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의 토닥토닥 솔루션] “남친 있어요?” “주량은 얼마?” 이런 면~접~
얼마 전, 한 대학의 취업 담당 선생님이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전화를 하셨다. 이야기인즉, 한 졸업예정자가 교육 콘텐츠 기업에 면접을 봤는데 면접관의 너무나 불성실한 태도에 큰 충격을 받고 돌아왔다는 것이다. 면접 중에 담배를 피워 물더니 “남자 친구 있느냐”, “술은 얼마나 마시냐” 등 직무와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면접을 하더라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면접이 진행된 시간은 고작 5분. 며칠 동안 긴장하며 준비한 그 지원자는 엉엉 울며 하소연을 하였고, 취업 담당 선생님은 “이런 문제는 어디에 하소연하면 좋겠냐”며 속상해 했다.

많은 학생들이 면접에 대한 막연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면접을 보기 전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린다는 친구들도 있다. 실패와 거절에 익숙하지 않은 취준생들 입장에선 누군가가 자신의 20여 년 삶을 평가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토익 점수를 조금 더 올리고, 자격증을 조금 더 따고, 결국 졸업을 조금 더 유예해 가면서 ‘조금 더’, ‘하나만 더’에 집착하곤 한다.

면접관은 나를 평가하는 갑의 위치이고, 면접자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을의 구도라고 생각하니 위축되는 게 당연지사다. 가끔 ‘면접관이 꼽는 꼴불견 지원자’ 이야기라도 보게 되면 ‘설마 내 이야기는 아니겠지’하며 노심초사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취업준비생에게도 선택과 거절의 권리가 있다. 아무리 취업에 목마르다 하더라도 절대 손을 잡지 말아야 할 회사들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담배를 피우는 면접관이 있는 회사, 애써 준비해 온 지원자에게 직무와 관련 없는 질문으로만 시간을 때우는 회사가 그렇다. 혹시라도 이런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된다면, 중간에 벌떡 일어나 나가라고 권하고 싶다.

면접은 회사가 함께 일할 사람을 뽑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취준생이 회사를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되, 면접관과 나는 ‘대등한 관계’라고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


나도 회사를 면접 볼 권리가 있다!
면접관이 지원자의 옷차림, 말투, 답변 내용 등을 면밀하게 평가하듯, 지원자 또한 회사를 평가하는 시간으로 면접에 임하자. 가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는 평가표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면접관이 어떤 질문을 하는지, 면접 분위기는 어떤지, 직원들의 표정은 어떤지 등을 두루 살펴보면 지원자가 평소 생각하는 직장의 기준과 비교가 될 것이다. 만약 회사를 평가한 결과가 평소 기준과 다르다면 합격한다 하더라도 입사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담배를 물고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면접관이 있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가? 열 번 양보해 ‘압박 면접’의 한 형태라 하더라도 이 회사는 면접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 남자친구 유무와 주량이 평가 요소의 전부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회사가 지원자의 당락을 선택할 수 있다면, 지원자도 당락 선택권이 있다. 그런 한심한 회사에는 ‘탈락!’을 먼저 외칠 수 있는 자신감을 갖자. 이 세상엔 일하는 보람을 느끼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가 아주 많다.


최경희 링크스타트 대표
전국 100여 개 대학에서 취업·진로 분야를 강의하는 동시에 교육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청년들이 사회에서 바라는 성공이 아닌,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일을 찾도록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