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크랜드
PKLD_09686.CR2
PKLD_09686.CR2
PKLD_11270.CR2
PKLD_11270.CR2
감독 피터 랜데스만 출연 폴 지아마티, 잭 애프런, 제임스 뱃지데일, 빌리 밥 손튼, 재키 위버

1963년 11월 22일은 미국인들에게는 의미심장한 날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승승장구하던 젊고 강력한 미국이 거꾸러진 날, 과거의 순수함이 영원히 사라져버린 날, 이후로 미국이 점점 더 타락하게 된 날, 그러니까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피츠제럴드 케네디가 텍사스 주 달라스에서 암살당한 바로 그 날이다. 2013년은 그의 암살 50주년이 되는 해였고, 미국에서는 케네디의 시대를 재조명하는 수많은 작업물이 쏟아져 나왔다. 피터 랜데스만의 침착하고 냉정한 영화 ‘더 파크랜드’도 그 중 하나다.

텍사스 주 파크랜드 병원에 총격을 입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이송된다. 흥분에 들떠 퍼레이드를 촬영하던 아마추어 사진가 제프루더(폴 지아마티)는 자신의 8mm 필름에 끔찍한 암살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리 하비 오스왈드가 대통령 저격범으로 체포된 뒤 평범한 직장인이던 그의 형 로버트(제임스 뱃지데일)는 이제 자신의 삶이 영원히 저주받았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틀 후, 역시 총격을 당한 리 오스왈드가 파크랜드 병원으로 이송되어 온다.

‘더 파크랜드’는 올리버 스톤의 ‘JFK’처럼 새로운 음모론을 제시하거나 케네디 암살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정보를 제공하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다. 카메라는 존 F 케네디나 리 하비 오스왈드가 아니라, 두 사람을 응급처치한 의사와 간호사, 대통령 암살 장면을 촬영한 사진가, 암살자의 형과 어머니, 대통령 경호원과 FBI 요원을 쫓는다. 한마디로 역사적 순간의 단역 내지는 구경꾼에 불과했던 이들, 그리고 저격 당시 존 F 케네디로부터 튀어나간 뇌 조각을 손에 쥔 재클린 케네디의 한 순간이 극의 중심에 선다. 어마어마한 국가의 운명에 휘말린 평범한 이들이 미래의 불확실성과 그러면서도 어쨌든 매일매일의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 일상의 요구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더 파크랜드’의 핵심이다. 뚜렷한 사건의 기승전결 없이 대통령 암살 이후 3일간을 다룬 이 조용한 영화에서 어쩌면 더 잔인한 운명의 선고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 종종 있다. 다만 FBI 요원과 경호원들의 장면에서 불필요한 감상이 강해지는 건 전반적인 균형을 깨뜨리는 인상이다. ‘더 파크랜드’를 본 뒤 대통령 암살이 당시 미국인들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더 알고 싶다면, 스티븐 킹의 소설 <11/22/63>을 함께 읽어도 좋겠다.



이달의 추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epa04055542 An undated handout picture provided by the Berlin Film Festival organization on 05 February 2014 shows actors (L-R) Paul Schlase as Igor, Tony Revolori as Zero Moustafa, Tilda Swinton as Madame D. and Ralph Fiennes as M. Gustave in a still from the film 'The Grand Budapest Hotel' by director Martin Scali. The movie opens the 64th annual Berlin Film Festival on 06 February 2014, which runs from 06 to 16 February.  EPA/MARTIN SCALI/20TH CENTURY FOX/BERLINALE/HANDOUT EDITORIAL USE ONLY/MANDATORY CREDIT/NO SALES/USE ONLY UNTIL 15 March 2014 HANDOUT EDITORIAL USE ONLY
epa04055542 An undated handout picture provided by the Berlin Film Festival organization on 05 February 2014 shows actors (L-R) Paul Schlase as Igor, Tony Revolori as Zero Moustafa, Tilda Swinton as Madame D. and Ralph Fiennes as M. Gustave in a still from the film 'The Grand Budapest Hotel' by director Martin Scali. The movie opens the 64th annual Berlin Film Festival on 06 February 2014, which runs from 06 to 16 February. EPA/MARTIN SCALI/20TH CENTURY FOX/BERLINALE/HANDOUT EDITORIAL USE ONLY/MANDATORY CREDIT/NO SALES/USE ONLY UNTIL 15 March 2014 HANDOUT EDITORIAL USE ONLY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토니 레볼로리, 시얼샤 로넌, 애드리언 브로디

1927년,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틸다 스윈튼)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다녀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그녀는 유언을 통해 가문의 보물인 명화를 지배인이자 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 앞으로 남긴다. 그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호텔 로비보이 제로(토리 레볼로리)와 함께 누명을 벗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노아
[영화] 역사적 순간, 그리고 구경꾼들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러셀 크로우, 제니퍼 코넬리, 엠마 왓슨, 안소니 홉킨스

노아(러셀 크로우)는 타락한 인간 세계에서 신의 계시를 받은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신의 예언에 따라, 곧 닥쳐올 대홍수로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거대한 방주를 짓기 시작한다. 방주에 탈 수 있는 이는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의 암수 한 쌍과 노아의 가족뿐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노아’의 방주를 조롱한다.



벨과 세바스찬

[영화] 역사적 순간, 그리고 구경꾼들
감독 니콜라스 배니어
출연 펠릭스 보쉬, 체키 카료, 디미트리 스트로지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 알프스 언덕, 6살 꼬마 세바스찬(펠릭스 보쉬)은 할아버지와 함께 양떼들을 돌보며 지내고 있다. 어느 날 마을의 양떼가 습격을 당하고 마을 사람이 다치는 사건까지 발생한다. 그러던 중 세바스찬은 떠돌이 개와 마주친다. ‘미친개’라는 소문과 달리 선한 눈망울을 가진 개에게, 세바스찬은 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둘은 서로에게 가장 특별한 친구가 된다.


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