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사랑하기 참 좋은 때잖아요”

죽은 연애세포를 한 번에 살릴 수 있는 특효약, 바로 홍대 프린스 ‘소란’의 음악이다.

‘살 빼지 마요’, ‘리코타 치즈 샐러드’, ‘혹시 자리 비었나요?’ 등 달달하고설렘 가득한 소란의 노래는 많은 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햇살이 가득한 오후, 홍대 어느 카페에서 유쾌하고 즐거운 소란의 네 남자를 만나 연애세포를 충전하고 돌아왔다.
[만나고 싶었어요] 소란스러운 듯 소란스럽지 않은 소란(SORAN)
누구 오기로 했나요
기다리는 사람 있나요
혹시 괜찮다면
이런 나는 어때요

(‘혹시 자리 비었나요?’ 중)



그룹명을 ‘소란(SORAN)’이라고 짓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고영배‘소란스럽다’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소란스럽지 않은 남자들이 모인 밴드를 ‘소란’이라고 이름 지으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해 짓게 됐죠. 글자 수나 어감도 좋았고요. 밴드 이름을 먼저 정하고 나서 멤버들을 섭외했어요. 처음엔 서로 완전히 모르던 사이였는데 주변에서 소개를 받고, 또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개하면서 ‘다단계’처럼 만나게 된 거죠. 특히 그 인연을 맺어준 핵심에는 전훈이라는 기타리스트가 있었는데, 멤버들을 거의 다 꾸려놓고는 사정상 빠지게 됐어요. 그 자리는 태욱이가 채우게 됐죠.

이태욱밴드 이름만 듣고 저희 노래를 시끌벅적할 것이라 예상하는데, 막상 곡을 접하면 생각과는 정반대의 느낌을 받으시더라고요. 저희에게는 그런 반전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2집의 경우는 다정하고 따뜻한 가사들 때문에 듣고 있으면 연애하는 기분이 드실 거예요.

서면호소란의 곡은 연애의 교과서죠!
[만나고 싶었어요] 소란스러운 듯 소란스럽지 않은 소란(SORAN)
소란의 공연은 재미있기로 소문이 자자해요. 딜리버리 서비스를 진행하거나 전매특허 ‘북유럽 댄스’를 선보이는 것 등이요. 공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나요?
고영배회의를 통해 많이 나와요. 사무실에 저질스럽고 유치하고 재밌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많거든요. 특히 대표님이 그런 능력이 뛰어나죠.


곡 제목과 가사를 보면 위트가 넘쳐요. 음악적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고영배100% 모두 경험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요. 그때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편이에요. 생활 속에서 떠오르는 것을 가사로 옮기는 거죠. 그래서 평소 메모를 열심히 해요. 특별히 곡을 쓰기 위해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고영배의 독재’라는 의견이 팀 내에 있다고 들었어요. 2집 타이틀이 ‘리코타 치즈 샐러드(작사·작곡 고영배)’라는 곡인데, 멤버들은 먹어본적도 없다고…. 진실을 알려주세요.
고영배하하. 사실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리코타 치즈 샐러드’라는 곡을 쓸 때 멤버들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았거든요. 제가 곡을 다 써놓고 멤버들에게 ‘이거 하자’고 얘기한 거죠.

서면호‘리코타 치즈 샐러드’는 나중에 팬들이 보내줘서 먹어봤어요. ‘아, 이런 음식이었구나’ 생각했죠. 맛있더라고요. 그렇지만 그 노래 가사에 나오는 음식 중 아직 못 먹어본 음식도 많아요.


편유일나는 독재라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고영배내가 방송에서 먼저 그렇게 얘기했거든.(웃음) 일종의 강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해요. 밴드 초기 때 팀을 강하게 이끌었거든요. 각자 나름대로 활약하고 있던 멤버들을 모아서 팀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멤버들의 밴드 내 영역이 점점 확실해지면서 이제는 그런 부분이 많이 약해진 것 같아요. 다른 멤버들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멤버들글쎄요.(웃음)


소란의 노래 중에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달콤한 노래가 많아요. 소란 멤버들은 모두 ‘달콤남’인가요?
고영배다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는 스타일인 것은 맞아요. 2집은 제가 최고로 달콤하고 부드러워진 상태에서 만든 것이라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솔직하게 쓰다 보니까 그렇게 나온 것 같아요.


멤버들 각자의 연애관은 어떻게 되나요?
서면호저는 구속하지도, 구속 받지도 않는 쿨한 연애를 좋아해요. 그렇지만 서로에게 기댈 수는 있어야겠죠. 개인주의는 아니지만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연애? 그게 제 이상적인 연애관입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연애를 하고요.

이태욱다정하게 대해주면서도 서로 각자의 일을 할 때는 터치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만날 때는 다정하게 사랑하고, 떨어져 있을 때는 일에 집중하는 사이요.

