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시장에도 유행이 있다는 걸 아는지. 셀카봉만큼 쉽게 눈에 띄었지만 모 기업의 포테이토칩만큼 손에 쥐기 힘들었던, 지난해 취업 시장을 강타한 메가트렌드는 바로 ‘인문학’이었다.

‘인문학 붐’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회원 인사담당자의 87%가 ‘앞으로 채용에 인문학적 소양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COVER STORY] 2015년 취업 메가트렌드 취업인문학 실록
며칠 전, 방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방구석 책꽂이에 꽂혀 있던 오래된 국사 교과서를 발견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몇 번 이사를 다니는 동안 그 많던 책들을 반으로, 또 반의반으로 정리했지만 국사 교과서만큼은 유독 버리지 못했다. 혹시나 해서였다.

그리고 정확히 10년 뒤, 정말 ‘버리지 않길 잘했다’ 할 만한 일이 생겼다. 대기업 공채 시장에 인문학 열풍이 불어 닥친 것이다. 지난해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대기업이 신입 채용전형 중 하나인 인적성 검사에 역사 문제를 출제했다. KB국민, 신한 등 시중은행도 자기소개서는 물론 필기시험, 면접에까지 역사와 인문학에 대해 물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게 불과 일 년 동안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전에도 조금씩 징조는 있었지만 이렇듯 많은 기업이 한꺼번에 합류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구립도서관과 대학, 최근엔 기업체에서도 인문학 특강이 연이어 개설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살펴볼 이른바 ‘취업 인문학’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아니, 기업마다 다 다르다는 이야기가 더 맞겠다. 간단하게는 기존 한국사 자격증 시험문제와 비슷하게 객관식 형태로 출제한 곳이 있는가 하면, 역사를 통해 회사가 나아갈 길을 심도 있게 물어본 기업도 있다. 되레 기업이 왜 인문학 소양을 평가하는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럼 대체 어떻게 준비하라는 이야기인가. 그래서 준비했다. 기업별로 어떤 형태로 출제했는지, 지원자의 어떤 역량을 보려고 했는지를 죄다 정리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2014년 기출 문제도 추가했다. 진짜 취업 인문학을 위한 독서 로드맵도 제시한다.

인문학을 사이에 둔 공대생과 인문대생 간 불꽃 튀었던 맞짱 토론 현장도 담았다. 최근의 인문학 붐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찬반이 첨예하게 갈렸지만 또 다른 스펙이 추가되는 것 같아 부담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글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