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성한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참여한 몸캠(채팅으로 알몸을 보여주는 행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사랑이든 아니든, 찍히지 말지어다.
[낭만팬더의 은밀한 성(性)상담소] 찍히지 않는 것이 숙제
Q 남자친구와 나는 섹스 때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아주 진취적인 커플이야. 지난주, 여느 때처럼 남자친구가 제안을 하나 해왔는데, 이게 영 께름칙해.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 싶다는 거야. ‘설마’ 남자친구가 찍은 영상을 허투루 쓰진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일단 거부했지. 그랬더니 하는 말이 동영상이 부담스러우면 사진이라도 찍었으면 좋겠대. 한층 더 섹시한 분위기가 될 것 같다나. 어떤 느낌일지 상상도 해본 적 없어서 약간 호기심이 생기긴 하더라고. 찍고 바로 지울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정말 믿어도 되는 걸까? 사랑한다고, 아낀다고 지금도 계속 카톡이 오는데….


A ‘사랑’이라는 단어로 감싸기에는 너무도 위험한 기록이다. A양, B양의 비디오도 그렇게 시작됐다. 사랑한다며, 우리 둘만의 기록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어떤 변태적인 행위도 사랑으로 다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은 후에 치명적인 상처로 돌아올 수 있는 위험한 ‘짓’이다. 찍어둔 영상과 사진이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상대에 집착한 나머지 관계가 악화됐을 때 찍어둔 영상을 폭로성으로 유출할 수도 있고, 처음부터 ‘야동 제작’을 목적으로 동영상을 찍은 후 불법다운로드 사이트에 업로드 해 돈을 벌 수도 있다. 즉, 자신의 이름을 야동 사이트에서 발견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마주할지도 모를 위험한 거래인 것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고? 내 남친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지 않다. 의외로 남녀 할 것 없이 섹스 때 카메라와 함께하길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받아들여야 하나요?’라며 묻는 고민 상담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이니 말이다.

카메라를 좋아하는 카메라 마니아도, 카메라가 없으면 섹스를 하지 못하는 카메라 페티시도 아니다.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면, 기록을 남기고 싶어 하는 이들의 심리는 간단하다. 더 짜릿한 섹스를 하고 싶어서다. 카메라가 짜릿함을 주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섹스의 교과서’로 믿으며 선망(?)해 온 야동의 주인공이 됐다는 착각. 그 사실만으로 성적 자극이 배가되는 것은 물론, 남들이 하지 못한 것을 했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짜릿함을 맛본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야동을 보는 듯한 느낌도 무시할 수 없다. 굳이 야동이 아니더라도, 평소 섹스 때 볼 수 없었던 둘의 섹스 장면을 전체로 보며 새로운 자극을 받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 둘의 은밀한 시간 속을 누군가가 들여다보고 있다는 스릴.

하지만 앞서 말했듯, 어떤 이유에서건 ‘사랑’으로 치부하기엔 거센 후폭풍에 당할 가능성이 높은 자극 방법이다. 자극을 받고 더 짜릿한 섹스를 즐길 방법은 많다. 자동차, 해변, 심지어 강의실까지 누가 볼까 조심스러운 장소에서 섹스를 즐길 수도 있다. 또 거울을 보며 섹스하는 것도 흥분을 유도할 수 있다. 굳이 카메라와 함께할 이유는 없다. 이해하려고도 하지 말고, 이해를 구하려고도 하지 말자.

둘의 은밀한 시간이 남들에게 노출되는 순간 음란하고 동물적인 행위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