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노벨 문학상은 프랑스의 유태계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노에게 돌아갔습니다. 깜짝 수상까지는 아니지만 그가 노벨 문학상의 유력한 후보였던 것은 아닙니다. 이변 아닌 이변이 라 할 수 있겠죠.

영국의 배팅업체 래드브록스는 올해 유력한 수상자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점쳤습니다. 하루키는 매년 수상 후보로 거론되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줄곧 회자되니 하루키에겐 노벨상 스트레스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혹자는 하루키 소설에 문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하루키 수상 운위를 탐탁지 않게 여기기도 합니다. 하루키에 대한 래드브룩스의 배팅률이 높은 이유도 그가 훌륭한 작가라기보다는 대중적인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하루키는 일본 문단에서도 매번 문학성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여러 인터뷰에서 하루키도 자신과 문단 사이의 불편함을 숨기지 않고 있고요. 국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990년대 하루키의 영향을 받은 신세대 작가들이 다수 출현했을 때 국내 문단이나 매체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하루키만큼 문단과 대중의 평가가 차이 나는 작가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작가 하루키’가 과연 노벨상 자격이 있는가 하는 문제에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들이 꽤 있다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만큼은 하루키를 더 잘 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키의 소설을 이야기할 때 보통 ‘소비주의’나 ‘취향’, ‘개인’ 등의 키워드를 들죠. 우리나라에선 ‘개인’이라는 키워드가 가진 사회문화적 힘이 현저히 약합니다. 가족주의, 국가주의, 전체주의 등 집단이 지닌 위력은 여전하고요.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눈치를 봐야 하는, 여러모로 개인이 자유를 느끼기에 상당히 어색하고 불편한 나라죠. 와타나베나 덴고, 또는 하루키 소설 속의 ‘개인’들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면 어떨까요? 꽤나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이 다 될 지경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온전히 ‘개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죠.

이런 연유로 그의 소설을 ‘더 많이 읽어야 한다’라기보다는 ‘제대로 소화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하루키가 노벨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염려했지요. 생각해보니 기우인 것도 같습니다. 하루키는 이미 자신만의 스타일로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하루키의 노벨상 스트레스?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표제작 ‘여자 없는 남자들’과 한국판 부록처럼 실린 ‘사랑하는 잠자’까지 총 여섯 편의 단편을 실은 하루키의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을 모티프로 연인이나 아내 등 ‘여자’를 상실한 남자들을 등장시켜 표제에 대한 다양한 변주를 보여준다. 남녀 관계 혹은 이로 대변되는 깊은 인간관계의 간질간질한 진실을 하루키 스타일로 묘사하고 있다.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하루키의 노벨상 스트레스?
나는 말랄라

말랄라 유사프자이, 크리스티나 램 | 문학동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메시지. 여전히 십대인 그는 열한 살 때부터 BBC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탈레반이 점령한 파키스탄 북부 지역에서 여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투쟁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투쟁 중 탈레반의 총탄에 머리를 맞았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그의 운동에는 탄력이 붙었다. ‘나’로서 살아가려는 소녀의 힘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눈에 띄는 신간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하루키의 노벨상 스트레스?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구본권 | 어크로스

SNS로 연결과 공유가 대세인 시대,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를 다룬 책. 리터러시란 ‘문식성’, 즉 ‘읽고 쓰는 능력’을 뜻한다. 즉 디지털 리터러시란 디지털 시대의 주요 소통 수단인 SNS를 ‘읽고 쓰고’, ‘향유하는’ 능력을 뜻한다. 우리 시대 생존능력이 된 디지털 소통의 속성과 구조를 파악하고 디지털 문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지침을 준다.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하루키의 노벨상 스트레스?
적을 만들다

움베르트 에코 | 열린책들

현존하는 지구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움베르트 에코의 칼럼 모음집.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이라는 부제답게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강연, 학술대회, 간담회, 매체 등에서 발표한 글을 엮었다. 전 방위적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데, ‘이런 주제로도 이런 식의 글을 쓸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무엇보다 에코 특유의 위트가 살아 있어 읽기에도 즐겁다.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하루키의 노벨상 스트레스?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 마음산책

문학평론가(혹은 팟캐스트 진행자)로서는 드물게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신형철의 ‘영화 보기’. 여러 매체에 기고한 영화 관련 글들을 엮었다. 영화평론에 대한 이해나 이론을 내세우지 않고 문학을 감상하듯 써낸 글들이다. 좋은 이야기 속에 숨은 인간의 모습을 포착한다.




허영진(교보문고 리딩트리)

책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걸 아직도 믿는 서점 직원. 인문학이 우리를 구원의 언저리쯤엔 데려다 주리란 희망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