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교에선 항상 새내기들만 주목받는가. 이제부터 학교의 조상님들을 주목하라.

그들이 밝힌 솔직하고 당당한 이야기들. 같은 처지에 있는 학생들에겐 위로와 공감을, 그렇지 않은 새내기와 재학생들에게는 앞으로의 대학생활에 한 줄기 구원의 빛이 될 것이다.


[고학번 수다방] “내가 진정한 학교의 조상이니라”
Q. 학교를 오래 다니게 된 사연은?

재수를 해서 남들보다 대학을 1년 늦게 들어갔어요. 성적에 맞춰 전자공학과를 선택했지만 수업을 들으니 전자공학이라는 과목 자체가 저의 적성에 맞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1년 하고 군대를 다녀왔어요. 공익근무를 하면서 1년에 80권 정도의 책을 읽었는데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좀 특별한 활동을 해야겠다 싶어 휴학을 결심했죠. 많은 대외활동을 통해 학업보다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 이기동

이기동
(경북대 전자공학 07학번, 2015년 8월 또는 2016년 2월 졸업예정)
학교 다닌 총 기간 : 8년째


[고학번 수다방] “내가 진정한 학교의 조상이니라”
Q. 학교를 오래 다녀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2003년에 입학해 10년을 넘긴 2014년에 졸업하게 되어 친구들 사이에서 경희대 수호신, 지박령 등의 별명으로 불렸어요. 학교에서 후배들은 학교를 너무 오래 다닌 선배, 젊은 교수님이랑 호형호제해도 될 만한 나이를 가진 이상한 선배로 보는 것 같아 후배들 보기가 스스로 창피할 때가 있었죠. 처음에는 나이 30살에 매일 학교 지하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제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이상하게 학교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제 모습을 발견했죠. - 김현귀

김현귀
(경희대 법학 03학번, 2014년 2월 졸업)
학교 다닌 총 기간 : 10년


[고학번 수다방] “내가 진정한 학교의 조상이니라”
Q. 늦은 졸업이 삶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늦은 졸업으로 인해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어요. 27살에 졸업을 하고 바로 취업을 하지 못한다면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해요. 그럼 28살에 신입이 되는 거죠. 늦은 나이의 취업 준비는 누구에게나 조급증을 불러오기 때문에 그 시기에 제 자신을 잘 컨트롤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늦은 졸업과 첫 취업에 실패했지만 오히려 목표가 분명해지고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어요. 남들보다 늦어졌지만 더 열심히 생활하는 지금의 저에 만족하고 있어요.- 장유정

장유정
(대구대 산업디자인 08학번, 2014년 2월 졸업)
학교 다닌 총 기간 : 6년


Q. 학교 조상님으로서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늦은 졸업으로 힘든 점도 분명히 많아요. 여자의 나이를 많이 따지는 우리나라에서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인해 속상하기도 하죠. 하지만 오랜 기간 휴학했던 저의 경험들을 결코 후회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후배들이 휴학을 할지 말지 고민을 할 때면 “네가 확실한 목표가 있다면 휴학에 찬성한다. 하지만 그저 도피성이라면 하지 않길 바란다. 또한 1년 이상의 휴학은 현실적으로 반대다. 무엇을 하든 자신의 확실한 목표와 가치관이 뚜렷하다면 어떠한 일도 잘 이겨낼 것이다. 꼭 목표를 가지고 생활해라”라고 조언해줘요. - 장유정


글 구은영 대학생 기자(대구대 신문방송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