편유일저는 만날 때나 안 만날 때나 항상 그녀를 생각해요.(멤버들 일동 야유) 하하, 왜들 그러지? 제가 말투나 표현이 다정한 편은 아니라 자상하다는 얘기를 듣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는 많이 신경 쓰고 생각하는 편이죠.

고영배그렇게 얘기하면 먼저 말한 멤버들은 뭐가 되냐.(웃음) 저는 잘해주는 행동 하나로 결혼까지 성공했어요. 사람들이 처음에 잘해주면 나중에 골치 아프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게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마음이 있으면 그 만큼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죠.


1집의 ‘살 빼지 마요’는 많은 여성들에게 위안이 된 노래였어요. 노래를 듣다 보니 문득 궁금해지더라고요. 소란은 어떤 몸매의 여성을 좋아하나요?
서면호몸매보다는 그 안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중요하죠.

고영배그 곡을 듣고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시더라고요. 노래에서는 살 빼지 말라고 해놓고 자기들은 마른 여자 좋아한다고요. 그 노래는 뚱뚱한 여자가 좋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지금 모습 그대로를 좋아한다는 이야기예요. 사랑하면 그 모습 그대로가 좋지 않나요? 그래서 전 마른 여자가 좋아요.(웃음) 농담이고요, 살이 아니라 애정의 정도가 더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이태욱저는 통통한 쪽을 좀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편유일외모보다는 대화를 나눴을 때 느낌이 오는 스타일이 있더라고요. 그런 분이 좋아요.

서면호결론은 예뻐야 한다는 거죠. 살이 많이 쪄도 예쁘면….(웃음) 농담이에요! 그런데 여자들도 그렇지 않아? 남자가 잘생기면 다 좋지 않나?

고영배아니야, 여자들은 키를 보잖아.
[만나고 싶었어요] 소란스러운 듯 소란스럽지 않은 소란(SORAN)
멤버들을 ‘이병헌, 이준기, 이승기, 류현진’이라고 소개하던 것을 봤어요. 공감할 수 있을 만한 포인트를 알려주세요.
고영배저는 이병헌이고, 서면호 씨는 이준기, 이태욱 씨는 이승기, 편유일 씨는 류현진입니다. 그 중 ‘편유일-류현진’, 이 조합이 가장 비슷하죠?(웃음) 팬들은 닮았다고 해주시던데, 아무래도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아요.


포털사이트에 ‘고영배’를 검색하면 ‘고영배 잘생겼다’가 연관 검색어로 뜨더라고요.
고영배저도 봤어요! 그런데 저도 그게 왜 뜨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절대로 제가 조작한 것은 아닙니다.


버스커버스커에게 “여수(여수 밤바다)를 가졌으니 윤중로는 건들지 말라”고 경고를 했던 적이 있었죠. 소란의 경쟁상대인가요?
고영배버스커버스커의 형태 씨와 방송을 같이하는데 제가 늘 ‘벚꽃 재벌’이라고 장난을 쳐요. 이미 윤중로도 다 넘어갔죠, 뭐. 누군가를 라이벌로 두고 의식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다만 망하기만 바라는 팀은 있죠. ‘십센치’요. 거품이 너무 심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웃음) 물론 실제로는 친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고영배얼마 전 소극장 장기 공연을 끝냈어요. 지난해에는 콘서트를 많이 했고요. 올 해 연말에도 열심히 공연을 할 계획이에요. 그리고 조만간 미니 앨범이나 싱글을 발표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내년에는 정규앨범을 내야겠죠? 지금은 계획 단계일 뿐이지만요.

서면호아직 계획단계라고 실망하실 게 아니에요. 저희는 일단 실행을 하면 속사포처럼 엄청난 추진력, 행동력을 보이거든요. 내년 앨범을 기대해주세요.


대학생들에게 ‘소란’스럽게 한마디씩 부탁해요!
고영배대학생 때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대학시절 등 떠밀리듯 총학생회 활동을 했는데, 지나고 나니까 고생했던 사건이나 사고들이 기억에 많이 남더라고요. 농활 가서 너무 힘들어 논두렁에서 혼자 울었던 일도 지나고 보면 좋은 추억이 되죠.

서면호악기를 하나씩 배우는 것도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두뇌활동에도 좋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요. 또 악기 연주를 하다 보면 자신감도 생기거든요. 이왕이면 베이스 기타를 배워보는 게 어떨까요? 참고로 제가 개인강습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하.

이태욱저는 지난해까지 대학생이었어요. 학교에 있으면 취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대학생활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해보지 못했지만, 후배들에게는 혼자 가는 여행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젊은 시절에 한번쯤 홀로 떠나서 생각을 정리하고 많은 것을 배워보는 일도 의미있잖아요.

편유일저는 대학을 가지 않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대학시절을 재밌게 보낸 분들이 부러워요. 20대는 가장 열정적인 시기잖아요. 사랑하기 좋은 때죠. 뜨거운 사랑을 진하게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글 박해나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해피로봇 레코드 제공