이다. 채용 공고는 신문이나 온라인 또는 헤드헌터를 통해서 내고, 보통 정규직 형태로 채용한다. 채용이 되면 수습기간 3~6개월 정도를 거친다. 고졸·전문대졸·대졸 등 학력 제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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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국 관광청 업무 특성상 본국의 관광청과 수시로 연락을 해야 하기에, 해당 국가의 언어 구사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지인 수준이라면 좋지만, 업무를 하는 데 있어 지장이 없을 정도면 된다. 김연경 이사는 “전공, 외국어, 외국 경험 등 가시적인 것들도 중요하겠지만, 그런 것들보다는 어떤 업무든 다 하겠다는 자세가 가장 으뜸”이라며 “관광청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더욱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인원이 적은 곳에서 다양한 일을 하다 보면 그렇지 않은 곳에서 일한 사람보다 소속 업계를 더 환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법. 그래서 관광청에서 일을 몇 년 한 사람은 관광 업계의 마당발이 된다고. 관광청은 매출에 대한 압박이 심하지 않고, 보통 3~5년 단위의 장기 프로젝트로 일을 하다 보니 근무 만족도와 근속 연수도 여느 기업에 비해 높은 편이다.



INTERVIEW 손병언 주한외국관광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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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한외국관광청협회는 어떤 일을 하나
주한외국관광청협회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 관광청 대표들이 모인 협회다. 한데 모여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한국 관광 시장에 대한 논의를 하자는 취지에서 1992년 발족했다. 매달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현안을 논의하는데, 모임에서는 외부 인사들을 초청해 설명을 듣고 질의·응답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Q. 관광청의 홍보·마케팅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관광청과 항공사·여행사는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관광청은 여행사와 함께 상품을 개발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실제적인 여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항공사가 자국으로 직항을 개설하거나 자국 내 다른 도시로 취항 또는 증편해서 소비자들이 더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함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반면 일반인들과의 관계는 다소 간접적이다. 직접 만나서 홍보하기보다는 광고를 통해서 여행지를 알리며, 언론 기사나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여행지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형태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Q. 관광청에서 일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관광청 업무는 단순히 관광지를 홍보하고 마케팅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열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외국인들과 업무를 해야 하니 해당 지역의 언어능력도 필요하다. 다양한 국적과 민족, 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일해야 하기 때문에 열린 사고와 세계관, 상식 등도 필요하다. 최근 들어 관광청 업무는 관광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공항, 비관광산업과의 연계, 관광 인프라에 대한 투자 유치 등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어 열린 마음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Q. 관광청을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관광청에 연락해서 세부적인 상담을 받기를 원하거나, 예약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대사관 고유 업무인 비자에 대한 문의나 상담을 위해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관광청은 홍보·마케팅 기관이라서 상업적인 문의는 다루고 있지 않으며, 국내에 소재한 외국정부관광 기관들은 관광안내센터의 역할을 하지 않음을 양해 바란다. 하지만 책자나 홈페이지,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정보를 제공해 드리고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하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주요 관광청 활용법

홍콩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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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관광청에서는 <50달러로 즐기는 홍콩맛집>, <홍콩 요술램프>, <홍콩 속 유럽산책> 등 다양한 책자들을 발간한다. 이를 통해 ‘쇼핑 천국’인 홍콩에 대한 정보는 물론,여행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까지 얻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이 밖에 홍콩 문화 체험교실, 미식 가이드, 하이킹 명소, 테마파크 등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하와이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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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관광청에서는 카우아이, 오아후, 몰로카이, 라나이, 마우이, 빅아일랜드 등에 대한 관광 정보를 제공한다. 가이드북과 지도 등도 얻을 수 있는데,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우편 수령도 가능하다.



필리핀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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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많은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 관광청 중의 하나. 마닐라, 세부, 보라카이, 다바오 등 섬별 가이드북을 발간하고, 지역별 리플릿도 제공한다. 관광청 쇼룸에서는 항공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럭키 드로도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정부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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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 소개되면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스위스. <허니문 가이드>, <스위스 추천여행> 등을 발간하는데, 여기에는 각 지역에 대한 소개와 치즈, 와인 등의 특산물 그리고 축제, 열차 등에 대한 정보도 담겨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현지에서 쓸 수 있는 스위스패스, 트랜스퍼 티켓 등을 다운받을 수 있다.



태국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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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 발간은 잠정 중단한 상태지만, 홈페이지에서 e북을 다운받을 수는 있다. 관광청을 방문하면 방콕, 치앙마이, 푸껫 등의 지도와 여행 정보가 담긴 홍보책자를 얻을 수 있다.



일본정부관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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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에서 도쿄, 오사카, 교토, 나라 등 주요 여행지의 e가이드북을 다운받을 수 있다. 또한 제이루트(J-Route) 홈페이지 (www.jroute.or.kr)에서 여행상품, 교통패스, 시간표 등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호주정부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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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www.facebook.com/wowaustralia)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명소, 이벤트, 여행 사진 등을 공유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홈페이지에서 허니문, 트레킹, 워킹홀리데이 등을 주제로 한 e가이드북을 볼 수 있다.



괌정부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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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여행 스케줄을 만들 수 있는 ‘트래블 플래너’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여행 기간, 도착·출발일, 관심 분야 등을 선택하면 추천 여행지를 안내해주는 형식이다. 항공사, 여행사 등과 연계한 이벤트도 연다.


글 박상훈 기자 | 사진 한국경제 DB·괌정부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