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은 어느 모로 보나 미국의 패배였습니다. 베트남의 국지적 게릴라 전술에 휘말린 미군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무차별 폭격뿐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민간인이 죽거나 불구가 되었습니다. 이는 국제적인 비난을 불러왔습니다. 자국 내에서는 반전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지요. 미국은 전술 면에서나 명분 면에서 완벽하게 패배했습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강자가 의외로 자주 패합니다. 반대로 약자는 생각보다 자주 승리합니다. 베트남전은 이를 증명하는 좋은 사례이지요. 경영계의 대표적 구루인 말콤 글래드웰의 새 책 <다윗과 골리앗>은 이처럼 핸디캡이 있는 집단과 개인이 자신보다 큰 상대를 싸워 이기는 사례를 훑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장점은 장점이 아닌 지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우리가 생각하는 단점은 단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실증합니다. 역시나 눈에 쏙쏙 들어오는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서 말이죠.

난독증을 가진 학생이라면 당연히 학업성취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편견과 선입관이 아니라 난독증은 분명한 핸디캡으로 볼 수 있죠. 그런데 런던시립대의 연구 결과는 다소 의외입니다. 성공한 기업가들 중 삼분의 일이 난독증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글래드웰은 난독증을 비롯해, 조실부모, 인종차별 등의 핸디캡을 들면서 이를 ‘바람직한 역경’이란 그럴 듯한 이름을 붙입니다. 글래드웰의 인터뷰이 중 한 명인 데이비드 보이스는 미국 최고의 소송변호사입니다. 역시 난독증을 겪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읽는 것을 최소화하고 듣는 능력을 발달시켰는데요, 그의 듣는 능력은 소송전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상대 측 증인들의 말투, 뉘앙스나 모호한 표현들, 더듬는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다윗보다는 골리앗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 속에서 ‘뒤집힌 U자 곡선’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요. 경제력, 학위, 어학능력, 자격증 등 소위 스펙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갖추어지면 곡선은 상승하고 경쟁력이 됩니다. 그 곡선이 어느 정점을 찍으면 결국 내리막으로 내달으며 오히려 약점이 된다는 것입니다.

책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더욱 잘 한다’, 즉 ‘자본화 학습’의 필요성을 이야기합니다. 혹시 지금 역경이나 벽, 한계에 부딪혔다면 자격증이나 어학점수 같은 생각보다는 내가 가장 멀리,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무릿매 돌이 무엇인지 한번 따져보는 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을 테니까요.



다윗과 골리앗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당신의 무릿매 돌은 무엇입니까?
말콤 글래드웰 | 21세기북스

‘1만 시간의 법칙’, ‘티핑포인트’ 등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며 등장한 경영학의 구루 말콤 글래드웰의 새 책. 엘라 계곡에서 벌어졌던 다윗과 골리앗의 전투를 모티브로 우리 모두가 약함이라고 여기는 것이 약함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글래드웰 특유의 흥미로운 인터뷰와 새로운 개념어들을 통해 ‘바람직한 역경’을 극복하는 법을 보여준다.



이카루스 이야기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당신의 무릿매 돌은 무엇입니까?
세스 고딘 | 한국경제신문사

말콤 글래드웰과 더불어 혁신적인 저서와 개념어들로 널리 알려진 세스 고딘의 최신작이다. 저자는 동시대를 ‘연결경제’의 시대로 정의한다. 관계 형성이나 정보 공유 등이 기본이자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쌓아온 틀, 세상의 요구에 순응하는 자세를 깨고 나온 이카루스적인 사람을 ‘아티스트’라고 정의, 연결경제 시대 아티스트로 살 것을 제안한다.



눈에 띄는 책

인포그래픽
비주얼 스토리텔링의 힘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당신의 무릿매 돌은 무엇입니까?
제이슨 랜카우 외 |인사이트

최근 가장 각광 받는 정보전달 도구인 인포그래픽의 개념과 접근 방법을 보여주는 책이다. 공저자들은 수많은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한 인포그래픽 전문가들. 클라이언트들의 요구를 분석하고 경험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날 것(Raw)의 데이터에 숨은 핵심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방법을 일러준다.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팁은 물론, 미래 인포그래픽의 트렌드까지 짚었다.



소셜픽션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가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당신의 무릿매 돌은 무엇입니까?
이원재 외 | 어크로스

‘소셜픽션(Social Fiction)’이란 아무런 제약 없이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의 미래를 상상하며 그려보는 기획 방법이다. 소설을 쓰듯 우리가 살아갈 미래상을 그려보는 것이다. 책은 소셜픽션으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의 사례와 실제 소셜픽션으로 그려볼 키워드 네 가지를 제시한다. ‘제약 없는 상상을 마음껏 하는 것이 사회 문제 해결의 시작’이란 말이 와 닿는다.



미 비포 유(Me Before You)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당신의 무릿매 돌은 무엇입니까?
조조 모예스 | 살림

오만을 떨어도 될 정도로 잘난 젊은 사업가 윌 트레이너는 불의의 사고로 사지가 마비된다. 패션 테러리스트이며 엉뚱하고 순진한 여자 루이자 클라크는 일하던 카페에서 잘리는 바람에 졸지에 백수가 된다. 이 둘이 환자와 간병인의 관계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로맨스지만 인간의 삶에 대해 진지한 울림을 준다는 후문.



제공 : 교보문고 리딩트리
(http://www.facebook.com/kyobobook.ReadingTree)


허영진(교보문고 리딩트리)
책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걸 아직도 믿는 서점 직원. 인문학이 우리를 구원의 언저리쯤엔 데려다 주리란 희망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